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직장생활만이 답은 아니다

열심히, 성실하게 회사 생활한다? 이건 칭찬이 아냐

by KEIDY

요새 회사에서는 출산전후휴가 3개월에 유급 육아휴직 1년을 기본으로 쉬는 사람이 많아졌다. 때로는 무급휴가까지 써서 총 2년을 쓰는 사람도 있지만, 나의 경우는 회사의 정기인사에 맞추어 11개월간의 육아휴직 후 복직을 신청했다. 운이 좋게 아이는 집에서 가까운 국공립 어린이집을 갈 수 있게 되었고 하원은 시댁과 친정에서 번갈아 도와주시기로 하여 모든 상황은 내 복직에 맞춘 것처럼 잘 풀렸다.


그러나, 청운의 꿈을 안고 복직했는데... 2020년 1월 말부터 확산되기 시작한 코로나 19는 회사에 심각한 타격을 안겨주었고, 복직해서 1달 다니자마자 전 직원 주 1회 무급휴가를 권고하는 상황이 되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한두 달이면 정상화되겠거니 라는 안이한 마음도 있었던 것 같다. 처음에는 무급휴가 대신 육아기 단축근로제도를 신청하여 1일 2시간씩 단축근로를 했으나 오히려 매일 출근하는데 월급은 더 깎이는 이상한 상황이 연출되어 회사의 권고대로 무급휴가를 신청했다. 연차와 무급휴가를 번갈아 사용해서 주 3~4일 근무를 기본으로 하게 되었고 4,5월에 시범적으로 첫 시행하던 재택근무는 6월부터는 주 1회로 정례화되었다. 회사에 주 2회만 출근해도 되는 상황이 된 것이다.


처음엔 이 상황이 물론 불편하고 싫었다. 눈치도 보였다. 복직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벌써부터 월급이 깎였고, 새로 맡은 업무는 신사업 아이템을 찾고 추진하는 것이다 보니 회사 경영이 악화되어 투자비 자체를 말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열심히 일하고자 마음먹은 사람을 왜 이런 곳에 박아두나, 하고 억울함도 있었다. 나의 10년 경력은 물 경력이구나, 난 이제 좌초하는 배에 타고 가라앉기만을 기다려야 하는구나 싶었다.


그러나, 가만히 생각해 보니 그 상황이 꼭 나쁜 것만은 아니었다. 그때 아기는 돌이 갓 지난, 14개월~15개월쯤 되었기에 아직 엄마의 손길이 필요한 시기여서 이러한 시기에 눈치 보지 않고 아이를 잘 등원시킬 수 있다. 물론, 국공립 어린이집으로 보내는 덕분에 8시 반에도 눈치 안 보고 맡길 수 있다는 것은 정말 천운이기도 하지만... 주 2~3회는 직접 하원도 가능했다. 낮에는 실컷 어린이집에서 놀고, 오후에는 엄마와 함께 지내는 시간이 많았던 것이다. 월급이 물론 1/3 정도 깎였지만 어떻게 보면 돈을 덜 받더라도 아이와 함께 보내는 시간이 늘어나는 것은 나에게도, 아이에게도 너무 좋은 일이었다.


그리고 무급휴가 날에는 아이를 등원시키고 나만의 시간을 조금이나마 가졌다. 육아휴직 기간 동안에는 아이를 맡기고 나가는 게 불안해서 외출도 최대 두세 시간, 되도록 한 시간 안에 끝내고 들어왔는데 이제는 그보다 좀 더 긴 시간을 나만을 위해 쓸 수 있었다. 그리고 다른 곳으로 이직하신 전 팀장님을 뵐 일이 있었는데 많은 자극이 되었다. 팀장님은 부동산 투자, 네이버 스마트 스토어, 자격증 공부 등 단순한 직장 업무 외에도 많은 분야에 시간을 쏟고 계셨다. 오히려 직장을 다니는 것이 부업으로 보일 정도였다. 회사만을 믿고 죽어라 일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코로나라는 대재앙 앞에서는 그 무엇도 무의미해지니까. 이걸 계기로 나 자신을 돌아보고, 하고 싶은 일을 하는 데에 시간을 투자해야 하는 것임을 깨달았다.


그동안은 쉬는 날이면 소소한 일로 시간을 잡아먹곤 했는데 이제는 틈틈히 내가 하고 싶은 일에 도전해 봐야겠다. 글을 쓰는 것도 예전부터 해보고 싶던 일이었다. 그동안 나의 회사생활에 대한 기록을 남기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던 참이었다. 또한, 최근에는 아이를 키우면서 육아에 대한 스스로의 콘텐츠들도 쌓여가는 것이 느껴졌다. 이 또한 나의 경험의 일부로 소소하지만 다른 사람에게 도움이 되는 글을 쓸 수 있을 것 같다.


코로나로 힘든 시기를 다들 겪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어떤 사람들은 오히려 이러한 위기를 기회로 삼게 될 것이다. 나만 해도, 직장생활과 별개로 내가 좋아하는 일을 어떻게 현실화시킬 것인지 고민이 되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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