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글쓰기 문체에 많은 영향을 끼치고, 여러모로 많은 상식을 갖추게 해준 언론사가 있다. 바로 딴지일보라는 대안 언론사다. 웃긴게 내가 가진 정치 성향은 딴지일보와는 정 반대라는 것. 그런데 나는 도저히 조중동은 못 보겠어서 (여기는 개 꼰대들이 졸라 재미 없게 글 씀) / 정치 관련 글만 빼고 자유로움과 글을 욜라 웃기게 쓰는 딴지일보의 많은 글들을 읽는다.
오늘은 내가 여기서 읽은 글 중 [춘심애비]라는 필명을 가진 분이 예전에 주창한 이론을 하나 소개하고자 한다.
일명 ‘뱅뱅이론’.
여러분들은 혹시 서울 강남역에 가본 적이 있는가? 강남역에서 양재역으로 가는 대한민국 최고 알짜배기 땅에 ‘뱅뱅사거리’라는 곳이 있다.
한국 최고의 노른자 땅. 그 땅값 비싸기로 유명하다는 강남 땅에 붙은 사거리 이름. 사거리가 뱅글뱅글 돌아서 뱅뱅인가? 왜 이런 이름이 붙었지? 라는 의문을 가질 수 있겠다. 놀랍게도 사거리에 이런 이름이 붙은 이유는 청바지를 만드는 업체 ‘뱅뱅’의 본사가 여기 있다는 이유 때문이다.
오잉? 뱅뱅? 그거 망한 브랜드 아냐? 돈도 못 벌텐데 왜 사거리 이름이 저거지. 놀랄만한 일은 또 있다. 현재 국내에서 최고의 매출과 순이익을 내는 청바지 브랜드가 어디 일 것 같은가?
나는 통계 자료를 보기 전만 해도 내가 입고, 친구들도 입는 리바이스나 유니클로 같은 회사라고 생각했다. 아니다. 명실상부 대한민국에서 최고의 청바지 매출 판매를 내는 회사는 바로 ‘뱅뱅’이다.
딴지일보 기사에 따르면, 뱅뱅어페럴의 평균 매출 규모는 2400억이며 (찾아보니 코로나 때문에 최근에는 좀 줄었다고 하나 여전히 1000억이 넘는 매출을 내고 있음.) 당시 리바이스 매출 규모는 1000억이었다. 다시 말해 압도적으로 뱅뱅의 매출이 높았다.
여기에서 뱅뱅이론이 탄생하게 되는데, 춘심애비라는 저 분은 이 수치를 보자 정신이 아득해지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단다. “내 주변에 뱅뱅을 입는 사람이 아무도 없는데? 나도 안 입는데? 도대체 누가 사입는거야!”
그렇다. 세상에는 우리가 이해 할 수 없는 일이 많이 일어난다.
재작년 총선이 부정선거라고 외치며 광화문과 강남역에 나와 시위를 하는 보수 단체들이나, 코로나 백신을 맞으면 빌게이츠에게 조종당한다고 믿는 사람들이나, 사실 지구는 둥글지 않고 평평하다고 믿는 단체나, 독재국가 북한을 찬양하는 사람들이나.
설마 그런 사람이 있겠어? 내 주위에는 아무도 없는데? 라고 여겨도 세상엔 그런 사람들이 차고 넘치게 많이 있다. 우리 주변에 뱅뱅을 사 입는 사람이 아무도 없는데 명실상부 대한민국 청바지 1위 업체는 뱅뱅인 것처럼. 강남역에 있는 사거리 이름 자체가 뱅뱅사거리인 것처럼.
다시 말해, 이것은 자신과 주변인의 관점으로 세상을 함부로 예단하면 안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나 같은 경우, 먹방 같은건 관심도 없고 보지도 않는다. 그런데 대한민국 유튜버 구독자 순위 10위 이내를 살펴보면 압도적으로 먹방 컨텐츠다. 저걸 누가 봐? 이런 생각을 하는데 나만 안 볼 뿐이지 사람들이 엄청 본다는 이야기다. 마찬가지로 트로트도 나와 내 친구들은 관심도 없고 쳐다도 안 본다. 그런데 작년에 시청률 20%가 넘어가면서 유행한 것이 바로 트로트 프로다. 나와 내 주변인만 안 볼 뿐이지. 전국 어딘가에 있는 다른 사람들은 엄청 본 것이다. 아무도 뱅뱅 청바지를 안 사는 것 같은데 국내 매출 1위가 뱅뱅인 것처럼.
