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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영웅

by 낭만 테크 김사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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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어느 시골 마을에 앞이 보이지 않는 시각 장애인 소년이 살고 있었다. 앞을 볼 수 없는 그 소년은 주변에 친구도 없었고 앞을 볼 수가 없기에 직접 몸을 움직여서 하는 취미도 가질 수 없었다. 그런 소년이 가장 좋아하는 것은 야구였다.

소년의 유일한 즐거움은 자신이 좋아하는 강타자가 속해 있는 야구팀의 경기 중계를 라디오로 듣는 것이었다. 그 선수가 홈런을 치면 즐거워했고 삼진 아웃이 되면 안타까워했다. 어느새 그 선수는 소년의 영웅이 되어 있었다.

어느 날 소년은 용기를 내어 그 선수에게 편지를 썼다.
“나의 영웅에게…
안녕하세요. 저는 눈이 보이지 않습니다. 그래서 당신이 활약하는 모습을 직접 볼 수가 없습니다. 그러나 당신의 홈런 소식으로 매일매일이 즐겁습니다. 나도 당신 같은 훌륭한 야구 선수가 되고 싶습니다. 그렇지만 앞을 볼 수가 없어 그럴 수가 없습니다. 수술을 하면 앞을 볼 수 있는 가능성은 있다고 하는데 수술해도 앞을 못 볼 까봐 너무 겁이 나서 수술을 받을 용기가 나지 않습니다. 저도 당신 같은 강한 정신력과 용기를 갖고 싶습니다.”

이 소년의 편지가 매스컴에 소개되면서 그의 편지는 야구팬들에게 큰 화제가 되었고 많은 사람들이 소년의 사연에 안타까워했다. 그러던 중 그 선수가 소년의 사연을 알게 되어 마침내 소년과 선수는 직접 만나게 되었다. 소년은 자신의 영웅을 직접 만나게 되어 너무너무 기뻤다.

선수 또한 자신을 좋아하는 소년에게 희망과 용기를 불어넣어 주고 싶었다. 그래서 그는 소년에게 한 가지 제안을 했다.
내일 시합에서 만일 그가 홈런을 치게 되면 소년도 반드시 용기를 내어 수술을 받아 시력을 되찾으라고... 소년도 흔쾌히 선수의 제안을 수락하였다. 그리고 반드시 내일 홈런을 쳐 달라고 부탁하였다.

다음날 경기는 시작되었고 선수는 소년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평소보다 훨씬 비장한 각오로 경기에 임했다. 이 소식을 전해 들은 관중뿐 만 아니라 라디오 중계를 듣는 청취자 그리고 각종 매체에서도 이 선수가 홈런 치기를 모두 간절히 기대하며 한 회 한 회 응원하였다.

그러나 선수는 오히려 긴장한 탓인지 평소의 기량을 발휘하지 못하고 홈런은커녕 안타 하나도 기록하지 못하고 많은 사람들의 가슴만 태웠다. 소년도 라디오를 들으면서 그의 영웅이 홈런을 치기를 열심히 응원하였으나 안타깝게도 그의 홈런은 터지지 않은 채 마지막 회까지 경기가 진행되었다.

그리고 마지막 회 타석에 들어선 선수는 크게 헛스윙을 하면서 삼진 아웃이 되었다. 소년과의 소중한 약속을 지키지 못한 선수는 크게 실망하여 고개를 들지 못하였다. 그리고 이 안타까운 광경을 지켜본 모든 관중들도 말을 잊은 채 온 스타디움은 순간 적막에 쌓였다.

모두들 그가 홈런을 쳐서 시각 장애인 소년에게 희망과 용기를 줄 것을 기대하였으나 그것을 이루지 못한 눈앞의 현실을 원망하면서 모두 망연자실 해하였다.

그렇게 잠시 적막이 흐르던 그 순간 갑자기 장내 아나운서의 목소리가 크게 울려 퍼졌다.

“홈런! 홈런! 홈런입니다. 그것도 엄청나게 큰 초대형 홈런입니다. 너무 큰 홈런이라 홈런 볼을 도저히 찾을 수 없는 홈런입니다.”

잠시 어리둥절하던 관중들도 모두 일어나 엄청난 박수와 환호성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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