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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만델링 Jan 09. 2022

115 식물이 친구가 되면

에티오피아 아세파 두카모 코르마

 정서적 교감과 위안, 텁텁한 실내공기 정화, 쉽게 기를 수 있고 우울감이나 외로움 해소에도 도움이 되는 식물을 샀다. 아무 이야기하지 않아도 되고 성가시게 굴지 않아서 좋은 식다. 율마다. 가 작고 쓰다듬으면 향이 좋다. 미세먼지, 포름알데히드 제거 능력이 뛰어나다는 광고 혹했다. 조그만 달항아리에서 심겼다. 측백나무과이며 원산지는 미국이다. 자잘한 바늘잎이 달린 가지를 자랑한다. 사철 푸르다 하니 지켜볼 일이다. 피톤치드가 나오며 잎을 간질이면 레몬향이 난다. 청록색이 싱그럽고 시원하다. 바라보며 커피를 마시면 건강해지는 기분이 든다. 정성을 들여 잘 키워 4m 키의 크리스마스트리로 만들어야겠다.


 편안히 커피를 즐기고 싶은 날, 좋아하는 카페에서 조각난 마음에 대한 이야기를 하자. 조근조근 조용히 말할 수 있는 음악이 흐르면 좋을 것이다. 어렵다고 생각하는 일에 대해 말하자. 힘들다는 말을 해보지 못해서 힘든 시간을 보냈다고 솔직히 풀어놓자. 내가 쏟은 애정만큼 돌려받지 못해 서운했다는 말도 잊지 말자. 마음속에 있는 말을 꼭 끄집어 내자. 불편해도 마주할 용기를 내는 것이 좋다. 허물없이 찾아와 인사하고 격렬히 등을 두드려주는 친구가 없어서 서운했다고 말하자. 눈이 부시도록 푸른 하늘 아래 따사로운 햇살이 포근히 내려앉으면 두 팔을 벌리고 심호흡을 하자. 가라앉은 아픔이 날아간다.


 오늘의 커피는 순하다. 세월이 흐르듯 물이 흐르듯 자연스럽다. 부드러운 향이다. 주장이 강하고 화사한 여인의 이미지도 떠오른다. 향긋함이 살아있다. 깔끔하고 상큼한 과일맛이 풍성하다. 스파이시하며 부케 같은 플로럴 향도 있다. 비싼 편이지만 맛과 균형이 탁월하다. 맛과 향에 집중하게 된다. 섬세한 관찰과 관심으로 자란 커피나무의 열매일 것이다. 92°의 물을 부으면 보글보글 빵빵하게 부풀어 오르는 커피 빵이 만들어진다. 또르르 흐르는 갈색 액체가 먹음직스럽다. 메이플 시럽 같은 단맛이 난다. 베리류의 산미가 있다. 서로 이야기할 기회가 없었던 친구가 만나서 눈 감고 과거를 회상하는 장면에 등장하는 커피, 그리움을 부르는 커피다. 누군가를 기다리는 발랄함, 두근거림이 느껴지는 커피다.

 에티오피아 아세파 두카모 코르마 내추럴 커피는 투명하고 향긋하며 부드러움으로 꽉 찼다. 깔끔하고 군더더기가 없기에 마음을 표현할 때 대신하면 좋겠다. 아주 달달하고 부드러운 감사의 마음으로 전해질 것이다. 달걀 노른자로 만든 카눌레가 있으면 더 맛있게 마실 수 있는 커피다. 피를 마시고 힘차게 부드럽게 미소를 지으며 성실히 또 한 해를 살아가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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