《내 인생의 포인트 찾기》〈제12화, 엄마는 나의 보물이지〉
아내 입덧이 둘째 때는 무척 심했다. 임산부의 50∼80%가 흔히 겪는다는데 아내는 정도가 심했다. 밥 먹는 것은 고사하고, 수십 일을 물도 못 먹었다. 수시로 찾아오는 구역과 구토 증상으로 비닐봉지를 옆에 끼고 살 정도였다.
첫 아이 키우느라 심신이 지쳐 있어 그런가? 별의별 생각이 들며 애처롭기까지 했다. 왜 그런지 임신 백과사전을 찾아봐도 신통하지 않다.
입덧은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태반에서 분비되는 융모막 호르몬과 연관이 있는 것으로 추측한다. 수정란이 자궁에 착상하면 융모라는 조직이 발생하는데, 이 융모는 수정란에 영양을 공급하기 위해 융모성선 호르몬을 분비한다고 한다.
이 호르몬이 구토중추를 자극해서 입덧을 유발하는 것으로 추정한다. 이 호르몬이 가장 많이 분비되는 임신 9∼10주에 가장 심하고, 이 호르몬 분비가 줄어들면 입덧도 줄어든다고 한다는데 10주가 넘어도 줄어들 기미가 안 보인다. 입덧으로 아내는 두 번 보령아산병원에 입원해야 할 정도였다.
이렇게 뱃속에서 엄마를 보챘던 딸이 금융실명제가 처음 시행되던 해인 1993년 초가을 새벽에 태어났다. 어렵게 얻은 딸이라 더 반가웠다. 부모님과 장인·장모님도 가족의 탄생을 축하해 주셨다.
초중고를 다니면서 기쁨을 준 딸은 오빠의 영향인지 이공계특성화대학에 진학했다. 오빠처럼 4년간 기숙사 생활을 하며 학비 부담도 덜어 줬다.
졸업 후에는 아내의 강력한 권유와 나의 묵시적 동의 아래 노량진 고시원 생활을 거쳐 2018년 지방공무원 임용시험에 합격해 공직의 길에 들어섰다.
임용 이후 시청에 함께 출근하는 기쁨도 주었다. 지금은 독립하여 생활하고 있지만 지근거리에서 엄마와 아옹다옹하면서 나에게도 간간이 기쁨을 주고 있다.
"버려야 할 것은 남편과 아들, 죽을 때까지 가져가야 하는 것은 돈, 집, 건강, 그리고 딸."이라는 말을 실감하며 왜 딸이 이렇게 좋은지, 2007년 삼성경제연구소가 '아들보다 딸이 좋아?' 보고서를 통해 딸이 아들보다 좋은 6가지 이유를 다음과 같이 들었다.
첫째 이유는 '받고 싶은 만큼 먼저 주는' 딸들 습성이다. 여성은 사랑받고 싶어 하는 욕구가 있는데 맹목적으로 요구하기보다는 먼저 잘한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게 생일에 대처하는 아들과 딸의 차이다. 딸은 새해 수첩을 받자마자 가장 먼저 부모 생일을 기록해 둔다. 반면 아들은 생일이 지나서야 미안하다는 말 한마디로 끝낼 때가 많다.
둘째 이유는 부모에 대한 감정조절 능력 차이다. 자연스럽게 감정을 표현하는 딸들은 부모에게 수시로 친밀감을 표시한다. 반면 아들들은 감정 억압에 익숙한 나머지 친밀감을 표현하는데 서툴다. 이는 쇼핑에서 그대로 드러난다. 딸들은 어머니와 함께 여유롭게 쇼핑하며 도와준다. 반면 아들들은 자기 것 고르기에 바쁘거나 빨리 고르라며 채근하기 바쁘다.
셋째 이유는 동질성이다. 이는 특히 어머니들이 딸을 좋아하는 이유가 된다. '넌 나처럼 살지 말라'는 생각을 가진 어머니들은 딸의 인생을 자신의 것인 양 동질 시 한다. 이때 성공한 딸들은 더 큰 환영을 받는다.
넷째 이유와 다섯째 이유는 딸이 좋다기보다는 아들이 싫은 이유에 해당한다. 우선 가족을 꾸린 아들은 무거운 부담감에 시달린다. 이들은 자기 가족, 나아가 부모들에게도 부담감을 느낀다. 부양 의무에 대한 책임감을 느끼기 때문이다. 이는 되레 부모를 멀리하도록 이끈다.
마지막 이유는 사춘기 '오이디푸스 콤플렉스'에 있다. 이에 따르면 남자아이들은 사춘기 때 어머니에게 공격적인 행동을, 아버지에게는 예전보다 더 간극을 두는 행동을 한다. 부모와 거리는 이때부터 시작된다는 것이다. 반면 딸들은 사랑에 대한 욕구로 이 고비를 넘긴다.
두고두고 새겨야 할 말들이다.
생각해보면 우리 딸도 그런 것 같다.
아내가 모두 정리하겠다는 것을 챙겨 보관하고 있던 딸의 초등학교 때 일기장(17권)을 살짝 훔쳐봤다. 빙그레 웃어지는 장면이 많다. 역시 딸은 엄마를 많이 생각하는 것 같다. 한창 동방신기에 빠져있던 초등학교 5학년 때 쓴 일기 속에 ‘우리 엄마’라는 자작시다. 딸이 있어 얼마나 다행인지......
“우리 엄마는
나의 선생님이지
문제집 풀다
모르는 것이 있으면
가르쳐주니까.
우리 엄마는
나의 길 안내도지
나를 올바른 길로 가게 도와주시니까.
우리 엄마는
나의 보물이지
이 세상 무엇과도
바꿀 수 없을 만큼 소중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