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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대권 May 12. 2020

[인도 여행이 뭐길래?] #15

#15 창라 고개 넘어


'어렵게 저녁을 먹었다.'


하루밖에 주어지지 않은 판공초에서 남은 시간은 누워서 별을 보는 것이 전부였다.


판공초에 숙소를 따로 구하지 않았기 때문에 가져온 침낭을 호숫가에 깔고 누웠다.


비 예보가 있어서 걱정했는데 비는커녕 하늘이 너무 맑고, 침대에서 천장을 보는 것처럼 가깝게 느껴졌다.


mp3로 노래를 들으며 별만 계속 보았다.


제주도에서 봤던 별이 가장 밝다고 생각했던 우리에게 판공초의 밤하늘은 새로웠다.


핸드폰 카메라로 밤하늘의 별들이 담기지 않아, 여행을 더 다니려면 좋은 카메라를 사야겠다고 생각한 순간이기도 했다.

판공초 길바닥

'별똥별'


태어나서 처음으로 별똥별을 보았다.


처음인지라 저게 별똥별이 맞나, 잘못 본 것은 아닌가 했는데, 그런 의문도 곧 사라졌다.


운이 좋았던 건지, 원래 판공초의 밤하늘이 그런 것인지, 별똥별을 5번은 더 볼 수 있었다.


두세 번까지는 열심히 소원을 빌던 우리도, 그다음부터는 구경만 했다.


"너희 여기서 자면 안 돼!"


한창 노래를 들으며 별을 보고 있을 때, 멀리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아까 저녁을 도와줬던 네팔 아주머니가 와서 "옷도 얇게 입었는데 여기서 자면 큰일 나!"라고 하셨다.


지프 투어에서 로컬 버스를 타고 오는 것으로 바꾸느라 숙소 예약을 따로 못 했다고 하자, 자기 아는 사람이 숙소 가지고 있는데, 어차피 빈 방이니 편하게 자다 가라고 구해주셨다.


밖에서 자겠다고 떼를 쓰기엔 점점 추워지고 있었기 때문에 감사하다고 말씀드리고 숙소로 옮겼다.


"너희는 내 아들이나 마찬가지야"라는 말과 함께 아주머니는 다시 돌아가셨다.

판공초의 아침

'판공초의 아침'


아주머니 말대로 밖에서 잤으면 정말 큰 일 날 뻔했다.


밤에 바람이 많이 불어, 숙소 안에서 자는데도 쌀쌀함이 느껴졌다.


덕분에 두꺼운 이불속에서 잠을 잔 우리는 다시 버스가 출발하는 장소로 갔다.


다시 언제 돌아올지 모르는 판공초의 모습을 최대한 머릿속에 담으려고 노력하며.

창라 고개

'해발 5360미터, 창라 고개'


판공초에서 레로 돌아가는 길에는 창라 고개를 넘어야 했다.


해발 5360미터가 넘는 창라 고개는 산맥에 쌓인 눈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다.


짐을 최대한 줄이겠다고 얇은 옷만 가져온 우리에게는 너무 힘든 구간이었지만, 어떻게든 기념사진은 남기겠다고 휴게소마다 내려 사진을 열심히 찍었다.


반바지를 입은 우리가 패딩과 두꺼운 옷으로 둘러싼 다른 여행객들의 시선을 얻는 것은 당연했다.

창라 고개

분명 10일 전만 해도, 델리에서 땀범벅이 되어 버스 터미널을 찾으며 30일 여행을 채울 수는 있을까 걱정했는데, 어느새 눈 덮인 히말라야 산맥을 보며 '인도에 조금 더 머물고 싶다'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다른 나라에 10일 이상 머물러본 경험이 없었던 우리에게 인도에서의 10일은 큰 영향을 주고 있었다.


지난 10일 동안 '더 해보고 싶은 것', '더 먹고 싶은 것'들 중 주저하느라 하지 못했던 것들이 있었지만, 후회를 하기보다는 남은 20일을 후회 없이 보내겠다고 다짐했다.


아직 어렸고, 아직 갈 곳이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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