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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대권 Apr 30. 2020

[인도 여행이 뭐길래?] #6

#6 Nice to meet you


저기 소다, 소


낮잠으로 버스에서의 피로감을 덜어낸 우리는 다시 뉴 마날리 거리를 구경했다.


델리와는 다른 모습에 여전히 적응되지 않았지만, 마날리는 좀 더 배낭여행자들의 도시라는 느낌이 강했다.


아마 마날리에 있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레로 향하기 위해 중간에 들렀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원숭이, 소

길을 걸으면 우리의 관심을 끄는 것은 배낭 여행객들 뿐만 아니라 동물들도 있었다.


처음 보는 야생 원숭이와, 길을 지나는 사람들 곁에서도 어색해 보이지 않는 소를 볼 수 있었다.


특히 길이 좁은 뉴 마날리에서 소가 천천히 걸어가고 있으면 그 뒤에서 천천히 걷는 사람들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귀한 비상식량

인도에 오면 한식을 먹을 일이 있을까 했지만, 점심에 이어 저녁도 한국 음식을 먹었다.


'벌써 한국 음식이 그립기 시작하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여행 초반에 물갈이로 고생하는 것보다는 낫겠지' 싶었다.


다음 날 패러글라이딩을 하고 밤에 레로 넘어가는 버스를 타기 전까지, 딱히 계획해둔 일이 없었던 우리는 저녁 식사를 마치고도, 한동안 테이블에 앉아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You wanna come upstairs?'


숙소를 1층에 잡았던 터라, 숙소를 오가는 사람들과 자연스럽게 안면을 튼 우리에게 갑자기 미국인 여행객이 말을 걸어왔다.


혼자 인도를 여행 중인데, 심심하면 올라와서 같이 놀자는 것이었다.


마침 할 일도 없어서 흔쾌히 올라갔다.


비싸서 포기했던 숙소의 3층을 이렇게나마 방문하게 된 것이다.

친구들

우리에게 먼저 말을 건 미국인 친구의 이름은 마이클이었는데, 마이클이 우리 둘을 부르고, 우리가 함께 얘기를 나누는 소리에 하나둘씩 사람이 늘어 다섯 명이서 함께 밤을 보냈다.


네팔에서 온 커플까지 합류했는데, 다섯 명 각자의 이야기를 하고 듣다 보니 시간 가는 줄 몰랐다.


서로 '인도에 오기 전까지 했던 일들'과, '인도에 오게 된 이유' 등 할 얘기를 주고받았다.


'올라가는 건 좋은데 할 얘기가 없으면 어쩌지'했던 걱정은 더 이상 떠오르지 않았다.


배가 고프면 음식을 주문해 먹고, 살짝 심심해진다 싶으면 마이클이 준비해온 전통 악기 연주하는 것을 구경했다.

악기 강습

마이클의 악기 강습


악기를 연주하는 모습에 흥미를 보이자, 마이클은 먼저 나서서 우리에게 악기 연주하는 방법을 알려주었다.


인도의 전통 악기라는데, 서툴렀지만 부족한 만큼 배워가는 재미가 있었다.


나는 악기에 소질이 없어 포기했지만, 현상이는 그 몇 시간 사이에 꽤 마이클 흉내를 낼 정도가 되었다.


영어를 못했던 우리와 얘기하면 답답할 만도 했는데, 오히려 더 천천히 얘기해주고, '이미 충분히 잘하고 있다'라고 말해줘서 고마웠다.


'모국어가 아닌데 나랑 얘기하고 있는 것만으로 대단한 거라고 생각해'


이 말이 아직도 기억에 남는데, 이런 격려 덕분에 실수를 두려워하지 않고 더 신나게 말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Bar

숙소에서 밤을 지새우며 얘기하다, 다른 손님들에게 방해가 될 것 같아서 근처 바로 위치를 옮겼다.


이쯤 되니 만난 지 5~6시간이 넘어서, 했던 얘기와 처음 하는 얘기를 구분할 수 없을 정도가 되었지만 크게 중요하지 않았다.


다시 들으면 그 나름대로, 마이클의 생각을 다시 확인할 수 있어서 좋았고, 새로운 얘기는 또 다른 그의 생각을 들을 수 있었다.


인도에 오기 전에 우리가 생각했던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는 여행'을 과연 할 수 있을까 싶었는데, 생각보다 빨리 할 수 있어서, 생각보다 더 재밌어서 신기했다.


여행을 하는 데는 자신만의 계기가 있을 텐데, 이런 다양한 사람들의 생각, 경험을 공유할 수 있는 것은 행복했다.


같은 생각 하는 사람을 만나면 서로에게 공감대를,

다른 생각 하는 사람을 만나면 내 좁았던 시야를 넓힐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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