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3 봄을 부르는 그리운 음식들
과테말라 안티구아 + 르뱅쿠키
봄에는 노란 눈의 참숭어가 맛있단다. 겨울이 제철이라고 하나 어머니는 3월에 더 맛나다 하신다. 눈이 꺼먼 보리숭어가 막 잡히는 시기가 3월이지만 그래도 참숭어가 맛있다 하신다. 금테를 두른 듯 노란색 눈을 가진 참숭어는 밀치라고 불리기도 한다. 미식가인 어머니의 말씀에 의하면 몸통은 회를 뜨고 나머지는 땡초 마늘 양파 갈아 넣고 푹 끓여 맑은 국으로 먹으면 몸보신도 되고 피부가 보들보들해진고 하니 일단 먹고 볼 일이다. 어머님은 도다리 보리숭어 대신 참숭어가 드시고 싶다 하니 한 마리 사러 가야겠다. 해감 한 꼬막을 삶아서 갖은 야채를 넣고 초고추장에 버무린 꼬막 무침도 드시고 싶단다. 뻘 밭에서 막 캔 꼬막을 바닷물과 비슷한 농도의 소금물에 잘 해감 하여 푹 삶으면 그 맛도 기가 막히게 좋아서 봄에는 꼭 먹어야 한단다. 어머님이 드시고 싶은 음식을 이야기하니 봄이 오긴 왔나 보다. 어머니의 봄은 입맛을 부르는 그리운 음식으로부터 오는가 보다.
오늘의 커피는 과테말라 안티구아. 르뱅쿠키와 어울린다. 버터를 거품기로 부드럽게 풀어 크림처럼 마요네즈처럼 만든다. 설탕과 소금을 버터에 섞고 계란 반죽도 섞는다. 반죽에 견과류와 초콜릿을 섞고 박력분 베이킹파우더 베이킹 소다를 체에 내려 반죽에 가볍게 섞는다. 반죽을 냉장고에 넣어 쉬게 한 후 오븐에서 굽는다. 르뱅쿠키가 만들어진다. 버터향이 좋은 맛있는 쿠키와 깊고 쓴맛이 일품인 과테말라를 마시면 마음이 우쭐해진다. 정다운 마음이 생긴다. 가슴이 텅 비어 아무 느낌이 없는 생활에 달고 고소한 쿠키와 쌉쌀한 커피가 리듬을 준다. 못된 말이 하고 싶어지는 입을 다물게 해주기도 한다. 맛있는 것들이 주는 효능이다. 인생을 사랑하는 일은 비록 버겁지만 그래도 성실히는 대하게 된다. 현재에 집중하고 조바심 내지 않고 어머니처럼 천천히 살아도 그리 나쁠 것 없다는 생각이 든다. 커피 한 잔과 쿠키 하나에 마음이 괜찮아진다. 과테말라는 언제 마셔도 완벽한 커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