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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만델링 Jan 16. 2022

120 친구, 그 마음에 대하여

지관서가 - 울산대공원, 아메리카노

 도움 되는 벗이 셋 있고 손해 되는 벗이 셋 있다. 정직하고, 성실하고, 박학다식한 사람을 벗하면 많은 도움을 받을 것이고 겉을 꾸미고 정직하지 않으며, 아첨하며 기분을 맞추고, 아는 것도 없으면서 그럴싸한 말만 하는 사람을 벗하면 손해다.


 논어, 계씨 편에 나온다. 어떤 친구를 벗으로 삼을 것인가, 이 나이에 새삼스럽다. 는 익자인가 손자인가 재빠르게 머리를 굴린다. 놀기에 이익이 되는 사람이고 싶다. 따뜻하게 안아주는 사람이고 싶다. 돌돌 말린 모양의 크루아상을 펼치면 부드러운 속살이 나오듯 자꾸자꾸 내어주는 사람이고 싶다. 온기가 남은 아랫목처럼 사람을 모으는 사람이고 싶다. 거리에  퍼지는 커피향, 마른땅에 떨어지는 비 냄새,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호빵 냄새처럼 야위어가는 마음을 보듬는 사람이고 싶다. 뜻하지 않은 일을 계기로 우정이 끝나고 쌓아온 관계가 사라지는 것을 겪은 나는 어떤 친구를 벗 삼을 것인가가 내내 목에 걸린다. 세월이 흘러도 뜻하지 않았던 그때의 기억남아서 때로 반갑지 않게 말을 건다.


 지관서가는 페다. 아니 도서관, 혹은 서점인가. 카페와 도서관이 결합된 넓은 공간이다. 울산대공원점은 울산 남구 대공원로 94에 있다. 울산시민들에게 무료로 제공되는 공간이며 별도의 음료 구매 없이 자유롭게 책을 읽을 수 있는 곳이다. 책은 지관서가 내에서만 읽을 수 있고 대여 및 판매는 하지 않는다. 울산 시민이 아닌 나들이 객으로 방문한 나는 물의 규모와 단정한 조명과 편한 독서를 위한 돋보기와 조용한 독서를 도와주는 귀마개, 영상 감상을 위해 준비된 헤드셋 같은 편의용품에 반했다. 서를 가까이할 수 있게 만든 세련된 그곳에 취했다. 울산 시민들의 인문학적 고민은 그곳에서 해갈될 것이다. 도란도란 서로의 인생과 마음의 이야기를 터놓고 나누기에 충분히 좋은 곳이다.


 오늘의 커피는 페루, 과테말라, 엘살바도르블렌딩한 지관서가 아메리카노. 고 뾰족한 삼각 지붕 사이로 쏟아지는 햇빛이 쨍그렁거리는 소리가 들려서 더 맛있는 커피가 되었다. 얼어붙고 웅크린 겨울 몸을 녹진하게 한다. 군고구마 냄새와 달고나 맛이 나는 커피가 구수하다. 예민한 계절에 다정하게 마음을 내놓는 충분히 따뜻하고 부드럽고 달콤한 커피에 다양한 책까지 더해져 깊은 맛을 내는 커피가 되었다. 덕분에 순수하고 정직하고 단정한 마음 한 켠을 얻은 기분이다. 높고 넓은 공간에 구석구석 스민 커피향에 그리운 시절이 떠오르다 사라진다. 금세 포기하고 빨리 잊는 사람으로 살고 있지만 이해와 노력으로 좀 더 성실히 공부하고 읽고 쓰는 사람이 되어보자 다짐한다. 오늘의 아메리카노가 나를 그리 다짐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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