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부실한 언어 능력으로 볼 때, 생각을 말로 표현하는 일은 참 어렵다. 토막토막 끊어지고 몇 마디 해도 전달 능력을 상실하기 일쑤다. 속삭이듯 부드럽고 명징한 생각이 머리에는 들었는데 밖으로 나올 때는 웅얼거림일 뿐이다. 게다가 글로 나타내기란 더욱 힘들다. 다채로운 세계를 상상하고 그렸는데 읽기 위해 적었을 때는 생각에 미치지 못한다. 생각을 말과 글로 그대로 표현하는 일은 거의 불가능한 것 같다.
누군가로부터 비방을 들었다 치자. 그 비방을 그치게 하는 방법으로 어떤 것이 있을까? 비방으로 공격을 받을 때 말로 따져 상대를 눌러 이길 방법은 없다. 현명하게 대처할 방법이 있긴 할까? 침묵과 변명하지 않는 방법뿐일 것이다. 시비를 따져본들 실체도 없는 것이니 말로 이겨도 승복을 받은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는 시원스러운 성품을 지닌 친구가 있다면 그는 오래오래 가까이해도 될 사람이라 생각한다. 뜬금없이 이런 말을 하는 까닭은 세상사가 좋기만 할 수 없는 법인데 은근히 강한 자의식에 찌든 누군가는 자신에게 듣기 좋은 말만 해주기를 바라며 주변인들을 귀찮게 한다. 과도한 자극을 불쾌해하지 않고 즐기는 느낌마저 든다. 자신이 저지르는 과오를 전혀 모르고 주변 사람이 자신에게 맞춰주길 강요한다. 나지막한 목소리로 응대하기에 벅찬 사람들을 만나면 힘이 빠지고 저절로 과묵해진다. 그런 류의 사람들은 그냥 멀리하는 게 상책이라 여기며 마음을 닫는다. 적당한 거리를 두고 형식적인 관계만 유지한다. 허약하고 허술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내가 불편하지 않으니 하책은 아니라 여긴다. 서로의 공간에 더 이상 소음이 생기지 않을 것이다. 좋아하는 사람들이 비 온 뒤 꽃잎 떨어지듯 하나 둘 멀어지니 내 삶이 서늘하다. 귀담아듣고 논리적으로 의미를 이해하고도 상충된 관계는 회복이 어렵다. 쉬운 말로 그냥 버린 카드다. 옛일이 그리워 돌아본 들 가끔 궁금해하는 걸로 끝이다.
오늘의 커피는 알맞게 쓰고 은은하다. 암울하고 쓸쓸한 빛으로 찰랑거린다. 쓸쓸한 가운데 가만히 앉아 생각해보면 인생은 본래 재미와 거리가 먼 것이 아닌가 싶다. 항상 노력과 애써서 이뤄야 하는 것으로 정의된 것이 내 주변 삶이라 그리 읽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나이가 드니 손꼽아 기다리는 날이 줄어들어 쓸쓸하다. 누군가에게 관심을 기울이는 일이 성가시게 느껴지는 건 마음이 말라버린 탓이리라. 내심 좋아하고 즐겨했던 일도 한심스럽게 여겨지니 걱정스럽다.
온두라스 이레는 겸허하고 엄한 성격의 소유자가 담담한 마음으로 내린 맛이라 표현하고 싶다. 일상의 기쁨을 각인시키는 커피다. 시원하고 향긋한 과일향, 쌉싸레한 쓴맛이 근사하다. 밝고 편안한 분위기에서 명랑한 한때를 보내는 가족들 풍경이 그려진다. 커피 한 잔 앞에 두고 책 읽고, 월간 계획 세우고, 때때로 멍하게 있기도 한다. 각자의 시간을 보내는 일은 즐거운 일이라 말한다. 모두가 함께 또 따로 즐겁게 지낼 수 있다. 무탈히 굴러가는 소소한 삶이 감사하다는 생각이 드니 나도 내 엄마만큼 어른이 되었나 보다. 뜻한 바대로 살아가지지 않지만 그래도 크게 잘못되지 않았으니 다행스럽기도 하다. 오늘의 커피는 삶이 좀 어설프게 느껴져도 그냥 좀 봐주자 하는 어른 같은 커피다.20g으로 200ml 만들어 둘이 나눠 마시면 좋다. 기분 좋은 가을이 느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