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96 기타, 의외로 배우기 어려운

에티오피아 오마르 알리 시포 워시드

by 만델링

요즘은 공공에서 지원하는 좋은 교양 취미 프로그램들이 많다. 동네 주민센터에도 쏠쏠히 배울 거리가 있다. 코로나가 아니라면 더 적극적인 활동이 가능하겠지만 마스크 쓰고도 띄엄띄엄 싸고 질 좋은 취미 활동이 가능하다. 좋은 시설과 수업 내용이 알찬 평생교육원에서 기타를 배운다. 쳇바퀴 도는 일상에 기분 좋은 울림이다. 친절한 선생님은 최대한 설명을 쉽게 하고 회원들의 수준에 맞춰 눈높이 배려를 하신다. 그럼에도 여섯 줄의 현은 정확한 음을 내지 않고 손가락은 아프기만 하다. 그래도 기타를 배우는 것은 주 1회 무덤덤한 생활에 건강한 리듬이 된다. 어려운 악보를 읽는 동안 머리 회전이 되고 발랄한 회원들의 목소리와 열기에 짐짓 젊어지는 기분이 든다. 매주 한 번 기대감과 가벼운 흥분으로 즐거워진다. 집에서 멀지 않은 곳에서 무언가를 골똘히 애쓰며 보내는 시간이 생겨서 기쁘다. 욕심을 부린다면 올해가 가기 전에 내 귀에 즐겁고 남의 귀에도 아름답게 들리는 대중가요 한 곡을 멋지게 연주를 할 수 있으면 좋겠다. 듣고 있는 사람이 행복감에 감싸이는 연주를 기대한다. 기타와 내가 서로를 깊게 이해하려 손을 내밀고 친숙해지길 바란다. 론 물컹한 마음으론 어림없는 일이겠지만 매일같이 노력하고 최선을 다하자 다짐한다. 잘 해내고 싶은 뜨끈뜨끈한 마음이 가득해진다.


오늘의 커피는 단맛과 크리미한 질감이 환상적이다. 에티오피아 오마르 알리 시포 워시드. 이름에서부터 특별함이 전해진다. 오마르 알리 시포 농장에서 재배된 토착종 티피카다. 미디엄 로스팅으로 밝은 벽돌색의 예쁜 콩알이다. 참으로 사랑스러워 드륵드륵드르륵 갈기가 미안하다. 빨간 사과처럼 밝고 생동감 있다. 블랙티, 자몽, 열대과일 향에 아찔해지는 맛이다. 무척 그리운 느낌이 드는 부드러움이다. 오마르 알리 시포는 단순한 갈색 음료가 아니다. 정말 향긋하다. 몇 종류의 꽃 같다. 자잘한 꽃이 흐드러지게 핀 길가, 맑은 하늘, 반짝반짝 빛나는 사람들, 동감, 맑고 섬세하고 우아한 향이 사방에서 다가온다. 내향적이며 달콤새콤한 신선한 향이다. 가슴이 벅차고 다정하고 사랑스러운 느낌이다. 존중과 배려, 상냥하고 단정한 모습이 담긴 커피다. 산등성이가 훤히 보이는 한갓진 절집의 뜨끈뜨끈한 방에 앉아 조용히 마시고 싶은 커피다. 밖에는 찬바람이 불고 문풍지는 부르르 떨리는 적막의 계절 앞에서 새삼스럽지만 참으로 피곤한 인생이네 하며 마신다. 섭섭하고 애틋하게 부는 바람에 몸과 마음의 피곤함을 털털 털어 말리며 근사한 커피를 마시자. 그리운 향기에 취해 무언가를 배우고 익혀 꽃을 피워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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