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기환송
우리의 연애는
매일이 장마였다.
하염없이 퍼붓다가
도무지 이유를 알 수 없는
뜨거운 동질감이 떠오르면
눅눅해진 감정을 널어 말리고
쏟아내기를 반복했다.
너는 사랑을 꿈꾸었고
나는 사랑을 호소했다.
사랑은 밤새워 그려봐도 형태가 없어
넘칠 듯 가득 채워진 스물의 소주잔처럼
많이 쓰고 이내 사라지기를 계속했다.
하루에도 몇 번씩 반복되던 배웅에
우리는 서로의 집 가장 가까운
정류장의 입주민이 되었고
이별과 출발의 거점 위에서
오래 손잡고 오래 입 맞췄다.
하나 둘 증거는 제출되고
나는 무능한 검사처럼
사랑을 입증하는데 실패했다.
너는 무죄로 방면되고
우리는 사랑은 파기환송되었다.
마침내 이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