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디워홀(Andy Warhol, 1928 ~ 1987)이 했다는 이 말은 사실 구라다. 앤디워홀은 이런 말을 한 적이 없다. 그럼에도 이 구라가 널리 유행하고 퍼진 것은 이 말에 담긴 메시지 때문일 것이다.
예전에 재밌게 읽은 책 <욕망해도 괜찮아>에는 이런 부분이 있다. 대학 교수님이 쓴 책인데, 자신에게는 유명해지고 싶은 욕망과 그냥 조용히 살고 싶은 욕망이 충돌한단다. 이 고백을 읽으면서 많이 공감됐다. 세계 어느나라에서든 유명해진다는 것은 불편함과 기회가 동시에 찾아오는 것이다.
유명해지면 돈을 많이 벌 기회, 이성에게 인기가 많아질 기회, 무엇이든 내 이름만 걸면 잘 팔 수 있는 기회 등 많은 행운들이 생긴다. 반대로 어디를 가든 나를 알아보는 사람들로 인해 함부로 행동도 못하고 옷도 못 입는 불편함도 생긴다.
그렇다면 가장 실리적인 행동은 무엇인가. 유명해져서 유명세에 따른 기회만 쏙 빼내고 불편함은 타파하는 것이다. 이런 포지션을 가져가는 사람들을 살펴보면 유명해지던 말던 남 시선에 신경을 안쓰는 사람들이다. 대표적인 사람이 김어준씨와 강용석씨. 이 둘은 정치적으로 상 극단에 있는 사람들이지만, 남 신경 안쓰고 하고 싶은대로 한다는 점에서 비슷하다.
김어준씨는 나는 꼼수다 시절, MB 정권이 자기를 탄압할 때도 “탄압하는게 뭐가 두려워요. 그냥 가난하게 살면 되잖아요?” 이런 태도로 일관하며 머리도 안 감고, 옷도 후줄근하게 입으며 그냥 되는대로 인생을 살았다. (진짜 김어준씨의 사상과 생각은 천재적이라고 생각. 한국에 이런 인물은 독보적이다.)
강용석씨는 또 어떤가. 아나운서 성발언 사건으로 인생이 나락으로 떨어졌을 때, 나이 많은 꼰대 국회의원이 “그냥 조용히 은신하면서 사과해”라고 조언을 했었단다. 그런데 이 사람은 정 반대의 행보로 남 시선 신경 안쓰고 새로운 문법을 보여줬다. 지금은 어지간한 국회의원보다 훨씬 유명해져서 이를 바탕으로 가로세로연구소라는 유튜브로 큰 수익을 올리고, 아무도 모르는 4선 국회의원보다 인기도 훨씬 많은 사람이 되었다. 당연히 적도 많이 있지만, 팬들은 극명하게 이 사람을 따른다.
어중간하게 모든 사람에게 다 잘보이면서 욕 안 먹고 사는 것보다 김어준씨, 강용석씨처럼. 진보든 보수든 극단으로 가서 적을 만들지언정 확실히 내 편을 만드는 것이 훨씬 더 현명하다는 판단이다. 왜? 그냥 어중간하게 중간을 맞추고 살면, 돈도 못 벌고 / 인기도 못 얻고 / 영향력도 못 얻고 / 인생 대충 살다가 어느 날 건강검진 받아보니 암 걸려서 그냥 그렇게 뒈지는거다.
물론, 이미지 관리를 잘하는 연예인이나 중립을 잘 지키면서 이야기 썰을 푸는 슈카월드처럼 욕을 안 먹으면서도 실리를 잘 챙기는 그런 사람들도 있다. 그런데 그게 어디 쉽냐고. 보통 사람으로서는 자극적인 전략을 사용해 유명세를 취하는게 훨씬 다가가기 쉬운 방법이다. 한 때 한국에 유행했던 <미움 받을 용기>란 책의 제목처럼 누군가에게 ‘미움받을 용기’가 있어야만 확실한 내 편들도 생기는 법이다.
최근 들어 내가 유명해져야겠다는 생각을 한 계기가 있다. 내 친구의 사례 때문이다.
이 친구는 힙합 음악을 하고 있는데 실력이 상당히 좋다. 그런데 이 실력에 비해 빛을 못 보고 있다. 얼마 전 이 친구가 유튜브에 영상을 하나 올렸는데, 음악을 잘 모르는 내가 보기에도 퀄리티가 너무 좋았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만약에 이 영상이 구독자가 아무도 없는 친구의 채널이 아닌 100만 대형 유튜브 채널에 올라갔으면 어땠을까?”
아니 최소 100만명이 아니더라도 10만명이 넘어가는 유튜브 채널에만 올라갔더라도 이 친구의 실력이 이렇게 묻히지는 않았을 것이다. 꼭 음악 영역만이 아니다. 우리들은 검색조차 안되서 보지 못하지만 나는 가끔씩 슈퍼 하꼬따리 유튜버들의 영상을 볼 때가 있는데 생각보다 정말 재밌거나 잘 만든 영상들이 많다. 그게 검색도 안되고 구독자도 없어서 묻혀버렸을 뿐.
이 영상들의 조회수는 10회, 20회 이 정도 밖에 되지 않는데 만약 이 똑같은 영상을 그대로 갖다 붙여서 100만 유튜버 채널에 올리면 어떻게 될까? 모든 것이 동일한 영상임에도 불구하고, 구독자 수가 없던 채널에서는 조회수가 거의 나오지 않았던 것이 수십만 조회 수가 나와버릴 것이다. 그리고 영상 퀄리티가 좋은만큼 찬양 일색의 댓글들로 가득 할 것이고 이 영상을 만든 사람 인생에 여러모로 좋은 기회들이 다가 올 것이다.
100% 동일한 제품인데 차원이 다른 결과를 내는 것. 이게 바로 유명세의 힘이다. 사람들은 생각보다 게으르다. 아는 것만 계속 보려고 하고, 친숙한 것만 계속 소비하려 한다. 그렇기에 유명해진다는 것은 곧 권력이다. 삼성전자나 해테제과만이 브랜드가 아니다. 우리들 개개인도 브랜드가 될 수 있다. 삼성전자의 임원이나 해태제과의 임원은 계속 바뀐다. 내가 한 때 삼성전자 임원이었을지언정 단기간만 그 자리에 있지 은퇴하면 독거 노인으로 쓸쓸히 죽어야 한다. 내 자신이 브랜드가 된다는 것은 죽을 때까지 지속되는 평생 자격증과 같다. 변호사, 의사 자격증 보다 더 귀한 평생 돈과 인기를 벌어다주는 무기다.
현대 사회에는 꼭 연예인이 되지 않더라도 유튜브라는 채널을 통해 이걸 이룰 수 있다. 물론 유튜브도 어마무시한 레드오션이다. 그렇기 때문에 차별화 포인트가 필요하고, 김어준씨나 강용석씨처럼 자극적인 양념과 조미료를 팍팍 쳐야만 한다. 이렇게 해도 유명해질까 말까다. 나는 내가 잘하고 커리어를 오래 쌓아온 암호화폐, 컴퓨터, 해킹 분야에서 내가 가지고 있는 썰을 잘 풀고 이야기를 잘하는 특성을 살려보고자 한다.
“일단 유명해져라. 그러면 사람들은 당신이 똥을 싸도 박수를 쳐줄 것이다.” 이 말은 실제 앤디 워홀이 한 말은 아니다. 하지만 그 출처가 무엇이 되었든 이 말이 시사하는 점은 우리들에게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