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 아침부터 J 차장님이 물었다. "오늘 무슨 일 있어요?"
주말까지 붙들었던 NXT 대체거래소 2차 오픈 체크리스트가 머릿속을 스쳐 간다. 설마 장애가 났나?
"삼성전자랑 SK하이닉스 오늘 왜 이렇게 떨어져요?"
아하, 프로젝트 문제가 아니라 주식 얘기였구나! 정말 다행이다(?)
TMI 하나. 나는 주식보다 선물 시장을 더 오래, 더 많이 투자했다. 그래서 개별 종목보다 시장의 방향을 먼저 본다. 그래서인지 매일 각 종목의 뉴스·공시·재무 데이터를 뜯어보는 사람들을 보면 경외감이 든다. 어떻게 그걸 매일 분석해내지? 반대로, 내가 너무 게으른가 싶기도 하다. 돈이 걸려있어도, 큰 그림을 본다는 핑계로 나에게는 그만큼의 성실성이 없다.
업무 특성상 실제 주식 체결이 필요할 때가 있다. 원칙대로라면 결재를 올려 예산을 배정받고 회사 계좌로 테스트해야 한다. 그런데 단 돈 천 원을 위해 굳이 결재까지 올려야할까. 그런 유혹 앞에서 내 손가락은 키보드에서 종종 미끄러진다. (내 계좌로 테스트 하는 것이 불법은 아니다.)
그날도 그랬다. 체결 확인이 쉬운 동전주를 소액으로, 유망해서가 아니라 거래량이 많아서 매수했다. 096040 이트론.
테스트는 잘 끝났지만, 매도하지 못했다. 2023년 5월 11일, 이트론은 거래정지를 당했다. 사유는 경영자의 횡령 및 배임 혐의.
그리고 오늘, 2025년 9월 1일. 이트론은 844일 만에 다시 거래가 가능해졌다. 정리매매가 결정되었기 때문이다.
정리매매는 상장폐지가 확정된 종목에 마지막 출구를 여는 기간이다(7거래일 동안 30분 단일가로 진행된다). 그 결과 내 계좌의 수익률은 -94.83%. 100만 원을 넣었다면 51,700원이 남는다. 숫자는 정확할수록 싸늘하다. 이정도면 설명보다 침묵이 먼저 온다.
상장 폐지는 슬픔이다.
너무 뻔한 말이라는 걸 알지만, 어떤 날은 그 말밖에 떠오르지 않는다. 가격은 말을 멈추고, 티커는 리스트에서 지워진다. 기업이 곧바로 사라지는 건 아니지만, 다수의 투자자에게서 그 이름의 의미는 사라진다. 시장은 종종 이러한 방식으로 관계를 정리한다.
이 경험이 내게 처음은 아니다. 게다가 실투 목적도 아니었고 금액도 크지 않았다. 그래도 오늘 종목 토론방을 잠깐 훑다 보니 큰 손실을 견디는 사람들이 보였다. 마주칠 일 없는 온라인의 낯선 사람들인데도 마음이 무거워진다. 각자의 시간과 기대가 한 번에 접히는 소리를, 듣지 않았는데도 상상하게 된다. 그들의 자리에서 이 슬픔이 오래 머물지 않기를 바란다. 이트론이 언젠가 재상장 조건을 갖추어 돌아오든, 아니면 다른 종목에서 큰 수익을 성취하기를 바란다.
덧붙이면, NXT 2차 오픈은 큰 문제 없이 지나갔다. 주말 근무의 보람 정도는 있었다. 이제 내가 할 일은 남은 이슈를 확인하고 문서로 정리하는 일이다. 그렇게 또 하나의 프로젝트가 마무리된다.
늘 그렇듯 직장인의 하루는 이렇게 반복되고, 나는 그 반복을 핑계 삼아 소주를 마신다.
오늘의 변동을 견디고 내일의 원칙을 단정히 세워둔 이 세상의 모든 투자자들을 위하여.
그리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덕분에 파랗게 질린 내 계좌를 위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