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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윤 Nov 03. 2024

가을

관계 ep.7

또 하나의 가을이 지나갑니다.

오리가 헤엄치고 나무는 꽃이 되는

당연함은 매번 나를 취하게 합니다.

옳습니다. 한 병의 술이 그렇듯

애태워 취하는 것 중 당신이 있습니다.

 

빗금 쳐진 달력 위로

욕실 바닥에 떨어진 휴지처럼

축축하게 울어버리고는

남아 있는 가을의 개수를 헤아렸습니다.

그의 나이. 나의 나이. 우리의 나이.

둘둘 말려 있던 삶이 어느새 홀쭉합니다.


무작정 문밖으로 나갑니다.

중랑천을 걷고 강변북로를 달리고

올림픽공원에 돗자리를 펼쳤습니다.

당신의 방문을 기다리지 않고

당신의 한가운데로 찾아가

온몸을 부벼 인사합니다.


떠난 자리로 찾아올 계절이 있어

당신이 기다려졌다 말한다면

많이 서운하겠지요?

반가웠다가 반가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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