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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만델링 Jan 17. 2022

121 입이 귀에 걸리는 웃음을

코스타리카 따라쥬 후아나쥬떼 돈 싸울 레드 허니

 책을 펼치후다닥 읽힌다. 주인공들의 심리에 관한 감각적인 표현에 빠진다. 요시다 슈이치는 이제 유명 작가가 되었다. 하루키만큼은 아니(개인적 생각입니다). 하지만 앞으로 그보다 더 친숙해질 작가라는 것에 한 표 던진다. 물론 두고 볼 일이다. 보여줄 수 있는 것만 부각해 타인들과 섞여 원만하게 살아가는 사람들 이야기가 무겁거나 우울하지 않다. 낯설고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 드문드문 있다. 이불 킥 할 정도로 웃긴다고 말해도 괜찮을 부분도 많다. 나는 어떤 사람일까, 진정한 모습을 가식 없이 이야기할 수 있을까, 어디까지 털어놓으며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일까, 하는 생각을 붙들며 읽게 된다. 정도 야릇하다. 남자 셋, 여자 둘의 조화스럽지 못한 동거다. 신혼부부만 살 수 있는 2인용 아파트에 다섯이 함께 살게 되었다. 가능한 사람들 눈에 띄지 않도록 애쓰며 오간다. 직업도 다르고 나이도 다른 공통점 하나 없는 청춘들이 함께 엉겼다. 대학생, 무직, 잡화점 점장, 자칭 '밤일' 종사자, 독립 영화사 근무자. 쿨함을 가장한 젊은이들의 슬프고 아픈 이야기가 들어있다. 괜찮지 않은 일을 하고 괜찮다 한다. 몹시 무겁고도 가벼운 퍼레이드 - 요시다 슈이치 장편소설 이야기다.


 오늘의 커피는 코스타리카 따라쥬 후아나쥬떼 돈 싸울 레드 허니. 이름이 몹시 길다. 따라쥬 지역의 후아나쥬떼 농장의 커피다. 긴 이름은 상표나 매한가지다. 농심 감자깡, 고구마깡, 새우깡, 인디안밥 하는 것과 비슷하지 않을까. 흙냄새가 짙어지는 소나기 내리기 직전의 하늘빛을 상상해보자. 맨 먼저 무슨 색이 그려지는지 말해보자. 희미한 꼬리가 달린 흰구름과 사슴뿔처럼 흩어진 회색 구름 사이로 주홍빛 햇살이 반짝하고 사라지는 색깔이 보인다고 말하지 않길 바란다. 그리 말하면 여기서 글을 끝내야 한다. 더 쓸 말이 없는 까닭이다. 걱정스런 얼굴이 된다. 입김을 불며 두 손을 모으고 마시는 커피다. 눈 깜짝할 사이에 기분이 좋아지는 커피다. 불안하고 한심한 마음이 편안해지는 커피다. 두렵긴 하지만 재미있는 것을 하는 마음으로 마시는 커피다. 이런 말을 하는 동안 커피는 싸늘하게 식어버렸다. 산미가 사라지고 부드러운 단맛이 길게 남았다. 맛있는 커피를 마시고 소설 이야기로 하루를 마무리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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