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감성육남

어느 국밥집의 경고문 유감

비염 소유자의 하소연

by 샤인



나는 추위보다는 더위가 낫다. 겨울보다는 여름이 생활하기 편리해서다. 생활시간의 길고 짧음도 있지만, 온도 변화에 민감해서다. 환절기에는 그래서 곤혹이다. 음식을 먹을 때도 그렇다. 맵거나 뜨거운 음식을 먹을 때는 민감한 편이다. 나름대로는 카투사 생활이 체질 변화를 가져왔다고 핑계를 대지만 가만히 생각해 보면 그런 거 같지만도 않다. 타고난 체질이 더 크다.


며칠 전 친했던 대학 친구들과 예산에서 1박 2일 모임이 있었다. 베트남을 다녀온 뒤로 1년여 만이다. 예당 저수지 근처에서 숙박을 하고 난 우리는 주변에서 식전 산책을 하고 나서 아침을 해결하려 시내로 나가 할머니가 하신다는 예산 장터 근처의 유명한 국밥집으로 향했다.


10여 분 만에 도착했다. 우리 일행을 반기듯 식당 앞에 주차해 있던 하얀색 팰리세이드가 마침 우리 차에 자리를 내준다. 얼른 주차하고 우리는 기다림 없이 1층으로 들어갔다. 식당 안은 온통 황금색 톤이었다. 수저 서랍이 없는 심플한 한지 장판에 니스 칠한 것 같은 식탁에 등받이가 없는 벤치형 나무 의자까지도 노랗다. 둘러보니 천장도 노란 색이다. 김치와 깍두기도 놋그릇에 정갈하게 담겨있다. 아침 시간이어서 그런지 손님은 많지는 않았다. 여든네 명이 앉을 수 있는 자리는 여유가 있어 보였다. 특으로 시킨 국밥에는 '파송송' 쪽파 고명이 먹음직스럽게 뜨거운 국물 위에 넣어져 나왔다.


국밥을 한 숟갈 뜨려는 찰나였다. 거슬리는 경고문이 내 눈에 들어왔다. 직설화법이다. "0 풀지 마세요. 앞뒤 손님들이 쳐다봅니다"라고. 그 옆에 어릴 적 초등학교 저학년 친구들에게서 많이 보았던 모습을 친절하게도 그려 넣었다. 그 순간 맛 이어 보이던 국밥이 맛이 '휑~'하고 달아나는 듯했다. '아니 저 저렇게 직설적으로 주의문을 붙이다니'하는 생각에 기분이 좋지는 않았지만 시장한 탓에 국밥을 욱여넣고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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콧물에 관한 자료를 찾다 보니 유튜브에서 서장훈이 한 말이 있었다. 2020년 6월 30일 방송된 KBS Joy '연애의 참견 시즌 3'에 식사 매너에 대한 대화 중에 서장훈이 이런 말을 했다. "(식사 매너 중) 그 모든 것 중에 최강이 있다. 진짜 1등. 밥 먹다가 코푸는 것. 저는 앞에 있던 사람이 밥 먹다가 코를 풀면 그냥 (수저를) 놓는다"라고 말했다. 그러자 한혜진은 "나 비염 있는데" 하고 난감해한다.


이런 자료도 있다. 외교부 주 독일연방공화국 대한민국 대사관 본분관에서 2016년 9월 29일『정보마당』「관할지 문화정보」 게시한 2,000자 넘는 시시콜콜한 '식당 예절'이라는 긴 글에 이런 대목도 있다. "동양의 예의를 모르는 독일 사람들이 식사 중에도 코를 팽팽 풀면서 터져 나오는 재채기는 어떻게든 참아내려고 합니다. 코를 푸는 것은 괜찮지만, 재채기는 침을 튀겨 주위 사람들의 위생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우리 예절과 독일 예절이 다른 것 같습니다.(…) 우리가 독일에서 살고 있는 한 재채기나 트림은 참고 그 대신에 코라도 시원하게 팽팽 풀어봅시다"


《맨발걷기 처방전》의 저자 유용우 한의사에 따르면 알레르기성 비염이 아니면서 콧물과 코막힘을 증상으로 하는 대표적인 비 알레르기성 비염이 있는데 이를 '혈관운동성 비염'이라 한다. 이는 아침, 저녁 또는 안과 밖의 온도차가 클 때, 계절이 바뀔 때 등 급격한 온도와 습도 변화로 인해 유발된다. 일상에서 맵거나 뜨거운 음식을 먹을 때도 그렇다. 감정 변화가 있을 때도 갑작스럽게 악화되는 것이 특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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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위적으로 통제하기가 어려운 게 생리현상이다. 흐르는 눈물을 어찌 막을 수 있으며, 나오려는 재채기를 무슨 수로 막을 것이며, 흐르는 콧물을 어찌 그대로 둘 수 있겠는가? 내 의지대로 되지 않는 이러한 생리 현상이 주변 사람들에게 불편하지 않도록 하면서 나도 해소될 수 있는 방안은 무엇일까? 최선과 차선의 방법이 있다. 그러한 행동을 보이지 않는 곳에서 해결하 것이 최선이다. 차선은 소리와 행동을 가급적이면 얌전하게 하는 것이다. 코를 풀 때는 한쪽씩 2~3번 나눠서 푸는 게 중요하다. 한 번에 '팽'하고 세게 풀기보다는 여러 번 '흐응~'하듯 약하게 소리를 줄여 여러 번 풀어서 코와 귀의 부담을 줄여준다.


콧물이 많은 비염 환자는 일상생활에서 여러모로 불편하다. 식당에서도 함께 있는 사람과 주변 사람들에게 불편을 주지 않으려 스스로도 노력한다. 하지만 어쩔 수 없는 경우가 있다. '팽' 소리가 나면 몰라도 '흐~응'하고 얌전한 소리가 난다면 너그럽게 생각하고 봐주자. 우리 주변을 봐도 다섯 명 중 한 명은 비염 환자가 아닌가(2023년 국민 질병 통계상 비염치료받은 사람 1,124만 명). 제미나이에게 특별 부탁했다. 그때 그 국밥집에 선물할까 싶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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