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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청춘책방 여행자 May 25. 2020

데자뷰

시가 있는 월요일

난 당신에게 넌지시

하지만 급하지 않게

물었습니다.


"여긴 어디야?"

우리 동네 슈퍼.

집에 돌아오는 길.

하지만 그것을 모르던 나.


괜스레

어제 본 영화 때문에

여기서 손 놓치면 안 되는데 했습니다.

그래서 손을 꼭 잡았습니다.


시간이 20년 지난 지금

당신은 내 차에 타기 전에 물어봅니다.


"여긴 어디야?"

당신의 집 앞.

80년 넘게 당신이 나를 기다리던 그곳.


거기서 나는

정말 정말 당신을 놓치지 않으려고.

그때와 같은 높이차이로 손을 꽉 잡습니다.


10년씩 사라져 가는 당신을

나는 보낼 자신이 없으니까요.




 위 시는 저희 외할머니께 드리고 싶습니다. 외할머니가 10년씩 나를 잊어가는 요즘. 저는 할머님이 어디 못 가시게 꼭 잡고 있습니다.


이번 주 주말에는 쉬는 날 반납해서 할머니를 모시고 여행을 다녀올 예정입니다.


갓난쟁이였을 때 손주가 땅에 내려놓으면 울며 보챈다고 꼭 끌어안고 주무셨던 우리 외할머니. 그랬던 할머니가 끝에서부터 조금씩 나를 잊어가는 요즘을 살고 있습니다.

얼마 전에는 저를 중학생 때로 기억하신다는 걸 듣고 적잖게 당황했지만, 이내 '지금부터라도 최대한 좋은 시간들을 쌓아야겠다'하고 생각했습니다.


소중한 사람이 나를 조금씩 잊어간다는 것은, 정말 속상한 일인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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