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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

by 낭만 테크 김사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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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년대 어느 대학 캠퍼스에 남자 생물학도가 있었다. 그는 우연히 캠퍼스를 걷다 긴 생머리를 한 여대생을 보게 되었다. 그는 첫눈에 그 여대생을 사랑하게 되었다. 수소문 끝에 그녀가 국문학과 여대생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지만 그는 쉽게 다가서지도, 좋아한다고 고백하지도 못하고 그저 먼발치에서 그녀를 매번 바라만 보았다.


그러다 그는 용기를 내어 그녀가 다니는 문학 동아리에 가입해 끈질긴 구애 끝에 드디어 그녀와 연인이 되었다. 그렇게 그들은 사랑하며 공부하며 즐거운 대학 시절을 보냈고 똑 같이 교사 임용고시에 합격해 그는 생물 선생님으로 그녀는 국어 선생님으로 임용되어 행복한 나날을 꿈꾸게 되었다. 그러나 행복한 순간도 잠시 그들은 어떤 이유로 헤어지고 말았다.


그렇게 사랑하는 연인과 헤어진 그는 중학교 생물 선생님이 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교무회의 시간에 장황한 연설로 유명한 교장 선생님의 끝없는 훈시에 모두 지쳐서 다른 짓을 하고 있을 때 그도 공책에 동그라미를 그리며 낙서를 하기 시작했다. 그러다 문득 대학 시절 헤어진 그녀가 생각나 그녀의 얼굴을 그리게 되었다. 그리고 그녀의 얼굴 옆에다 시를 적기 시작했다.


“동그라미 그리려다 무심코 그린 얼굴 내 마음 따라 피어나던 하얀 그때 꿈을

풀잎에 연 이슬처럼 빛나던 눈동자 동그랗게 동그랗게 맴돌다 가는 얼굴

동그라미 그리려다 무심코 그린 얼굴 무지개 따라 올라갔던 오색 빛 하늘 나래

구름 속의 나비처럼 날으던 지난날 동그랗게 동그랗게 맴돌곤 하는 얼굴”


마침내 지루했던 교무 회의가 끝나고 그의 옆에 앉아 있던 음악선생님이 그의 그림과 시를 보고

즉흥적으로 이 시에 곡을 붙였다. 그렇게 5분 만에 "얼굴"이라는 제목의 노래가 탄생하였다.


시간이 흘러 이 곡을 작곡한 음악 선생님이 어느 라디오 노래자랑 프로그램의 심사를 맡게 되었다. 그런데 이 프로그램의 PD가 출연자들이 각각 다른 노래로 경연하는 것보다 모두 같은 노래로 경연을 하면 공정한 심사가 될 것 같다며 이미 알려진 노래보다는 새로운 노래를 찾자 음악 선생님은 자신의 노래 "얼굴"을 추천했다.


그렇게 이 노래는 라디오 전파를 타게 되었고 많은 사람들이 이 노래를 사랑하게 되어 70년대에 큰 인기를 끌게 되었다. 노래 "얼굴"은 그렇게 세상에 알려졌다.


그리고 이 노래의 가사를 만든 생물 선생님은 자신이 쓴 가사처럼 동그라미 그리려다 무심코 그린 얼굴을 잊지 못하고 헤어졌던 그녀를 다시 찾아 사랑의 결실을 맺었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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