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97 한밤의 커피

디카페인 과테말라 SHB EP 프리마 베라 스위스워터

by 만델링

이름 속에 든 정보를 해독하자. 디카페인, 카페인이 없다. 과테말라, W90° N15° 중앙아메리카 북서단에 위치한 커피 생산국이다. SHB(Strictly Hard Bean), 1300m 이상의 고도에서 재배된 생두를 뜻한다. EP(European Preparation), 생두의 품질 등급으로 생두의 수분이 일정 비율로 유지됨을 의미한다. 생두의 이물질과 결점두를 손으로 분류하여 엄격한 기준을 충족시켰다. 스위스워터 공법, 풍부한 미네랄을 함유한 스위스워터를 사용하여 물속에 포함된 무기질을 촉매제로 카페인을 걸러낸 것이다. 무화학 처리법이고 자연 친화적 방법이다. 오직 용해도와 삼투현상으로만 카페인을 제거한다. 화학 용매제를 전혀 사용하지 않아 인체에 무해하고 원두의 맛과 향의 손실이 거의 없다.


이제 어진 정보를 이어 붙여 커피와 우리 삶의 긴밀한 관계에 대해 서술해보자. 과테말라 프리마 베라 스위스워터 디카페인 커피는 북위 15° 고도 1300m 이상에서 반짝반짝 강하게 내리쬐는 태양볕을 그대로 받지 않고 키 큰 바나나 나무 잎사귀가 만드는 그늘 아래서 느긋하고 평화롭게 자랐다. 붉고 예쁜 열매를 주렁주렁 만들어 농장주와 노동자 모두의 마음을 흐뭇하게 해 주고 세상의 모든 커피 마니아들에게 심장의 두근거림 없이 한밤중에도 맛있는 커피를 원하는 대로 마실 수 있게 하는 선물을 주다,라고 쓰면 5점 만점, 별 5개, 참 잘했어요, 가 된다.

커피 속에 든 카페인은 정신을 맑게 하고 개운한 느낌을 준다. 각성 효과가 있어 예민한 사람에게는 불면증을 주기도 한다. 이런 양면성 때문에 논란이 되기도 하지만 카페인을 뺀 맛있는 커피도 있으니 예민하면서 커피를 좋아하는 사람은 가까이 해도 좋을 것이다.


오늘의 커피는 디카페인 과테말라 프리마 베라 스위스워터. 디카페인 커피의 편견을 무너뜨린다. 카페인이 빠진 커피는 일반 커피에 비해 가격이 비싸고 심심하고 향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지만 프리마 베라는 그렇지 않다. 베리류의 상큼함과 약한 신맛, 견과류의 고소함이 충분히 느껴진다. 즈, 샤인 머스캣, 와인의 조합이 연상되는 커피다. 옛날부터 알아온 친구와 혹은 가족과 같이 한밤에 마셔보자. 꽃 속에 있는 달콤한 꿀 같은 단맛은 없지만 달달한 올리고당 맛이 난다. 게다가 향긋한 냄새는 분위기를 더 부드럽게 만들어 준다. 막연하게 맛이 없을 것이라 여겼다면 지금 같이 마시자. 정말 괜찮다 느껴질 것이다. 괜찮은 그 맛의 괜찮음에 디카페인 커피가 있음이 감사하기까지 할 것이다. 세하고 예민한 사람들의 수면과 심장의 두근거림까지 다독이니 말이다. 텁텁하지 않고 진하지 않은 맛이 좋다. 여름의 흔적이 남은 열대 과일의 상쾌함이 밤바람에 섞인 맛이 날 것이다. 밤의 어둠 속에서도 서로를 향한 환한 미소가 보이고 커피의 향과 맛이 만드는 공간 속에서 사람의 관계는 더 성숙해질 것이다. 고소함과 감칠맛 나는 단맛과 같은 사이가 될 것이다. 서로만 아는 기쁨을 나누며 특별한 두근거림이 있을 것이다. 조용히 밤 풍경을 바라보는 부드러움을 마시며 그럼 이만... 오늘의 커피, 잘 먹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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