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8 가을이 가기 전에

코스타리카 산 이시드로 라브라도르 내추럴

by 만델링

추출은 뜨거운 물을 커피에 부어 커피 성분을 녹여낸 후 여과하는 것이다. 추출 방법은 어떤 기구를 이용해 커피를 만들어 내느냐에 따라 다양하다. 나는 주로 두 가지 방법을 이용한다. 페이퍼 드립과 융 드립이다.

먼저 페이퍼 드립법으로 커피를 만들어 자. 칼리타 드리퍼, 서버, 드립 포트, 여과지, 수동식 분쇄기, 중간 굵기로 간 원두 20g을 준비한다. 물이 끓는 동안 커피 가루를 평평하게 한다. 거품이 일고 표면이 부풀어 오른다. 뜸 들이기다. 20초 정도 기다리면 부풀림이 가라앉는다. 나선형을 그리듯이 중심에서 바깥으로 물을 붓는다. 가장자리에 물을 떨어뜨리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물 붓는 속도를 빠르게 하면서 추출량을 살핀다. 원하는 커피 양을 확인하고 추출을 멈춘다. 드리퍼에 물이 남았더라도 서버에서 드리퍼를 분리한다. 행여 아쉬움이 남아 추출량 이상으로 물을 내리면 맛이 옅어지고 쓴맛이 강해진다. 무엇보다 잡미가 생겨 원두의 성격이 드러나지 않는다. 대략 2분 40초 정도 걸린다. 좋아하는 로열 알버트 잔에 따르면 완성.

다음으로 융 드립으로 해보자. 섬세함과 인내력이 요구되지만 준비물은 간단하다. 드리퍼, 서버, 거칠게 간 원두 30g을 준비한다. 물 붓기 전에 융의 어느 쪽을 사용할지 정한다. 기모가 있는 쪽으로 추출하면 시간은 오래 걸리지만 맛이 진한 커피를 얻을 수 있다. 중심에서부터 천천히 뜨거운 물을 한 방울씩 따른다. 가루 전체를 충분히 뜸 들여야 한다. 한 방울씩 일정한 속도로 떨어지는지 살피자. 3분 30초 정도 걸리면 좋다. 물줄기 조절이 잘 되는 커피 전용 포트를 사용하자. 적정량의 커피가 되면 원하는 잔에 따른 뒤 근사한 포즈를 취하며 마시자. 손이 많이 가는 방법이지만 의외로 간단하다. 융 드립은 핸드 드립 중 가장 뛰어난 맛을 낸다. 입에 달라붙는 부드러운 감칠맛이 난다.


오늘의 커피는 가지 방법으로 내렸다. 같은 원두를 사용했지만 맛의 깊이가 다르다. 차고 건조한 바람 탓인지 융 드립으로 내린 커피가 더 맛있게 느껴진다. 향이 진하고 쓴맛이 강하면서도 오일리한 감칠맛이 일품이다. 한가한 오후의 여유를 즐기기에 안성맞춤이다. 벨벳 같이 부드러운 맛이 외유내강의 담백한 사람을 닮았다. 순리대로 세상사를 사는 사람 이야기가 들린다. 거에 대한 미련과 집착을 버리고 미래에 대한 불확실한 기대나 불안, 두려움도 벗어나 자유로워질 수 있는 계시를 내리는 커피다. 물론 그럴 리 없다. 지금이라도 온몸을 던져 현재에 오롯이 집중하는 태도를 배우라고 한다. 발걸음을 느리게 하고 하늘을 올려다보고 단풍의 고운 색에 감탄하고 아름다움에 귀를 기울이며 살라고 한다. 오늘의 커피는 마음을 담아 내린 부드럽고 달콤한 코스타리카 산 이시드로 라브라도라 내추럴이다. 홀짝홀짝 마시다 보면 잔뜩 찌푸렸던 마음이 뽀송뽀송하게 펴진다. 우리 같이 마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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