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브 모니터 구매하기
직업마다 대표되는 도구가 있다.
요리사의 칼, 목수의 톱, 그리고 IT 직군의 모니터와 키보드.
누군가는 '화면 하나로도 충분한데? 키보드는 공짜로 주는 거 아니야?”라고 말할지 모르겠지만
내게 그것들은 단순한 장비가 아니다.
하루를 버티게 해주는 일종의 동력이자, 일상의 소소한 즐거움이다.
모니터의 밝기, 해상도의 균일함, 키보드의 반발력과 소리.
그런 사소한 요소들이 내 감각의 미묘한 차이를 만들고
그 차이는 내 집중력에 생각보다 커다란 영향을 끼친다.
마치 피아니스트가 반발 없는 건반을 만났을 때 손가락이 자기도 모르게 멈칫하는 것처럼
내 업무의 흐름도 그런 작은 이질감 하나로 종종 끊긴다.
그래서 나는 이 도구들을, 조금은 집착에 가까운 애정으로 다룬다.
매일 보는 것이고, 매일 만지는 것이니까.
최근 모니터를 하나 더 들여야겠다는 생각이 했다.
단순한 충동은 아니었다.
해야 할 일이 많아진 만큼, 봐야 할 것도 많아졌기 때문이다.
회사에서 기본으로 제공되는 듀얼 모니터만으론 탭을 넘기고 창을 전환하는 일이 너무 잦았다.
남들은 두 개로도 충분히 잘 쓰던데, 네가 욕심 많은 거 아니냐고 묻는다면
그래, 인정할 수밖에. 나는 참으로 욕심쟁이다.
일반 모니터를 놓기에는 공간이 협소했다.
그래서 포터블 모니터를 찾아보기 시작했다.
가벼우면서도 거치가 가능하고, 무엇보다 간단히 연결되는 제품이 필요했다.
그러다 결국, 14인치짜리 포터블 모니터를 알리 익스프레스에서 7만 6천 원에 구입했다.
쿠팡에서 찾아본 타사 제품은 10만 원이었기에, 나름 만족스러운 가격이었다.
배송도 빨랐다. 해외 배송임에도 겨우 닷새만 기다려 오늘 처음 연결해본 소감은 ‘생각보다 아주 괜찮다’였다.
해상도는 2160x1440, 주사율은 60Hz. 한국어 메뉴도 지원하고, 블루라이트 차단 모드까지 있었다.
메인 모니터 앞에 자연스럽게 겹쳐 놓으니, 보기에 딱 좋았다.
사실, 이 글을 쓰게 된 진짜 이유는 따로 있다.
점심시간, 나의 새로운 장비를 본 동료들이 "이거 얼마야?" 하고 묻길래, 괜히 우쭐한 마음으로 앱을 다시 열었다.
그리고 그 순간, 나는 조용히 분노했다.
동일한 제품이 6만 원으로 할인 중이었다. 단순한 1만 6천 원 차이 때문만은 아니었다.
‘나는 정말 똑똑하게 잘 샀다’고 자부하던 나의 확신이, 생각보다 쉽게 깨졌다는 데 있었다.
말하자면, 나만 모르는 사이에 누군가 나보다 더 싸게, 더 현명하게, 같은 욕망을 실현해버렸다는 생각에 분했다.
그래도 다시 봐도, 이 가격에 이 정도면 여전히 괜찮았다.
4시간 이상 추가로 사용해본 결과, 눈도 덜 피로하고, 화면 전환도 훨씬 줄어들었다.
마치 악보를 한 페이지에 억지로 담아 보던 연주자가, 조용히 두 페이지를 펼쳐놓고 연주를 이어가는 기분이랄까.
작은 서브 모니터 하나가 더 생긴 것뿐인데, 일의 흐름이 훨씬 더 부드러워졌다.
중요한 건 그 화면 자체가 아니라, 그 화면 덕분에 즐거운 나의 하루 아닐까.
가격의 고저보다, 만족한 기분에 더 집중하고 싶다.
그래서 이 글을 쓴다. 욕망은 포터블하고, 분노는 한순간이며, 화면은 다다익선이다.
추가) 다음 날 회사 동료에게 추천하려고 다시 봤더니 더 저렴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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