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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낭만 테크니션 Jun 20. 2020

꽃, 풀꽃

나는 시에 대해 많이 알지는 못 하지만 몇몇 좋아하는 시가 있습니다. 김춘수 시인의 대표작 <꽃>이 그중의 하나입니다. 김춘수 시인은 꽃의 시인으로 알려졌을 만큼 그에게 꽃은 의미를 피워내는 형이상학적 존재 그 이상입니다. 그의 시집 <꽃의 소묘>에 수록되어 있는 <꽃을 위한 서시>에서 그는 꽃을 실체가 드러나지 않는 존재로 묘사하였습니다. 

“나는 시방 위험한 짐승이다. 나의 손이 닿으면 너는 미지의 까마득한 어둠이 된다.

 존재의 흔들리는 가지 끝에서 너는 이름도 없이 피었다 진다.

 눈시울에 젖어드는 이 무명(無名)의 어둠에 추억의 한 접시 불을 밝히고

 나는 한 밤 내 운다.”


그러나 <꽃>에서는 단지 하나의 몸짓으로만 존재하던 무엇에게 이름을 불러 줌으로써 하나의 의미 있는 존재로 끌어올렸습니다. 

“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준 것처럼 나의 이 빛깔과 향기에 알맞은

  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 다오. 그에게로 가서 나도 그의 꽃이 되고 싶다.

  우리들은 모두 무엇이 되고 싶다.

  너는 나에게 나는 너에게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눈짓이 되고 싶다.” 


사실 무슨 의미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냥 읽기만 해도 좋다는 느낌이 드는 시입니다. 이렇듯 김춘수 시인의 시는 형이상학적인 내용을 포함하고 있어서 직관적으로 이해하기가 어렵습니다. 이에 반해 내가 좋아하는 또 다른 시인 나태주의 시는 아주 직관적이고 이해하기가 쉽습니다. 그리고 짧기까지 합니다. 그도 꽃에 대한 많은 시를 남겼습니다. 


<꽃그늘>

“아이에게 물었다. 

 이담에 나 죽으면 찾아와 울어줄 거지?

 대답 대신 아이는 눈물 고인 두 눈을 보여 주었다”.


<꽃이 되어 새가 되어>

“지고 가기 힘겨운 슬픔 있거든 꽃들에게 맡기고

부리기도 버거운 아픔 있거든 새들에게 맡긴다.”


그는 꽃 중에서 특히 풀꽃에 관한 연작시를 썼습니다. 그래서 그를 <풀꽃시인>이라 부릅니다.


<풀꽃 1>

“풀꽃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풀꽃 2>

 “이름을 알고 나면 이웃이 되고

   색깔을 알고 나면 친구가 되고 

   모양까지 알고 나면 연인이 된다.

   아, 이것은 비밀”.


<풀꽃 3> 

“기죽지 말고 살아봐

 꽃 피워봐

 참 좋아”. 


이런 시를 읽으면 가슴 한 편이 정화되는 느낌이 듭니다. 시의 구성이 비슷해서 나태주 시인의 작품으로 자주 오해를 받는 시가 하나 있습니다.


“뽑으려 하니 잡초였지만, 

품으려 하니 모두 꽃이었다”.


우리 모두 꽃이 되어 서로의 품 안에 안겨 지길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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