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의 어느 택시기사가 여느 때와 같이 콜택시 요청을 받고 해당 주소로 차를 몰고 갔다. 그런데 도착해서 한참을 기다렸지만 손님이 나타나지 않았다. 택시기사는 아무도 나오지 않아서 경적을 울렸지만 여전히 아무런 기척이 없었다.
이 손님이 그날 교대 전 마지막 콜이었기에 그는 마음이 급해졌다. 기사는 얼른 포기하고 차를 돌릴 까도 생각했지만 일단 기다려 보기로 마음먹었다. 또 한참을 기다리다 집 앞까지 가서 초인종을 누르자 노쇠한 노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대답을 하면서도 손님이 나오기까지 시간이 꽤 걸렸다.
마침내 문이 열리고 아주 작고 연로하신 할머니가 문 앞으로 나왔다.
할머니는 손에 작은 여행 가방을 들고 있었다. 택시기사는 할머니를 모시려 가까이 가서 문을 잡았는데 문이 열린 틈으로 집 안을 보고 깜짝 놀랐다. 집 안에는 사람 산 흔적이 싹 지워진 듯했고 모든 가구는 천으로 덮여 있었고 휑한 벽에는 아무것도 걸려 있지 않았다. 그저 집안에는 사진과 기념품이 가득 찬 상자 하나만 덜렁 구석에 놓여 있었다.
"기사 양반! 내 여행 가방 좀 차로 옮겨 줄래요? 부탁해요!" 그는 할머니의 요청대로 가방을 받아 들고 트렁크에 실었다. 그리고 할머니에게 돌아가 팔을 잡고 천천히 차까지 부축했다. 도와줘서 고맙다는 할머니 말에 그는 "아니에요. 제가 당연히 해야 할 일인데요"라고 말했다.
할머니는 미소 띤 얼굴로 "굉장히 친절하시네요!"라고 말했다. 택시에 탄 뒤 할머니는 목적지의 주소를 알려주며 시내 한가운데를 가로질러 가지 말고 돌아가자고 말했다.
"할머니 그러면 많이 돌아가게 됩니다.”라고 그는 솔직히 말했지만 할머니는 급할 게 없으니 돌아가도 된다고 말했다. 그리고는 "사실 나는 지금 요양원에 들어가는 길이랍니다. 늙은 사람들이 마지막에 죽으러 가는 곳이죠! 빨리 가고 싶지 않네요." 하면서 부드러운 어조로 말을 이어 갔다. “의사가 말하길 내게 남은 시간이 얼마 없다고 하네요!"
그 말을 듣는 순간 기사는 조용히 미터기를 껐다.
"할머니! 어디 가 보고 싶은 데 있으세요? "하고 물었다. 할머니는 젊은 시절 일했던 호텔을 가보고 싶다고 해서 방문했고 이미 고인이 된 남편과 젊었을 적 함께 살았던 집을 비롯해 소싯적 다녔던 댄스 스튜디오를 방문하여 기사에게 보여주기도 하였다. 그렇게 두 시간 동안 기사는 할머니와 함께 시내 곳곳을 돌아다녔다.
한참을 이곳저곳을 돈 후 할머니는 "이제 피곤하네요! 목적지로 가 주세요!"라고 말했다. 최종 목적지인 요양원으로 향하면서 그들은 서로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 도착한 요양원은 생각보다 작았다. 도로 한 편에 차를 세우니 두 명의 간호사가 나와서 할머니를 맞이했다. 그들은 할머니를 휠체어에 태웠고 기사는 트렁크 속에 두었던 여행 가방을 꺼내 들었다.
"요금이 얼마죠?" 할머니는 핸드백을 열며 물었다. 그러자 기사는 대답했다. "오늘은 무료입니다!" 그러자 할머니가 말했다. "그래도 이 사람아! 생계는 꾸려 나가야지!" 하자 그는 웃으면서 답했다. "승객은 또 있으니까 괜찮아요!" 하며 기사는 할머니를 꼭 끌어안았다.
"이 늙은이의 마지막 여행을 행복하게 만들어 줘서 고마워요!" 기사의 품에서 두 눈에 눈물이 가득 고인 채 할머니는 그에게 말했다. 택시를 몰고 돌아오는 기사의 눈에도 눈물이 가득 고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