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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감성육남

윤혜자님 전상서

이웃을 바라보는 마음

by 샤인



우리가 건강할 때는 느낌이 없다. 그냥 몸과 마음의 컨디션이 좋은 것이다. 아플 때는 꼭 이유가 있다. 머리든 허리든 아픈 구석이 콕 집어 있다. 좋고 싫은 것도 마찬가지다. 좋으면 그냥 좋은 것이고 싫은 것은 꼭 이유가 있다. 사람도 그렇다. 인상이 좋거나 잘생기거나 내게 도움이 되면 그냥 좋다. 이웃도 그렇다. 좋은 이웃이 생기면 무슨 좋은 일이라도 생길 것처럼 그냥 막연하게 좋게 느껴진다. 나에게도 그런 사람이 생겼다.


그분을 좋아하게 된 것은 신문에서 연재 글을 읽고 서다. 2022년 8월13일 자부터 올해 9월 8일 자까지 조선일보의 주말 칼럼《아무튼 주말》〈부부가 둘 다 놀고 먹고 씁니다〉코너에서 격주로 만났다. 이에 앞서 한국일보에도 2021년 2월부터 올해 2월까지 4년간 《삶과 문화》라는 코너에 칼럼을 써왔다. 《아무튼 주말》코너는 부부가 교대로 썼는데 부부가 생활하면서 소소하게 느끼는 생활일기 같은 이야기여서 2000자에 가까운 긴 글임에도 빼놓지 않고 읽었다.


그런데 그분이 보령으로 이사를 왔단다. 성북동 소행성(소박하지만 행복한 집)은 전세를 주고 같은 성북동에 월셋집 금월당(금요일부터 월요일까지 사는 집)을 얻어 놓고 보령 대천동에 헌 집을 사서 수리하여 보령 소행성을 만들었단다. 왜 보령으로 이사 왔을까? 궁금했는데 2025년 4월 18일 자 신문을 보고서 궁금증이 풀렸다. 이유는 이렇다. "우리는 둘 다 회사를 다니지 않으니까 꼭 서울에 살 필요는 없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보령 한 달 살기'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했고, 대천과 보령이 사실 같은 곳이라는 게 재밌었고, 대천해수욕장 해변을 걷다 보니 여기 살아도 되겠다 싶어 또 낡은 집을 한 채 사게 된 것이다"라고.


그런데 걱정이 있다. 보령 집이 이 부부가 세 번째 고치는 집이라는 점과 전세병이 있는가 하는 의심(「진지하게 웃기는 인생」 우리 부부는 전세병이 있는 걸까, 한국일보 2024. 8. 3)이다. 이 칼럼에서 남편의 말에 의하면 "아내는 전셋집에 살지 않아도 3년 정도 지나면 슬슬 지겨워지면서 다른 곳에서의 삶을 꿈꾸게 된다는 것이다."라고 했다. 보령 소행성도 몇 년 가지 않아 둥지를 떠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에서다. 요즈음 보통 부부는 생살여탈권까지는 아니더라도 거주 이전권, 부부 생활권, 식사 선택권 등 집안의 주요 결정권은 이미 아내들에게 넘어간 지 오래 기 때문이다.


소년 한국일보 출신인 그는 중학교 2학년 때부터 주말 새벽 첫차를 타고 삼청동에 있는 정독도서관을 다녔고, 고등학교 때는 시험기간에 두꺼운 소설책을 한 권 독파할 정도였다. 새벽 5시에 기상하여 혼자 책을 읽고 글을 쓰거나 공상의 나래를 편다는 그다. 읽고 쓰기에 진심인 그를 보령 도서관에서 만났다. 필사 프로그램에서다. 신문과 책을 통해 먼저 만나서 그런지 기시감이 있고 포근하다. 다정한 말씨도 금방 호감을 부른다. 유명한 작가를 가까이서 보고 듣고 느낄 수 있다니! 이렇게 좋은 이웃을 오래 곁에 두고 싶은 마음이다. 이러한 마음 담아 감히 아내 윤혜자 님에게 올린다.


"보령 소행성을 오래 지켜주세요. 편성준 작가와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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