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만델링 Jan 10. 2022

116 네가 좋으면 나도 좋아

코스타리카 타카칼 게이샤 허니

 벌이가 된다고 해도 일을 더 늘리고 싶지 않다. 편해 보이는 쪽 일이 좋다. 같이 사는 사람과 저녁밥을 먹는 시간이 중요하고 아이들이 자라는 모습을 가까이서 보고 싶다. 그러기 위해서 일찍 퇴근하는 것이 좋다. 남동생이 사는 방법이다. 남동생이 육아와 집안일에 더 집중하는 것은 올케보다 벌이가 시원찮은 탓이다. 그럼에도 그들이 싸우지 않고 잘 사는 것처럼 보이는 것은 남생이 집안일에 소질이 있고 아이들에 대해 많이 알기 때문이다. 부족하지 않은 아빠가 되기 위해 노력하는 동생의 마음을 올케도 알기 때문이다. 아버지는 그런 자신의 아들이 보기 싫어 역정을 내시다가 손녀들의 귀여운 모습에 주머니에서 현금을 꺼내 손에 쥐어주신다. 손녀에게 아빠 말 잘 듣고 유치원 재미있게 다녀오라고 한다. 부족한 아들은 자주 보고 싶지 않지만 손녀들은 매일매일 볼 수 있다면 좋겠다고 하신다.


 자그마한 감자 4개를 4등분하고 양파 1/2개 반달 모양으로 썰어 볶은 고기와 섞는다. 잠길 듯 물을 붓고 맛술을 약간 넣어 중불에서 조린다. 남동생은 완성된 감자조림을 투명한 통에 담아 가져왔다. 자신이 손수 씻고 썰어 만든 요리라며 생색을 낸다. 귀여운 조카도 같이 왔다. 분홍 코트를 입고 분홍 가방을 메고 반짝이 구두를 신고 가벼운 분홍 나비처럼 왔다. 아이들이 원래 저리도 작고 가벼운 존재였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내 아이들은 그리 작고 가볍지 않았다 싶은데 지금 저 녀석은 공기방울 같다.


 오늘의 커피는 코스타리카 타카칼 게이샤 허니. 부족한 사람이라 일컬어지는 사람을 위로하는 커피다. 넉넉한 바디감과 파워풀한 향기가 위축되고 소심한 마음에 작은 에너지를 준다. 마카다미아, 땅콩 같은 너트류가 느껴다. 오렌지의 산미, 화사한 베리향, 밀크 초콜릿의 단맛, 바닐라 같은 달콤한 치자꽃향 있다.  귀가 걸릴 듯 헤벌레 해지는 향이다. 길게 남는 여운이 까다로운 사람도 순하게 만든다. 남동생과 올케가 서로에게 빛나는 사람이면 좋겠다. 만이 쌓일 때는 으르렁거리지 말고 진득하니 기다려주고 좀 져 주고 항상 토닥토닥 잘 살았으면 좋겠다. 예쁜 조카들은 자유롭게 하고픈 대로 다 하며 제 아빠를 귀찮게 해 가며 열심히 배우고 건강히 자랐으면 좋겠다. 생 부부가 즐거운 웃음소리 가득한 생활을 했으면 좋겠다. 오늘의 커피는 불타는 듯한 한때의 열정이 주춤해지고 타오르던 불꽃도 퇴색하고 삶의 책임과 의무에 치여 따뜻함을 잃어가는 생활에 잠시 휴식을 다. 서로의 지난 시간을 돌아보고 기억하고 그리운 시간을 보여준다. 그들이 계속 을 잡고 아이들과 함께 이어갈 수 있도록 한다.

 

매거진의 이전글 115 식물이 친구가 되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