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패의 시간

by 권윤

당신은 음식물쓰레기봉투를 버리듯

새벽처럼 나를 내버렸다.

끈도 묶지 않은 말들 위로

비닐장갑 한 짝이 툭, 던져지고

나는 부끄러워졌다.


‘사랑’이라 불리던

붉고 싱싱한 것이

검게 부패해

누구도 맡을 수 없는

지독한 악취가 되기까지

나는 수거되지 못한 채

젖은 골목을 뒹굴며

천천히 발효되었다.


입구를 단단히 움켜쥐고 앉아

발톱이 빠진 길고양이에게도

떠날 줄 모르는 비둘기에게도

한 모금의 오물조차 내주지 않았다.


작은 봉투가 터져버릴까

연민도, 미련도 멈춘 채 기다린다.


우연히 당신이

이곳을 지나치기를

무심한 발끝이 ‘툭’ 하고

나를 터뜨려 주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