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60 아니었으면 좋으련만

에티오피아 코사 내추럴

by 만델링

아랫배가 아프다. 긴장이 돼서 그렇다. 차분하게 상황을 판단하면 된다. 서로 말 안 해도 통하는 줄 알았다. 평생 요령 한번 부리지 않고 성실하게 일했는데 체념하고 손을 놓아버리기는 싫다. 여기서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을 하고 싶다. 삶의 방향성을 점검하는 단계에 이르렀다. 쓸모와 효용성을 셈하는 태도에서 늘 좌절한다. 돈벌이가 되지 않는 삶의 영역은 줄이려고 노력하게 되고 돈벌이가 안 되는 일은 의미 없다는 생각에 삶의 작은 행복들을 챙기지 못하게 된다. 당연하다고 믿어왔던 것들이 당연하지 않을 수 있음을 알았다. 잘 지내는 것이라 여겼는데 그게 아니라 그냥 참았던 이더라. 감정적으로 힘들면 피하기만 했기에 이번엔 물러서지 않으려고 다짐한다. 무도 안 믿고 원하는 것만 본 것 같다. 옳다고 생각하는 건 그게 뭐든 끝까지 밀어붙였다. 이제는 남의 말도 좀 들어야겠다. 제 진실을 말하자. 까지 노력하면 진실을 알 거라 생각했는데 아닌 것 같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처럼 진짜라고 믿었던 게 아닌 것 같고 정확한 건 끝도 없이 불투명하다. 깊게 고민할 거 없겠지. 경험도 많이 쌓고 노련해지면 신념도 지키고 내 주변도 지킬 수 있을까. 여하튼 지금은 화 내기 적당한 때가 아 것 같다. 마음에서 지우기 힘든 선이 생겼다. 고요하고 단호한 마음을 먹어야 한다.


오늘의 커피는 섬세한 떨림과 도도하고 역동적인 샤우팅을 갖춘 보컬의 노래처럼 매혹적인 커피다. 궁핍하지만 풍요로운 영혼이 담긴 외롭고 쓸쓸한 맛이다. 멀리서 불어오는 달콤한 해풍처럼 통쾌하게 목젖을 적시는 커피다. 하늘은 맑고 푸르고 멀끔하게 높다. 낮은 구름은 가끔 볕을 가린다. 책 읽기를 끝낸 게을러빠진 나는 손가락을 까닥거리며 사소한 안부와 시시콜콜한 일상을 묻는다. 제 한 몸 추스르기도 힘겹게 느껴진다. 거울을 볼 때마다 비어 보이는 정수리와 어찌해볼 도리가 없는 목주름 때문에 긴장되는 마음이 풀린다. 에티오피아 코사 내추럴은 감질감질한 뜨거운 햇살에 맛이 든 복숭아 향이다. 달다리한 쌉쌀함이 좋다. 부족한 게 참 많구나, 하는 걱정과 한숨 속에 부드러운 향이 넓게 퍼진다. 자기 일에 깊이 집중하는 사람이 제일 멋진 사람임을 알려주는 커피다. 그냥 가던 길을 열심히 가자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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