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인간관계, 선택과 집중

나를 사랑하는 사람에게 더 집중하기

by KEIDY

성격은 타고난 것 반, 살면서 형성되는 것 반이라고 한다. 그리고 잘 바뀌지 않는다고들 한다. 다들 사람은 고쳐 쓰는 것 아니다, 타고난 성질은 안 바뀐다, 라고들 하니까. 하지만 최소한 인간관계에 대한 나의 태도에는 변화가 있는 것 같다.


어렸을 때는, 성격이 그다지 좋은 편(?)이 아니라서 (물론 지금도 좋다고는 말하기 어렵다... 예전엔 상대적으로 더 나빴다는 것이다) 친척 동생들 사이에서는 "피해야 할, 건드려서는 안 되는" 누나로 통했다. 내가 사람을 대하는 태도는 어른이고 아이고 구분이 없어서, 내 물건을 건드리거나 내 공간을 침범하면 한바탕 난리가 나곤 했다. 그리고 학교에서는 가끔 롤링페이퍼 같은 것을 써서 교환할 일이 있었는데 많은 아이들이 "다가가기 어렵다" "말 걸기가 어렵다" 등의 코멘트를 작성했다. 사실 예전에는 그러한 세간의 평가를 그다지 신경 쓰지 않았고 오히려 그러한 평가를 나 스스로는 좋게 여겼다. 최소한 나를 건드리는 사람이 없을 테니까.


그리고 잘 모르는 사람들에게는 약간 쌀쌀맞은 태도를 보이곤 했다. 만만해 보이기 싫었던 것도 있고, 귀찮게 구는 게 싫었던 것도 있고, 하여튼 왜 그랬는지 이유는 잘 모르겠다. 내가 먼저 다가가는 일도 별로 없었고

활발하지만 기 센 성격이라 크게 한바탕 싸우는 일도 있었다. 옛날에는 지금보다 더 겁이 없어서 초등학교

이후로도 걸핏하면 남자아이들과 싸웠던 것 같다. 생각해보니 정말 그들이 나쁜 맘먹었으면 나 같은 건 한주먹에(?) 날아갔을 수도... 여하튼, 요약하면 되는대로 감정 표현하면서 막살았다는 거다. 어렸을 때를 떠올리면 정말 왈가닥에 할 말 다 하고 살았구나, 싶다.


그리고 정확히 언제부터인지는 모르겠는데 일종의 사회생활(?)을 시작하면서 태도가 조금씩 바뀌게 된 것 같다. 아마도 1년간 다녀온 일본 교환학생 유학 시절과, 졸업하자마자 입사해서 직장생활을 시작했던 시점부터가 아니었을까 추측한다. 변화의 계기는 정확하게 기억나진 않지만 어느 순간부터 내가 잘하거나 못 하거나 상관없이 그저 나를 싫어하는 사람도 있구나,라고 깨달았던 것 같다. 그들에게는 나의 노력 여부가 크게 상관도 없을뿐더러 나의 노력 자체를 이해하려고 하지 않았다. 그냥, 말 그대로, 싫은 것이다. 특히 내가 교환학생 장학금을 탔을 때, 회사에 어린 나이에 입사했을 때 등 나에게 좋은 일이 있을 때마다 축하를 바라지도 않았지만 내 노력을 그대로 인정하려 들지 않았다. 어떤 사람들에게 있어서 나라는 존재는 특별히 뭘 잘하는지도 모르겠는데 특별대우를 받는, 그런 불편한 사람일 뿐이었다.


그러나 그러한 와중에도 나 자체를 인정해주고 부당한 일에 위로해 주는 사람도 있었다. 교환학생 장학금을 같이 받았던 친구는, 장학금을 못 받았던 두 언니들이 나를 따돌릴 때 따로 조언을 해 주었다. 그 친구는 본인도 그 사람들에게 특별히 잘못한 게 없는데 이유 없이 미움을 샀다고 했다. 아마도 장학금이 TO가 정해져 있는데 그 TO를 우리가 가져가 버렸기 때문에 그걸 질투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고 했다. 물론, 장학금을 모두 받을 수 있었으면 좋겠지만 한 학기에 1명만 선발하는 장학금이어서 성적이 조금 더 높았던 나와 그 친구가 장학금 수혜자가 된 것이었는데 두 언니들도 나름 성적이 좋았었다 보니 그게 마음 상하는 일이었나 보다. 차라리 그 얘기를 터놓고 얘기해 주면 좋았을 것을, 그 언니들은 끝까지 나를 따돌리는 이유를 설명해 주지 않았고 내가 뭔가를 더 잘해주려고 해도 곧이곧대로 받아들여 주지 않았다. 그때였던 것 같다. 내가 저 사람 마음에 들기 위해 아무리 노력해도 저 사람은 나를 받아들일 생각을 하지 않는다면, 나의 시간을 아깝게 왜 여기에 쏟아야 하지? 의구심이 들기 시작했다.


