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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깨비 Jan 26. 2019

먹거리 기본권 시대의 도래 !

정왕룡의 푸드플랜이야기(2)

‘먹거리는 소비재가 아닌 모든 시민이 누려야 할 공공재며 단순히 배고픔을 해결하는 음식이 아니라 시민이 기본적으로 누려야 할 권리다’


2017년 6월 서울시에서 추진한 먹거리 기본권 행사에서 나온 말입니다. 바야흐로 ‘먹거리 기본권 시대’의 도래를 알리는 순간이었습니다. '먹거리'는 '사람이 살아가기 위하여 먹는 온갖 것'을 뜻하는 말입니다. 삶의 기본적 3요소인 ‘의 ,식, 주’ 중 에서도 ‘식’에 해당하는 먹거리는 그 자체가 인간 생존수단의 필수적 요소입니다. 우리 선조들의 한숨과 땀이 배어있는 ‘보릿고개’란 말도 생존의 기로에서 먹거리 문제해결을 위해 온갖 고난을 감내해야 했던 애환의 상징어입니다. 예전에는 이것을 개인적 능력에 맡겨 두거나 부분적인 사회 구제책에 그친 게 전부였습니다. 국사시간에 배웠던 고구려의 진대법이나 고려의 의창, 조선의 환곡제도가 그것입니다. 이러한 제도는 보릿고개가 도래하는 춘궁기에 곡식을 빌려주고 가을 추수기에 갚게 한 공통점이 있습니다. 하지만 왕정시대의 불안정성이 이것을 지속적으로 유지되게 힘들게 한 측면이 있고 오히려 백성을 수탈하는 제도로 변질되어 원성의 대상이 되기도 했습니다.


해방 후 산업화가 진전되고 민주주의가 확립되는 과정에서 배고픔의 문제는 예전에 비해 상당부분 해결 되었습니다. 하지만 경제적 환경 차이에 따라 여전히 상당수의 국민들이 먹거리 불평등의 그늘에 가려져 있었던 것이 사실입니다. 이런 와중에 서울시가 2017년 6월 ‘먹거리 기본권’이라는 개념을 전국 최초로 내놓았습니다. 이제는 먹거리를 단순히 배고픔을 채우는 음식이 아닌 시민이 기본적으로 누려야 할 권리로 보아야 한다는 인식이 그 배경에 깔려 있습니다. 모든 시민이 건강하고 안전한 먹거리에 접근하는 데 곤란을 겪지 않도록 한다는 계획으로 그야말로 먹거리 시민주권을 선언한 것입니다.


2017년 9월 공포된 서울시 먹거리 기본 조례에서는 먹거리 기본권을 ‘누구나 건강하고 안전한 먹거리를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로 정의하고 있습니다. 더불어 ‘미래의 식량보장을 위해 중소 가족농을 배려하는 도농상생의 먹거리체계를 만든다.(2조 4항)’ ‘생물 다양성을 보전하고 기후 변화에 대응할 수 있도록 친환경적이며 생태계 보존을 고려하는 생태적 먹거리 체계를 만든다.(2조 5항)’고 규정하여 그 지향점과 가치도 분명히 하고 있습니다. 

한편 급식운동의 진원지 역할을 했던 경기도는 ‘먹거리 기본권’ 조례를 2018년 12월에 경기도의회 본회의에서 통과시켰습니다. 경기도 조례는 ‘지역 먹거리 순환체계 확립’을 강조하는 점에서 서울시와 다소 차이가 있습니다. 대규모 소비지를 갖추고 있지만 자체 생산지가 없는 서울시에 비해 경기도는 소비지와 생산지를 동시에 갖추고 있어 지역 자체 순환체계 확립이 가능하다는 장점을 갖추고 있습니다. 이는 조례에서도 그 내용이 반영되어 있습니다.  “먹거리 기본권”이란 모든 사람이 건강한 삶을 영위하기 위해 안전하고 영양이 풍부한 먹거리를

 연령, 성별, 물리적·사회적·경제적 여건에 따른 차별 없이 개인의 취향에 따라 확보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2조 1항) “지역 먹거리”란 경기도에서 생산된 농수축산물과 도에 소재한 업체에서 생산·제조·가공된 식품을 말한다. (2조 2항) “지역 먹거리 순환 체계”란 지역 먹거리가 도 또는 생산·제조·가공한 해당 시·군에 우선 공급되어 소비되도록 하는 유통체계를 말한다. (2조 3항)는 내용이 그것입니다.


필연적으로 이상의 내용을 담아내기 위해선 민과 관이 함께하는 협치가 필수적 과제로 다가옵니다. 동 조례 2조 4항에서 관련 내용이 다음과 같이 언급되어 있습니다. ‘거버넌스 구축이란 먹거리 문제 해결을 위하여 도, 경기도교육청 및 시·군과 민간이 참여하는 민관합동 협의체계를 설치하고 필요한 권한 부여와 환경을 조성하는 것을 말한다.’ 


서울시가 ‘도농상생’을 강조하고 있는 반면에 경기도가 ‘지역’을 강조하고 있는 점은 우열의 문제가 아닌 각자의 특성에 맞는 가치추구의 표현일 것입니다.


‘먹거리 기본권’이란 말에서 먹거리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기본권’에 대한 개념인식입니다. ‘먹거리’가 그 자체에서 그쳐버리면 사전적 용어에서 벗어나지 못하지만 기본권이란 말이 덧붙여지면서 철학적 사회적으로 비교할 수 없는 확장성을 갖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위키백과 사전은 기본권에 대해 다음과 같이 정의하고 있습니다.
<기본권(基本權)은 인간이 인간으로서 살아 나가기 위해 꼭 필요한 기본적인 권리이다. 기본권은 시대마다 변한다. 그래서 현대 헌법에는 과거에는 중요시 여기지 않았던 부분, 최근에 문제가 된 것에 대해 기본권을 부여한다.>


과거에는 중요시 여기지 않았으나 최근에 문제가 된 것에 대해 기본권을 부여한다는 의미풀이가 ‘먹거리 기본권’시대의 도래를 압축적으로 설명해 주고 있는 듯 합니다. 근대 시민혁명을 거치면서 인권과 기본권의 개념이 정립되고 헌법에 그 내용이 명문화되면서 비로소 기본권은 우리에게 친숙한 단어가 되었습니다. 먹거리 기본권이란 용어의 탄생은 ‘먹거리’가 이제는 헌법적 가치수준으로 까지 끌어올려졌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향후 개헌 과정에서도 ‘먹거리 기본권’의 내용이 새로운 헌법에 담겨지기를 설레이는 마음으로 기대해봅니다. 헌법에 먹거리 기본권의 내용이 담겨진다면 서울시나 경기도의 조례제정과는 차원이 다른 새로운 전기가 마련 될 것입니다.


푸드플랜의 배경이 된 ‘먹거리 기본권 시대의 도래’를 그간 급식과 먹거리 운동에 노고를 아끼지 않았던 수많은 일꾼들과 함께 박수로 반겨보는 오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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