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왕룡의 푸드플랜 이야기(3)
우리 말에 ‘손뼉도 마주쳐야 소리가 난다’는 속담이 있습니다. 혼자서는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다는 뜻일 겁니다. 저는 푸드플랜 처럼 이 말을 실감나게 설명하는 분야도 없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지금까지 먹거리 체계는 그야말로 따로국밥이었습니다. 생산자와 소비자가 따로였고 중앙과 지역이 따로였고 농촌과 도시가 제각각이었습니다. 그러다보니 이 중간을 엮는 유통, 혹은 공급구조가 복잡해질 수 밖에 없었습니다. 먹거리에 대한 철학적, 사회적 통찰이 자리잡을 공간이 빈약했습니다.
오로지 영리행위와 이윤추구가 그 속에 존재했을 뿐입니다. 심지어는 ‘웰빙바람’을 타고 급속하게 퍼졌던 유기농 바람도 비즈니스 차원에서 접근하다보니 일부 부유층 중심의 향유물로 전락한다는 인식을 지울 수가 없었습니다.
푸드플랜은 ‘상생’이라는 철학적 가치가 내재되어 있는 용어입니다. 도시와 농촌이 함께살고 생산자와 소비자가 공존하고 농부들 사이에서는 중소농도 자존감을 획득할 수 있는 여건마련을 추구합니다. 그러기에 푸드플랜은 ‘상호작용’을 중시합니다. 각각의 개별주체가 자신의 처지만을 고집할 때 푸드플랜 정신은 엷어질 수 밖에 없습니다. 생산자 없는 소비자, 소비자 없는 생산자가 존재의미가 없음을 인식하고 그 안에서 사람냄새 나는 상호작용 체계를 엮어가는 작업이 바로 푸드플랜의 실현입니다.
상호작용은 복잡한 체계보다 단순함을 담아내는 말입니다. 손뼉을 마주칠 때 중간에 이물질이 존재하면 소리가 제대로 날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로 복잡한 구조에서는 상호작용은 그 효과를 낼 수 없습니다. 여기에서 푸드플랜 정신은 민관협치와 로컬의 철학으로 연결됩니다. ‘잘 차려진 밥상을 먹는 대상’에 불과했던 소비자가, 생산자와 함께 먹거리 체계의 주요한 축으로 자리잡아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계속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