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여행이 뭐길래?] #16

#16 Adios Amigo

by 고대권

'다시 레'


로컬 버스를 타고 다시 레에 도착했다. 이번 여행에서 처음으로 한 번 거쳐갔던 곳을 돌아온 것이다.


판공초라는 첫 번째 목표를 달성한 우리에게는 타지마할갠지스 강, 두 가지 목표가 남아있었다.


레~마날리~델리로 되돌아가는 일정의 시작에서 어느덧 낯설음보단 익숙함이 기다리고 있었다.


매일 밤 침대에 누워서 1일째, 2일째를 세며 언제 한 달을 채우나 걱정했던 시간이 남은 날짜를 세며 아쉬워하는 기대로 바뀌고 있었다.


KakaoTalk_20200514_040856367.jpg
KakaoTalk_20200513_000838693.jpg
익숙한 레 왕궁

'떠날 준비'


어느덧 익숙해진 레에서 일상과도 같은 시간을 더 보내고 싶은 마음도 있었지만, 다음 목표를 위해 움직여야겠다는 생각이 더 컸다.


가난한 배낭여행자 둘을 너그럽게 반 값 가격에 지낼 수 있게 도와주신 숙소 아저씨에게 우리가 떠날 때가 되었음을 알리고, 다시 마날리로 돌아갈 준비를 했다.


떠나는 날 까지도, 아저씨는 모닝 짜이를 잊지 않고 가져다주셨다.


매일 밤 북두칠성을 코 앞에서 볼 수 있었던 숙소와 마침내 작별 인사를 했다.

KakaoTalk_20200513_000838310.jpg 레의 마지막

버스 시간에 여유 있게 숙소를 나와 마지막으로 레를 눈에 담고 떠나기로 했다.


아무렇게나 찍어도 선명함을 숨길 수 없는 하늘은 레를 떠나면 볼 수 없을 것 같았다.


레의 익숙함이 고산 지대와의 익숙함을 의미하진 않는지, 여전히 올라가는 길은 힘들었지만, 덕분에 조금 더 오래 레의 하늘을 올려다볼 수 있었다.

KakaoTalk_20200513_000838025.jpg 마지막 아미고

'Hey friend, 우리 오늘은 삼겹살로 줘'


'레에 있는 동안 뭘 가장 많이 했냐'라는 질문을 받으면 주저 없이 '아미고에서 시간을 보냈다'라고 할 정도로 일주일 동안 우리는 아미고에서 많은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눴다.


우리의 레에 대한 기억 대부분을 차지하는 아미고에서도 오래 지낼수록 힘든 점이 하나 있었는데, 다른 손님들이 삼겹살을 먹을 때 나는 고기 냄새였다.


비교적 비싼 가격의 삼겹살은 우리에겐 사치였고, 주로 볶음밥, 비빔밥을 먹었다.


자의 반 타의 반으로 판공초 지프 투어를 포기하게 되면서 예산에 숨통이 트여서 레의 마지막 식사는 삼겹살을 먹기로 했다.


늘 저렴한 메뉴만 먹었던 우리가 익숙했는지, 삼겹살을 시키자 거건이 놀란 것은 당연했다.


맛은 설명할 필요가 없었다.

KakaoTalk_20200513_000837700.jpg Amigo

"우리 떠나"


감격스러웠던 식사를 마치고, 버스 정류장으로 떠날 때가 되었다.


매일 상주하다시피 하며 있어서 친해진 모두가 우리를 배웅해주었다.


한국 외대 출신이라던 사장님부터, 7일 내내 나한테 체스를 한 번도 이기지 못한 거건, 매일 혼자 일하는 것 같은 파블로, 일하는 시간보다 노는 시간이 더 많았던 찰리까지 다들 아쉬워했다.


우리의 쉼터가 되어줬던 아미고와 친구가 되어줬던 사람들을 뒤로하고, 마날리로 가는 버스를 타러 갔다.


거건이 내가 다시 돌아오면 체스 절대 안 지겠다고 했는데, 사진에서도 나를 째려보고 있는 것 같다.


거건, 체크메이트!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