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모르는 것에 대해 뜨끔했었던 신입사원 시절
영화관 근무 시절, 가끔 고객 문의전화를 직접 받을 때가 있었다. 어느 날 사무실에 걸려온 전화 한 통. 전화를 받으니 다짜고짜 "거기, 잘 알지도 못하면서 영화 상영해요?"라고 묻는 것이다.
‘내가 아무리 근무한 지 얼마 안 되어도 그렇지... 내가 영화를 잘 아는지 모르는지 그쪽이 어떻게 알죠?'
묻고 싶은 마음을 억누르고, "고객님, 제가 아직 영화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하지만, 궁금하신 사항 있으면 확인해서 안내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라며 정중히 대답했다.
그러나 수화기 너머에서 흐르는 잠깐의 침묵... 그리고 그 고객은 웃기 시작했다.
“아, 제가 너무 앞뒤 설명 없이 여쭤봤네요. 홍상수 감독 신작 <잘 알지도 못하면서>라는 영화가 이 영화관에서 상영 계획이 있는지 물어본 거예요."라는 것이다. 홍상수 감독 영화가 주로 와이드 릴리즈(많은 상영관에서 한꺼번에 개봉하는 것)를 하지 않고 몇몇 예술영화 전용관 등에서 작게 상영하다 보니 미리 물어본 것이란다.
“잘 알지도 못하면서" 상영하냐는 말이 스스로에게 자신감이 없었던 신입시절의 나에게는 꽤나 뼈아픈 지적이었나 보다. 지금은 웃으며 얘기할 수 있는 에피소드이지만 그때 당시에는 어찌나 당황스러웠던지! 10년 차가 넘은 지금도 배워 가고 있지만, 이제는 "잘 알지도 못하면서"라는 말에 화들짝 놀라지 않으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