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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낭만 테크니션 Jun 20. 2020

노점상

조 아데스라는 미국 뉴욕의 74세 된 노점상이 있습니다. 이 할아버지는 뉴욕 시내 곳곳의 길모퉁이를 매일 바꿔가며 좌판을 펴고 5달러짜리 스위스제 야채껍질깍이를 파는 노점상입니다. 이 할아버지가 하루에 얼마나 버는지는 알 수 없지만 해가 지고 장사를 접은 뒤 이 할아버지의 생활은 다른 일반 노점상과는 180도 달라집니다. 이 할아버지는 세계에서 가장 비싼 주택가 중 하나인 뉴욕 맨해튼 파크 애비뉴에 최고급 아파트를 소유하고 있고 매일 맨해튼 최고급 호텔 레스토랑인 피에르나 장조르주에서 아내와 최고급 샴페인과 더불어 저녁식사를 즐긴다고 합니다.

홀어머니에 7남매 중 막내로 태어난 영국 맨체스터 출신인 그는 15세 때부터 노점상을 시작했다 합니다. 2차 세계대전 이후 폐허 속에서 찾아낸 낡은 만화책이 그의 첫 상품이었고 철 지난 크리스마스 트리도 그의 주요 상품이었다고 합니다. 영국에서 노점상으로 성공을 거둔 그는 1980년대에 미국으로 건너와 지금의 부를 축적했다 합니다. 그의 성공 비결은 먼저 사람의 관심을 끄는 것이었습니다. 그는 100만 원이 넘는 고급 양복을 입고 마치 숀 코너리와 같은 영국 신사 풍모로 길바닥에 구부리고 앉아 야채를 깎고 있으면 많은 사람들이 호기심을 보이며 모여들게 되고 그는 특유의 말솜씨로 야채껍질깍이를 팔았습니다. 5달러짜리 야채껍질깍이 하나만 구매하려는 손님에게는 손님의 손을 물리치며 “결코 고장 나지도 않고 녹이 슬지도 않는 이 껍질깍이를 왜 여러 개 사야 할까요?....... 이 좋은 것을 혼자 쓰면 안 되죠. 친척과 친구들에게도 선물해야죠?” 하며 서너 개를 팔았습니다. 그리고 또 다른 성공 비결은 바로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해 행복감을 느끼는 것이었습니다. 할아버지는 진정으로 자신이 하는 일을 좋아했고 행복해했다고 합니다.    이 할아버지는 뉴욕에서 유명 인사가 되었고 많은 방송사에서 그를 취재하려고 몰려들었습니다. 그를 인터뷰하며 그의 재산에 놀라는 NBC 기자에게 할아버지는 “60년간 모은 푼돈을 절대 무시하면 안 됩니다” 하면서 빙그레 웃었습니다.   


우리나라에도 노점상으로 거부가 된 사례가 있는지 모르겠지만 우리나라의 노점상은 일반적으로 경제적으로 힘든 사람들이 다른 직종 이것저것 다해보고 나서야 마지막으로 선택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노점상이 파는 상품은 액세서리, 옷, 가방, 채소, 과일 등 엄청나게 많지만 가장 많은 상품은 아마 떡볶이, 순대, 도넛 등과 같은 먹거리가 아닐까 싶습니다. 이런 먹거리 상품을 팔려면 리어카나 포장마차와 같은 간이 시설물이 필요하고 이런 시설물은 보통 일반 도로나 인도를 불법으로 점유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이를 단속하는 시당국과 마찰이 자주 일어납니다. 먹고살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불법 점유하는 노점상이나 법집행을 위해 이를 철거해야 하는 단속반이나 나름 다 사정이 있는데 어쩔 수없이 물리적 충돌이 일어나는 안타까운 일들이 많습니다. 


어느 도넛과 샌드위치 등을 파는 50대의 노점상이 있었습니다. 어느 추운 겨울날 퇴근 시간 무렵에 장사를 시작하려 도넛과 샌드위치, 삶은 계란과 따뜻한 우유를 리어카 좌판에 진열하자마자 단속반이 들이닥쳤습니다.  단속반원들은 평소에는 말로만 철거하라고 했지만 오늘은 무슨 일이 있었는지 도착하자마자 다짜고짜 리어카를 거세게 끌고 가려했습니다. 노점상 아저씨는 스스로 철거하겠다고 사정을 했지만 단속반들은 막무가내였고 서로 몸싸움하는 과정에서 리어카 위에 진열되어 있던 도넛과 샌드위치, 삶은 계란이 길바닥에 널 부러져 버렸습니다. 이를 본 아저씨는 망연자실해져 도로 위에 철퍼덕 주저앉아 버렸습니다. 그럼에도 단속반원들은 리어카를 끌고 가려고 했습니다. 주변에 지나가던 행인들은 모두 쳐다보기만 할 뿐 아무도 나서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그때 “열심히 살아 보겠다고 하는 것인데 너무 하지 않나요?” 하며 지켜보던 어느 아주머니가 소리쳤습니다. 그러자 주변의 다른 사람들도 웅성대며 동조하자 단속반들도 멈칫하며 단속의 손길을 멈추었습니다. 잠시 어색한 정적이 흐르는 가운데 어느 말쑥한 정장 차림의 중년 신사가 뚜벅뚜벅 걸어 나와 길바닥에 떨어진 흙 묻은 도넛을 몇 개 줍더니 멍하니 앉아 있는 아저씨에게 다가가 만 원짜리 한 장을 손에 쥐어 주고 갔습니다. 그러자 아까 소리쳤던 아주머니가 우유 몇 개를 집어 들더니 아저씨에게 “힘내세요” 하며 천 원짜리 지폐 몇 장을 지불했습니다. 그러자 어느 여학생은 땅에 떨어진 계란과 리어카 위에 있는 샌드위치를 집더니 “잘 먹을 게요” 하며 돈을 지불했습니다. 그러자 주변에 있던 사람들이 하나씩 음식을 사기 위해 줄을 서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채 10 분도 지나지 않아 땅바닥에 떨어진 음식과 리어카 진열대 위에 있던 모든 음식들이 다 팔려 버렸습니다. 마지막으로 남은 우유 하나를 산 어느 할아버지는 아저씨의 어깨를 그저 말없이 두드려주고 돌아갔습니다. 날은 추웠지만 참 따듯한 퇴근길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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