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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만델링 Feb 22. 2022

141 사랑스러운 네 이름은

스타벅스 - 슈크림 라테

 누군가가 꼭 들어줬으면 하는 혼잣말이 있다면 는 누구에게 ? 이름을 바꾸겠다며 철학관에 가던 숙이가 불쑥 던진 질문이다. 황당한 질문도 질문이지만 이름을 바꾸겠다는 그 말이 더 황당스러워 잠시 침묵했다. 오십 년이나 불리던 이름을 지금이라도 바꾸겠다는 마음에는 어떤 마음이 들었을까 고민한다. 한편으로는 새로운 이름은 무엇일지 궁금하다. 속으로 이리저리 생각하며 웃는다. 어렴풋이 몇몇 귀엽고 가벼운 소리가 나는 이름을 떠올린다. 오래된 이름을 잊고 새로운 이름을 기억해야 하는 것, 그건 좀 어려울 것 같다.


 별로인 일이 자주 있나 봐, 요즘 표정 영 별. 근래에 친근하게 듣는 인사다. 동네 아낙들은 나이가 비슷한 탓에 필터 없이 말한다. 작은 동네다. 서로 변화 없이 긴 시간 알고 지낸 탓에 알 만큼 안다. 영혼 없는 말이 오가고 때때로 하얀 대문 집에서 믹스 커피도 마신다. 유일하게 마당이 있는 집이다. 늦둥이가 있어 풀장도 있다. 고무 튜브에 펌프로 공기를 넣어 만든 풀이다. 그 아이가 웃을 때 사는 게 무거운 중년 엄마들은 같이 크게 웃는다. 그 아이는 동네 전체를 생그럽게 한다. 씽씽이, 자동 리모트 컨트롤 카, 자전거. 온갖 탈 것을 소유한 아이다. 산가 부모를 둔 아이는 아니지만 가지고 싶은 걸 다 가진 부자인 아이다.


 그동안 나는 어떤 표정을 지으며 살았길래 겨울 내내 이웃들께 이런 인사를 받는지 모르겠다. 내 얼굴을 똑바로 본 적 없다. 거울을 안 본다. 거의 보지 않는다. 머리 빗을 일도 없다. 말리고 손으로 쓱 넘겨 귀에 꽂으면 끝. 턱 선을 간신히 지나는 길이의 단발은 뭘 해도 똑같다. 꾸미거나 꾸미지 않거나 나를 보는 사람 입장에서는 새로운 모습으로 보이지 않는다. 보이기 위해 꾸미고 손질하는 건 아니지만 기본 손질조차 않는 게으른 사람이다. 사는데 그런 건 필요 없다며 애써 포장한다.


 우울증인가, 마음의 포물선이 출렁인다. 화가 많은가 싶기도 하다. 나에게 고통을 준 사람에게 고통을 줄 말이나 행동을 하려고 머리 싸매고 있다. 그대로 갚아주거나 더 고통스러하는 걸 보고 싶다. 물론 어리석은 생각이고 행동으로 옮기기도 어렵다. 그 사람의 마음을 아프게 하여 위안을 얻겠다는 것 자체가 고통이다. 성난 얼굴을 비춰봐야 민망하기만 할 것이다. 나만 아는 우울이 있다. 음의 상처를 치료하는데 얼마나 시간이 걸릴까? 흐르는 물처럼 시작과 끝이 있을 리 없다. 스로의 노력이 있을 뿐이다.


  후레지아, 향기가 좋다. 을 기다리는 마음을 꽃으로 표현하면 후레지아가 될 것 같다. 후레지아 향기에 삶의 저 아래 있는 불안함 사라지는 기분이다. 침착하게 호흡하게 된다. 차분하게 숨을 들이쉬고 미소를 짓는다. 마음이 편안해지고 몸이 가벼워진다. 오늘의 커피는 스타벅스 크림 라테. 색감이 예쁘고 부드럽다. 별 3개를 적립받기 위해 사이렌 오더로 주문다. 폭신한 카스텔라 맛도 나고 따뜻한 콘수프 맛도 난다. 1샷의 에스프레소는 부드러운 크림에 섞여 느껴지지 않는다. 진한 커피 맛과 커피 향을 기대했다면 실망할 수 있다. 래도  한 잔을 여유롭게 마시는 자유는 만끽자. 느긋하고 깊어진 마음이 될 것이다. 은 다시마 국물처럼 담백한 마음이 된다. 감칠맛 있는 사람으로 살자고 혼잣말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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