회사에 입사했을 때도 나보다 회사는 먼저 입사했지만 직급이 낮은, 비슷한 나이의 사람이 있었다. 그 사람은 같은 일을 하고도 내가 본인보다 월급을 많이 받는 것을 부당하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첫 월급날, 월급명세서를 확인하는데 다른 사람들이 모두 있는 곳에서 마치 들으라는 듯이 "아~ 같은 일 하고 돈 더 많이 받으시겠네요. 부럽다."라는 식으로 얘기를 하는 것이다.(굉장히 오래전 일이라서 정확한 문장은 완전히 기억나진 않는데 대략 저런 느낌이었다.) 그리고 그 사람은 일부러 나에게 인사를 하지 않았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니 굉장히 유치한 일이었는데, 그 사람은 내가 지나갈 때마다 더 일부러 고개를 빳빳이 들고 봐도 모른 척 고개를 휙 돌리곤 했다. 나는 오히려 그때는 오기가 생겨서 그 사람이 인사를 무시하던 말던 고개를 까닥여 인사했다. '너는 고작 인사를 무시하는 게 네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니? 나는 너에게 꼬박꼬박 인사를 할게. 남이 보면 누가 이상한 사람일까?'라고 속으로 생각했던 것 같다. 그때도 또 한 번 깨달았다. 저 사람은 내가 예의 바르게 인사를 하든 말든, 살갑게 대하든 아니든, 나를 싫어할 것이라고. 내가 뭔가 특별히 잘못하지 않았어도 저 사람은 그냥 내가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이라고.


그러한 일을 겪는 당시에는 내가 무엇인가를 잘못한 것일까, 굉장히 고심했었다. 앞서 말했듯 나는 사실 타인에게 크게 관심이 없었고, 나의 것을 침범하지 않으면 크게 문제 삼지도 않았다. 그리고 유학 생활이나 회사 입사 같이 큰 변화가 있을 때는 오히려 문제를 복잡하게 만들지 않으려 좀 더 조심했던 것 같다. 그러나 나를 조건 없이 싫어하는 사람이 있을 수 있구나, 깨달은 이후로부터는 그러한 고민을 하는 것 자체가 오히려 시간낭비로 느껴졌다. 물론, '시간낭비'라는 단어를 문자 그대로 해석해서 "쟤는 참 남의 일에 무관심하고 본인이 뭘 잘못했는지를 모르면서 뻣뻣하게 구는구나"라고 생각할 순 있지만 솔직히 말해서 그들과 크게 교류가 있었던 것도 아니었기에 더더욱 이상하게 생각이 되었던 것이다. 그리고 만약 내가 그렇게까지 이상한 사람이었다면, 유학생활에서 단 한 명의 친구도 만들지 못했을 것이고 회사생활에서도 문제가 되었을 것이다. 즉, 내가 내린 결론은 "내가 누군가를 좋아하거나 싫어하는 것처럼, 어떤 특정한 사람도 같은 방식으로 나를 좋아하거나 싫어할 수 있다"는 것이다. 나와 잘 맞고, 나의 일을 본인 일처럼 기뻐해 줄 수 있는 사람이 있는 반면 첫 만남부터 마음에 들지 않거나 그냥, 이유 없이 싫은 사람도 있는 것이다.


혹여 누군가는 인간관계를 개선하려는 노력을 쉽게 포기하는 게 아니냐,라고 비판할 수는 있다. 하지만, 노력이 통하는 사람이 있고 아닌 사람이 있는 것이다. 여러 번 두들겨서 관계가 개선된다면 다행이지만 조건 없이 싫어하는 사람에게 나의 시간을 엄청나게 투여해 가며 그 관계를 개선하고 싶지는 않다. 오히려, 내가 가진 시간은 한정되어 있기에 차라리 그 시간을 나를 사랑해 주고 나를 있는 그대로 인정해 주는 사람에게 쓰고 싶다. 단점을 보완하는 것보다 장점을 부각하고 그 장점을 더 발전시키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더 시간을 유용하게 쓰는 일이라고 한다. 이 또한 인간관계에도 적용할 수 있다. 모든 사람들이 나를 좋아할 순 없듯이, 나 또한 모든 사람을 좋아할 수 없기에 내가 가진 시간과 자원을 유용하게 사용하고 싶다. 왜 저 사람은 나를 싫어할까 고민하는 데 시간을 보내기보다, 나를 좋아하는 사람에게 더 집중하고, 그들을 위해 무엇인가를 더 하기 위해 고민하고 노력하는 시간을 가지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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