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내지 못한 메시지

Sep 22. 2025

육십이 넘은 노 부부가 성격차이로 이혼을 했다. 이혼이 확정된 날 이혼 처리를 담당했던 변호사가 같이 저녁식사를 하자고 제안해서 두 부부는 탐탁지 않았으나 마지막이라는 생각에 같이 하기로 했다.

저녁 식사를 한 곳은 법원 근처의 치킨집이었다.

주문한 치킨이 도착하자 할아버지는 이제 마지막이다 싶어 자기가 가장 좋아하는 날개 부위를 찢어 말없이 할머니에게 권했다. 이 모습은 본 변호사는 어쩌면 이 두 노부부가 다시 화해할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런데 그 순간 할머니가 매우 기분 상한 얼굴로 화를 내면서 말했다.

“지난 삼 십 년간 당신은 항상 그래왔어요. 당신은 늘 자기중심적으로만 생각하고 행동했죠. 그런데 이혼하는 날까지도 그러네요. 나는 닭날개를 싫어한단 말이에요. 나는 닭다리를 좋아한다고요. 당신은 평생 내가 어느 부위를 좋아하는지 한 번이라도 물어봤나요? 당신은 정말 이기적인 사람이에요.”

할머니의 말을 들은 할아버지는 매우 당황하며 말했다.

“그게 아니고 닭날개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부위야 그동안 나는 내가 가장 먹고 싶은 부위를 지난 삼 십 년간 당신에게 먼저 양보한 것인데 어떻게 나에게 그렇게 말할 수 있어요? 이혼하는 날까지… “

그렇게 화가 난 노 부부는 어쩔 줄 모르는 변호사를 두고 서로 씩씩대며 각자의 집으로 돌아가버렸다.

집에 도착한 할아버지는 자꾸 할머니가 한 말이 생각났다. 그리고 가만히 생각해 보니 정말로 아내 말 대로 지난 삼 십 년간 아내에게 어느 부위를 좋아하는지 한 번도 물어본 적이 없었다. 그저 내가 좋아하는 부위를 주면 좋아하겠지 하고 생각했을 뿐이었다. 오히려 내가 좋아하는 부위를 주어도 매번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던 아내에게 그저 섭섭하다는 생각만 했었던 것 같다.

곰곰이 생각해 보던 할아버지는 자신이 잘 못한 것임을 깨닫고 또 아직도 할머니를 그리워하고 있기에 아내의 마음을 풀어주려고 전화를 했다. 그러나 몇 번을 걸어도 할머니는 전화를 받지 않았다.

할머니는 집에 돌아와서도 화가 풀리지 않았다.

그런데도 할아버지가 계속 전화하자 할머니는 핸드폰을 아예 꺼버렸다.

다음날 아침 일찍 눈을 뜬 할머니도 어제 일을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그러고 보니 나도 남편이 닭날개를 좋아하는지 지난 삼십 년 동안 전혀 몰랐네. 자기가 제일 좋아하는 부위를 매번 먼저 떼어서 나에게 권했는데 뽀로통한 얼굴로만 대했으니 얼마나 섭섭했을까? 남편이 나를 그렇게까지 마음 써 주었는지는 미처 몰랐네. 비록 헤어졌지만 이제라도 사과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