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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만델링 Jun 20. 2022

170 가볍고 힘찬 발차기를 하려면

코스타리카 소노라 옐로 허니

 얼마만인가, 무언가를 배우는 것은. 한동안 머리 쓰고 몸 쓰는 일에 관심이 없었다. 문득 더 나이 들기 전에 일상에서 쉽게 배우고 익힐 수 있는 운동을 해야겠다 결심했다. 2년 몇 개월을 중단했던 가까운 스포츠센터는 유월부터 영업을 시작했다. 우편함에 꽂힌 전단지가 운동을 시작하기에 좋은 날이라고 속삭였다. 마음이 불안했던 시간도 지났고 발밑이 흔들린다는 걱정도 사라지니 뭔가를 하고 싶어졌다. 따뜻하고 단단한 사람으로 건강하게 살려면 운동을 해야겠다는 논리를 펼치며 등록을 했다.


 역시 처음은 어렵다. 호기롭던 마음은 어디론가 가버렸다. 수영을 배운다는 건 안색이 나빠지고 윤기가 없어지며 현기증이 생기고 두근거림이 생기는 일이다. 힘들고 귀찮고 사지가 쑤신다. 기분도 몸도 상쾌한 상태가 되려면 얼마나 연습해서 익숙해져야 하는가. 찬물을 싫어하는 사람이라 더 어렵다. 북적대는 유선형의 여인들 사이에서 기죽지 않고 물 먹지 않고 앞으로 나아가는 일은 요원해 보인다. 도대체 힘을 어찌 빼라는 것인지! 힘을 주지도 않았는데 힘은 어떻게 뺀단 말인가? 그 많은 여인들은 어떻게 그리도 유유히 물 위를 헤엄칠 수 있는지 부럽기만 하다. 익숙하게 팔다리를 뻗으며 앞으로 쭉쭉 물살을 가르고 싶다. 반가운 사람을 만난 듯 물을 포옹하고 싶다. 가볍게 다리를 차며 웃으며 유영하고 싶다. 영화 <카모메 식당>의 주인공 치에처럼.


 오늘의 커피는 코스타리카 소노라 옐로 허니. 머리칼을 가만가만 만지는 바람, 노란 금계국의 살랑살랑 흔들림, 널따랗게 자리를 점령한 망초의 노랑 연둣빛이 연상되는 싱그러운 커피다. 첫맛은 달고, 뒷맛은 쓰고 떫으며, 넓고 지그시 고소함이 퍼진다. 오묘한 향이 좋은 커피다. 내린 커피는 평소의 코스타리카 커피보다 과일향과 산뜻한 맛이 부족하다. 물이 너무 뜨겁고 추출 시간이 길었던 탓이다. 그래도 몰래 감춰뒀다가 예쁘고 좋은 사람에게만 내어주고 싶은 커피다. 온전히 향을 느끼고 맛을 아는 사람과 나눠 마시고 싶은 커피다. 밀어내지 않고 버둥거리지 않고 물 한가운데로 들어가는 용기를 줄 것 같은 커피다. 딱딱하게 굳은 어깨를 풀어줄 것 같다. 물속에 손을 넣어 두려움 대신 그 고요함을 느껴보라고 말하는 커피다. 꾸준한 노력에 대한 달콤하고 부드러운 다독거림 같은 커피, 있게 마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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