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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EIDY Jul 17. 2021

#6. 아이스 핫 아메리카노 플리즈~

미국 출장을 처음 갔을 때, 음식과 관련된 재미있는 에피소드들

 라스베이거스로 출장을 간 적이 있다. 놀랍게도, 나름 그간 여러 나라들을 여행했고 해외 출장도 몇 번 가본 적이 있지만 미국을 간 것은 처음이었다. 물론 출장에서 할 일이 많았지만 윗사람을 모시고(?) 가는 것은 아니었기에 몇몇 끼니를 제외하고는 식사도 자유롭게 정할 수 있었고 약간의 자유시간도 있었다. 가기 전에는 여행서도 챙겨보며 첫 미국 출장을 준비했었다. 여러 일들이 있었지만, 특히 음식과 관련된 몇 가지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를 정리해 본다.


1. 스테이크 고기만 덜렁… 주문을 잘못했네...


 라스베이거스에서 묵었던 호텔이 아주 괜찮은 곳이었다. 큰 쇼핑몰이 연결되어 있어서 여행서에 소개된 맛집이 수두룩하게 있었다. 그래도 나름 출장 첫날인데, 맛있는 걸 먹어야지! 하고 고른 곳이 CUT by Wolfgang Puck이라는 유명한 스테이크 집이었다. 출장을 같이 간 동료와 함께 갔는데, 가기 전에 두 명이서 스테이크를 얼마나(?) 먹으면 충분할지 그램수를 대충 계산해서 갔다. 생각보다 좀 더 격식을 갖춰서 와야 할 법한 레스토랑이라, 입구에서 살짝 긴장하긴 했지만 메뉴를 보고 적정량의 스테이크를 주문해서 기다렸다.


 그런데... 정말 당황스럽게도 큰 접시에 스테이크 한 조각이 덜렁 얹어져 나왔다. 사실, 한국에서는 스테이크를 주문하면 스테이크 옆에 으깬 감자라던가, 구운 아스파라거스나 토마토라던가, 버섯이라던가, 곁들여 먹을 것이 같이 나오곤 하는데 미국에서 첫 식사로 주문한 스테이크는 정말 말 그대로 스. 테. 이. 크였다. 그제야 기억이 났다. 아까 주문할 때, 자신 있게 스테이크와 그램수를 말했는데 자꾸 필요한 게 더 없냐고 물어보는 것이었다. 아,,, 그게 바로 이런 의미였구나! 망연자실하게 스테이크만 바라보고 있는 우리를 보더니, 갑자기 서빙하시는 분이 뭔가를 테이블 위에 놓아주었다. 투명하고 자그마한 예쁜 젤리 3종이었는데, 느낌상 디저트인 것 같았다. 왠지 스테이크만 퍽퍽하게 먹고 돌아갈 불쌍한 우리를 위해 따로 챙겨준 느낌이었다. 스테이크는 굉장히 맛있었지만, 첫 식사 기념사진을 찍으니 흰 접시 위에 시커멓게 타 보이는 고깃덩어리(아니, 사실 고기로도 보이지 않고 석탄 비슷하게 보였다) 밖에 보이지 않아서 누구에게 자랑하고 싶어도 자랑할 수 없었던 기억이 난다.


2. 바닷물같이 짰던 솔티드 캐러멜 셰이크


 한국에 쉑쉑 버거가 청담에 오픈한 지 얼마 안 되었을 때였다. 너무 인기가 많아서 두세 시간은 기다려야 먹을 수 있을 만큼 인기가 최고조였을 때다. 쉑쉑 버거는 동부에서 유명한 버거고 라스베이거스가 속한 서부는 인 앤 아웃 버거가 유명하다고 한다. 하지만, 한국에서도 못 먹어본 쉑쉑 버거를 여기에서라도 먹어보고 싶은 마음에 인 앤 아웃이 아닌 쉑쉑 버거를 선택했다. 여기서는 다행히도 그다지 기다리지 않고 식당에 들어갈 수 있었다.

 쉑쉑 버거는 버거와 탄산음료 대신, 셰이크를 같이 먹는 것이 인기가 있다. 그게 특징이기도 하고... 그래서 당연히 셰이크를 먹어야지 생각했는데 마침 기간 한정으로 솔티드 캐러멜 셰이크를 판다고 적혀 있는 것이 아닌가? 기왕이면 한정! 일본에서 살았을 때도 한정판 맥주에 환장했던 나는 망설임 없이 한정판 솔티드 캐러멜 셰이크를 선택했다. 물론, 같이 간 동료도 나의 선택과 동일하게 솔티드 캐러멜 셰이크를 골랐다.

 주문한 음식이 나오고, 설레는 마음에 버거와 셰이크를 먹었는데... 버거는 생각만큼 너무 맛있었던 반면 솔티드 캐러멜 셰이크는 너무나.... 너무나 짰다. 마치 소금물을 들이켠 마냥 한 입 먹으니 입 안이 마르는 느낌이었다. 원래 미국 음식이 한국 음식에 비해 간이 세고 소금과 설탕을 들이붓는 것처럼 많이 쓴다는 얘기를 들었지만 실제로 겪어보니 정말이지... 못 먹을 맛이었다. 차라리 안전하게 밀크셰이크를 먹을걸 후회가 되었으나... 이미 바싹 말라버린 입 안을 적시려면 콜라가 절실히 필요했다. 한 입 먹은 솔티드 캐러멜 셰이크는 바로 쓰레기통으로 직행하고 다시 긴 줄을 서서 콜라를 사 왔던 기억이 난다.


3. 아이스 핫... 아메리카노 플리즈?

 

 출장 마지막 날. 체크아웃은 오전에 했지만, 비행기는 밤 비행기였다. 비행기를 타기 전에 시간이 많이 남아서 쇼핑을 많이 하는 바람에 짐도 잔뜩 늘었다. 공항에도 여유 있게 도착해서, 이제 몇 시간 후면 비행기를 타고 돌아가겠지만 아직은 남아있는 시차 적응 피로감과 무거운 짐들 때문에 정신이 혼미한 상태였다.

 마지막 남은 돈을 털어보니 커피 한 잔 마실 정도는 되었다. 나처럼 피로감에 찌든 동료와 함께 비행기 타기 전에 커피라도 마시려고 같이 사러 갔다. 주문은 그 동료가 한꺼번에 하기로 했고, 나는 아이스커피로 부탁했다.

 그 동료도 너무나 피곤했던 탓일까? 당당하게 주문하길, "Ice hot americano, Please." 하고 점원을 바라보았다. 점원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지만, 곧 웃으며 "I like it, too" 하며 눈을 찡긋했다.

 그때서야 주문이 잘못되었음을 안 내 동료는 당황하며 아이스와 핫 커피 한 잔씩을 다시 주문했다. 옆에서 그 모습을 보던 나도 처음엔 뭐가 잘못된 건지 모르다가 나중에 이해하고서는 그때서야 웃음이 터졌다.

 나중에 한국에 와서도, 그 동료에게 가끔 "아이스 핫 커피가 마시고 싶어~" 하고 한동안 놀렸던 기억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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