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68 네 이야기를 들으면 눈물이 찔끔

파나마 핀카 돈 페페 게이샤

by 만델링

애들 학교 보낸 후에 가만히 앉아 있는 잠시, 일찍 일어나 잠에 덜 깨어 눈을 비비는 나만의 준비 시간, 빨래 널다 햇빛을 바라보며 멍하니 있는 시간, 그럴 때 꼭 혼자 있는 것 같다. 고독한 시간이다. 혼자 고요히 앉았다는 느낌이다. 피곤한 마음이 충전이 되는 시간이다. 의미 없는 것 같지만 마음이 채워지는 시간이다. 즐기는 시간이다. 반복되는 일상을 건강히 버티게 해주는 시간이다. 간절한 노력과 수고로움으로 버티어 원하는 걸 얻게 될 때 그 과정에 버티는 시간이 들었다. 내게는 버팀을 버티게 하는 게 멍하니 있는 잠깐의 시간이다. 틈틈이 만든 잠깐의 고독함이 지금 잘 살고 있게 하는 동력이 된다. 빽빽한 일정으로 정신줄이 팽팽한 날이든 자불자불 졸음이 날아드는 한가한 날이든 잠깐의 혼자 있음을 즐기자. 불현듯 깨닫는 것도 있다. 닳고 닳은 일상도, 지겨워 버리고 싶은 쳇바퀴 같은 일상적 행위도, 어제도 하고 그제도 했던 단순한 노동도 견딜 수 있는 생산적인 일이 될 수 있다고 생각을 바꾸게 된다. 지금이 가장 건강하고 분명하고 현명한 시간이라 여기게 된다. 다가올 시간도 별다를 것 없어 보일 것이 뻔하지만 나태하고 좌절하지 않고 옳은 길로 즐겁게 갈 것이라고 다짐한다. 너무 숨이 가쁘다는 느낌이 들 때 조금 발걸음을 늦추고 자신에게 말을 걸자. 굽이굽이 돌아가는 삶을 한껏 사랑하게 될 것이다.


오늘의 커피는 반짝반짝 마음의 에너지를 채워 배낭 메고 떠나자고 하는 커피다. 음보다 삶에 무게를 두고 무겁고 슬픈 이야기는 다음으로 미루자고 한다. 밝고 가볍고 환하다. 투명감으로 가볍기 그지없지만 깊이가 있다. 고독과 홀로 대면할 때 앞에 두고 마시자. 꽃향기에 취해 스르륵 눈을 감고 슬픔과 두려움을 가라앉힌다. 기다림의 끝에 행복한 눈물을 터트리는 귀여운 여인이 떠오르는 커피다. 계절이 바뀌고 오래 떨어져 있던 연인들이 만나서 감미로운 입맞춤을 하는 장면이 그려지는 알싸한 쓴맛이다. 삶에 남아 있는 눅진한 우울을 가을바람에 바삭하게 말릴 때 느끼는 맛이다. 불편한 마음을 햇볕과 바람에 맡기자. 그리고 청명한 하늘을 이고 걷자. 어디로든. 가로수 길도 좋고 강변도 좋다. 씩씩하게 걷을 수 있다면 좋다. 살면서 만나게 되는 피하고 싶은 상황도 어떻게든 살아야겠다는 간절함으로 받아들여 볼까 싶다. 의지와 관계없이 벌어지는 일 앞에서 느끼는 절망감을 숨기고 태연한 척 일어서야지 하며 허풍을 뜬다. 나이 들어서 아내가 있는 남자가 없는 남자보다 수명이 더 길고, 남편이 없는 여자의 수명이 있는 여자의 수명보다 더 길다는 연구 결과가 있단다. 부부라면 남편의 얼굴에서 아내의 얼굴에서 어떤 모습을 보는지 궁금해진다. 묵묵히 기다리는 바다 같은 마음으로 한참 세월이 더 흐를 때까지 살아야 한다고 말하는 커피다. 어쩌면 모든 것이 사랑스럽게 다가올지도 모른다고 말한다. 사람의 마음이 얼마나 변덕스러운지 모르는 이 커피 한 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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