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고대권 May 15. 2020

[인도 여행이 뭐길래?] #17

#17 되돌아가기

마날리행

'되돌아가기'


판공초에서 떠난 후로는 여행했던 곳을 다시 되돌아가기의 연속이었다.


익숙해진 레를 뒤로하고, 처음으로 친구들을 사귀었던 좋은 기억이 남아있는 마날리로 향하는 버스에 올랐다.


어느덧 아무렇지 않다는 듯 20시간이 넘게 걸릴 버스에 타며, 또 어떤 새로운 여행객들과 만날지 기대를 하고 있었다.


20시간 정도는 익숙하다는 우리를 비웃듯, 마날리로 돌아오는 길은 산사태 때문에 도로가 한동안 통제되고 있었고,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26시간의 여정 끝에 마날리로 돌아올 수 있었다.

마날리

'파라다이스'


26시간의 여정 끝에 도착한 마날리에서, 몸은 피곤했지만 다음날 델리로 돌아가는 버스를 바로 예매했다.


한 달이라는 정해진 시간 속에, 레에서 여유 있게 보냈던 시간들을 뒤로하고 타지마할을 보기 위해 아그라로 향해야 했기 때문이다.


버스를 예매하고, 윤카페에서 책을 빌렸다.


주로 배낭 여행객들이 책을 기부하고 떠났다는데, 무라카미 하루키,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책들이 많았다.


몇 안 되는 내가 좋아하는 작가들의 책을 인도에서 보니 반갑기만 했다. 현상이에게는 IQ84를 추천해주고 나는 나무와 파라다이스를 읽었다.


갓 중학생이 되었을 때 읽었던 책들을 10여 년이 지난 후 읽는 기분은 묘했다. 


시원한 마날리의 밤에 따뜻한 짜이와 추억이 들어있는 책을 읽는 순간은 지금도 현상이와 자주 회상하는 순간 중 하나로 남아있다.


특별한 것이 없어서 더 오래 기억에 남는 밤이었다.

델리

"또 델리다.."


마날리에서 델리로 오는 길은 왠지 무난했다.


그 무난함은 델리에 도착해서 내렸을 때 시작된 릭샤 기사들의 호객 행위와 도로 위의 빵빵대는 소리, 도저히 적응이 될 것 같지 않은 불쾌한 습도, 뉴델리역에서 처음 맡았던 냄새, 이 모든 것을 부각시키기 위해서였던 것 같았다.


가장 무질서한, 그 안에서도 나름대로 질서를 가지고 있는 듯한 델리에서 여행객들의 출발점인 빠하르간즈에 숙소를 잡았다.


마날리에서는 다음 목표를 위해 아쉬움을 뒤로하고 빨리 떠나왔다면, 델리는 도저히 오래 있고 싶지 않아서 바로 다음 날 아그라로 향하는 기차 티켓을 예매했다.

레드 포트

'레드 포트'


우리가 하룻밤을 머물 숙소는 에어컨이 없었고, 좁은 방에 갇혀 있기엔 이 하루도 아깝게 느껴져 레드 포트에 갔다.


릭샤 기사들과의 흥정에서 에너지를 뺏기고 싶지 않아서, 구글맵에 의존해 걸어갔다. 생각보다 오래 걸렸지만, 덕분에 시장과 사원, 다양한 동물들을 만날 수 있었다.


레드포트는 외국인 여행객들보다는 현지인이 압도적으로 많았는데, 그래서인지 우리에 대한 시선이 더 느껴졌다.


계속 나를 쫓아다니는 강아지 때문에 투샷밖에 건지지 못했다.

연예인 체험

"사진 같이 찍자"


레드 포트에 앉아 여유롭게 해질녘을 구경하려 했는데, 호기심 가득한 인도 사람들이 우리를 그냥 내버려 두지 않았다.


한 무리와 사진을 찍고 나면, 한 명씩 다시 와서 개인 사진을 다시 찍고 싶어 했고, 이유는 아직도 모르겠지만 우리는 정말 많은 사진에 등장했다.


해질녘보다는 카메라 렌즈를 더 많이 본 것 같았지만, 순수한 인도 사람들의 호기심 덕분에 힘든 기억만 가득했던 델리에서도 좋은 추억을 갖고 아그라로 떠날 수 있었다.


이전 16화 [인도 여행이 뭐길래?] #16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