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에서 근무하는 30대 회사원이 일이 생겨 서울 강남 본사로 출근하게 되었다.
용인 회사로 갈 때는 일반적으로 자가용으로 출퇴근하는데 막상 서울로 가려고 하니까 차도 막힐 것 같고 지하철을 타려고 하니 너무 답답할 것 같아서 오랜만에 버스를 타고 가기로 마음먹고 버스를 기다렸다
아침 일찍 집에서 나온 그는 7시 50분경 버스가 도착하여 탑승하였다.
언제나 그랬듯이 서울 가는 버스는 만원 일거라 생각했는데 그날은 보통 때와 다르게 빈 좌석이 몇 개 있었다. 오늘은 운이 좋다고 생각하며 그는 자리에 앉아서 잠을 청하였다. 그런데 버스가 몇 정거장 지난 후에 막 출발을 하려고 했을 때 한 할아버지가 양손 가득히 짐을 들고 버스를 힘겹게 올라탔다.
한눈에 보기에도 서울에 있는 당신의 아들이나 딸에게 주려고 직접 재배한 채소와 만든 음식물을 잔뜩 싸 들고 버스에 탄 것 같아 보였다. 그런데 한 10미터 정도 버스가 전진했을까? 갑자기 버스가 급정차하였다.
놀란 사람들이 무슨 일인가 하고 모두 앞을 쳐다보았다.
운전석 쪽을 쳐다보니 버스를 급정차 한 운전기사가 할아버지에게 차비가 없으면 빨리 내리라고 하고 있었다. 할아버지는 어쩔 줄 몰라하며 지갑을 놓고 와서 그러니 한번만 태워 달라고 애원하다시피 말을 하고 있었다. 그러나 운전기사는 막무가내로 빨리 내리라고 소리를 질렀다.
회사원은 마음속으로는 운전기사에게 어르신한테 너무 한다고 뭐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차마 입이 떨어지지 않아 조용히 앉아있었다. 대부분의 다른 승객들도 다들 비슷한 마음으로 그저 쳐다만 보고 있었다.
그런 찰나에 초등학생으로 보이는 한 여자아이가 뒷좌석에서 일어나 성큼성큼 운전석 쪽으로 걸어갔다.
아이는 기사 옆에 도착하자 가방을 바닥에 내려놓고 여기저기 뒤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기사아저씨에게 막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
아이는 귀가 떨어져 나갈 정도의 큰소리로 “할아버지잖아욧! … 아저씨! 앞으로는 이렇게 불쌍하신 분들 타시면 공짜로 10번 태워주세요!”라고 말하면서 만 원짜리 한 장을 돈 통에 집어넣었다.
그리고는 아이는 할아버지를 자기가 앉아 있던 자리로 모시고 가서 그 자리에 앉혔다.
그렇게 버스는 다시 출발을 하였고 버스 안은 정적이 흘렀다.
승객 모두들 이 순간 자신이 어른이라는 것을 부끄러워하는 것 같았다. 회사원도 너무도 자신이 부끄러워 고개를 차마 들지 못했다. 그는 도저히 서울까지 버스를 타고 갈 용기가 나지 않아 다음 정류장에 정차할 무렵 지갑에서 만원을 꺼내 아이의 손에 쥐어 주고는 버스 문이 열리자마자 “미안해 그리고 고마워 학생” 하고 말하며 도망치듯 버스를 뛰어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