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최악의 상사에게 얻는 교훈

그때, 내가 좀 더 용기를 냈더라면

by KEIDY

그간 겪어봤던 상사 중, 가장 최악의 상사 기억을 꺼내려한다.


그 사람은 실명을 공개할 수 없기에 C 상사라고 이름 붙이겠다. C 상사는 처음부터 잘 맞지 않는 사람이었다. 물론, 나는 그때 사회 초년생이라 더 뻣뻣하고 고분고분하지 않은 스타일이었기 때문에 자주 부딪치곤 했다. 나만의 착각이었을 수도 있지만, C 상사는 내가 공채로 들어왔다는 사실이 탐탁지 않은 듯했다. 그 사람은 공채가 아니라, 현장직으로 입사해서 오랫동안 잔뼈가 굵은 타입이었기 때문이다. 점심시간에 밥을 먹는데 굳이 이 시간에 밥을 먹냐며 괜히 구시렁거리며 눈치를 주는 일도 많았고, 우리 회사는 연간 온라인 교육 수강이 필수였는데 본인의 과제를 나에게 맡길 때도 있었다. 처음엔 멋모르고 과제를 대신 해 주곤 했는데, 그게 부당한 지시였다는 건 나중에서야 인지하게 되었다. 지금 생각해보니 그때 문제 제기를 하지 못한 것이 좀 억울하다. 지금 와서 생각해 보니, 그 상사는 내가 자신에게 위협이 되는 존재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그리고 또 하나는 현장근무여서 한 달에 몇 번 정도 마감 스케줄이 있었는데, 갑자기 그날 술을 마시자고 하는 것이었다. 나는 마감 근무를 끝내면 새벽에나 끝난다고 얘기하며 정중히 거절했는데 그 시간까지 기다린다고 했다. 그리고 마감 근무를 끝내고 나오자마자 사무실 앞에서 기다리는 상사를 볼 수 있었고, 어쩔 수 없이 술집에 가서 술을 마셨다. 게다가 그 상사는 술을 마시면 거의 인사불성이 될 만큼 마시는 스타일이었다. 새벽에 단 둘이서, 근무를 끝내고 바로 끌려와서 피곤한 와중에 먹고 싶지 않은 술을 마시는 그 시간은 너무나 고역이었다. 그때도 인지하지 못했었는데 술을 먹고 해코지를 했을 수도 있겠다고 생각하니 간담이 서늘하다. 그 외에도 특정 직원을 편애하고 그 직원이 큰 잘못을 해도 그냥 넘어가거나, 회식 때 술을 많이 먹고 사무실에 와서 여직원들을 찾는 등 여러 부당한 사건들이 많았다.


내가 본사로 옮긴 이후로 그 사람을 업무상으로 마주칠 일이 없었고, 그 기억은 조금씩 잊혀져 갔다. 가끔 그 시기에 같이 일했던 직원을 만나면 그때 기억나냐며, 추억팔이로 이야기를 꺼낸 적은 있지만 사실 좋지 않은 기억이기 때문에 생각하는 것 자체가 싫기도 했다.


그런데 최근, 그 상사가 권고사직을 당했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다. 그 소식을 들으니, 갑자기 옛 기억이 불현듯 나면서 왜 그때에는 그러한 부당함을 지적할 생각을 못 했을까, 라는 후회가 들었다. 정확한 것은 아니지만, 들리는 바로는 내가 겪었던 것과 비슷한 사례들이 계속 생기면서 결국은 안 좋은 끝을 맺게 되었다고 한다. 물론 그때 내가 문제제기를 했다고 해서 어떤 변화가 있었을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나 같은 피해자들이 더 많이 나오는 것을 조금이나마 막을 수 있지 않았을까? 내가 겪은 일들이 누군가가 봤을 때는 굳이 '피해자'라는 단어를 써 가면서까지 심각하게 부풀릴 일이냐고 생각할 수는 있지만, 차근차근 그때의 일들을 곱씹어 보면 원하지 않는 일에 개인적인 시간을 쓰기를 강요하는 것 자체가 회사를 떠나서 그냥 일반적인 인간관계에서도 부당한 요구였다고 생각한다.


그 사람이 어떤 마음으로 회사를 떠났을지는 알 수 없지만, 이번 일을 통해서 조금이나마 본인을 돌아보고 경각심을 갖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나 스스로도, 나는 혹시 다른 사람에게 내가 원하는 일을 은연중에 강요하고 있던 것은 아닌지 돌아보는 계기로 삼을 것이다. 최악의 상사와의 안 좋은 기억에서도, 타인에 대한 감수성을 더 높이자는 교훈을 얻으려 한다.


keyword
이전 01화#1. 잘 알지도 못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