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패러글라이딩
숙소에서 만난 친구들과의 밤을 보내느라 늦게 잤지만, 아침일찍 일어나야할 이유가 있었다.
패러글라이딩 픽업이 아침에 예정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인도에 온 후로 가장 큰 돈을 쓴 일인데, 늦잠으로 놓칠 수는 없었다.
패러글라이딩 장으로 이동하는 길은 아름다웠다.
윤카페에서 예약해서 다행이지, 만약 아니었다면 의심을 먼저 했을 정도로, 꼬불꼬불한 비포장도로의 연속이었다.
잠도 덜 깨서 덜컹덜컹 거리는 차가 불편하기만 했는데, 산 속을 지나 경치가 보이기 시작하니 불평이 사라졌다.
여행 책에서 마날리를 '인도의 스위스'라고 표현한 것을 보고 '별 걸 다 갖다 붙이네'라고 생각했는데, 스위스를 가보진 않았지만 '이만큼 아름다우니 그렇게 불렀구나' 싶었다.
설레는 마음을 안고 차에서 내리자마자, 직원이 우리를 불렀다.
여기 싸인하고 올라가면 된다는데, '대충 읽고 빨리 가자'라고 했던 우리를 집중하게 만든 문장이 있었다.
'사고가 나더라도, 아무 책임을 묻지 않겠다'
국내에서도 어디를 가든 이런 서류에 서명했던 기억은 많은데, 인도였던 만큼 괜히 걱정이 생기기 시작했다.
나를 맡은 직원이 장비 착용을 도와주며 물었다.
당시 90kg후반을 넘었을 때라, 줄여서 90kg 정도라고 했다.
항상 비행 전에 확인하는 것 뿐이니, 너무 걱정하지 말라고 했지만 십 분 전에 있던 설렘은 모두 걱정으로 바뀌어 있었다.
패러글라이딩을 처음 해보는 우리에게 딱 한 가지만 기억하라고 했다.
내리막길을 달리다, 몸이 뜨기 시작해도 계속 뛰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시키는 대로 하겠다고 했다.
내리막길을 계속 뛰었다.
뛰다보니, 어느새 땅이 아닌 허공을 달리고 있었고, 드디어 비행에 성공했다는 것을 의미했다.
약 10분 정도의 짧은 비행이었지만, 여러가지 생각이 들었다.
마날리의 경치가 너무 아름다웠고, 첫 패러글라이딩에서 오는 쾌감, 인도에 온 후로 가장 행복한 순간 중 하나가 아니었나 싶다.
이 생각이 들 때쯤, 친절하게 '다리를 앞으로 쭉 피면 돼'라고 말해주었다.
축구할 때 태클하듯이, 착륙과 동시에 약 10m를 발 끝으로 땅을 끄니, 착륙에 성공했다.
비행 중에 찍었던 영상은, 시간이 지나 돌려보아도 그 때의 감정이 선명하게 되살아날 정도로 만족스러웠다.
'세계에서 가장 저렴한 패러글라이딩'을 비롯해 인도에서의 좋은 기억이 더 많아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