마찬가지로 우리들이 아무도 안 보는 <전국노래자랑>의 평균 시청률이 얼마인 줄 아는가? 인터넷이 발달하고 유튜브가 발달했으니 이것도 아무도 안 볼 것 같다고? 틀렸다. 프로그램은 2022년 현재까지 성행하고 있으며 매주마다 꾸준하게 5~10% 시청률을 꾸준하게 뽑아내고 있다. 다시 말해, 전국민 중 5~10%가 매주 일요일 오전마다 이걸 계속 본다는 뜻이다.
사례는 또 있다. 혹시 KBS에서 월요일 밤 10시마다 하는 <가요무대>라는 프로그램을 아시나? 들어는 봤는데 잘은 모르겠거나 어쩌다가 리모콘 돌리다 한 번 봤다는 사람들이 대다수 일 것이다. 놀랍게도 이번주 가요무대의 시청률은 7.2프로였다. 이 수치는 길 지나가는 사람들을 아무나 붙잡고 물어봤을 때 14명 중 1명 꼴로 이 프로그램을 매주 시청한다는 의미다.
내 주변엔 없고, 나도 안 그러지만 통계를 까보니 어마무시한 숫자가 나오는 영역. 도대체 누가 왜 이 프로그램을 보고, 뱅뱅 청바지를 어디서 누가 그렇게나 많이 사는지 의문이 따르는 영역. 대중들은 우리가 이해가 안되는 걸 생각보다 선호하고, 우리가 이해가 안되는 걸 믿는다. 다시 말해, 대중의 행동과 생각을 함부로 예측하지마라. 이게 뱅뱅이론의 핵심이다. 그렇다면 이 인사이트를 통해서 우리가 배울 수 있는 것은 어떤게 있을까?
“유명해지기 위해서는 대중을 상대해야 한다. 그리고 예상 외로 내가 별 짓을 다 해도 이걸 좋아하는 사람들이 있다.”
나는 최근 들어 유명해지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그 이유는 현대 사회에서 인지도는 엄청난 영향력, 부, 인기를 안겨다주기 때문이다.
(자세한 것은 이 글에 있음.)
물론 내가 유명해지고 싶다고 내 마음대로 되는 것은 아니다. 운이 많이 따라야하고 실력도 있어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포인트는 대중의 관심을 받아야 한다. 배달의 민족이나 요기요 같은 그 많은 플랫폼 기업들이 천문학적인 돈을 들여가며 광고를 하는데는 이런 대중의 관심과 인지도가 매출 증대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기업 입장에서 목숨을 걸고 하는 것이 인지도를 높이기위한 마케팅인데 왜 대부분의 개인들은 자기 인지도를 높이길 시도조차 하지 않는가?
답은 간단하다. “무섭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자신이 대중으로부터 관심과 사랑을 받을 수 있을지에 대해서 확신을 하지 못한다. “욕 먹으면 어떻게 하지?” , “나를 싫어하면 어떻게 하지?” 이런 초식동물과 같은 근원적 두려움에 스트레스를 크게 받는다. 또한, 생각보다 사람들은 남들 앞에 나서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딱히 통계 자료는 없지만, 내 경험칙 상 100명이 있다면 대략 10명 정도만이 남들에게 노출되고 시선을 받는 것을 즐기는 경향이 있었다. 나머지 사람들은 아무리 들쑤시고 기회를 준다고 해도 타인에게 전방위적으로 노출되는 것을 싫어했다.
그렇기에 학교 다닐 때 반장 선거에 나가는 사람만이 계속 나가고, 전교 회장 선거에 나가는 사람만이 계속 나왔던 것이다. 이들은 노출 받는 것을 좋아하는 10%이거든. 나머지 90%는 안정적인 공무원이나 직장에서 월급 받으면서 평범하게 사는 것이 더 자신에게 맞는 사람들이다. 여기까지는 이해 할 수 있다. 그런데 문제는 나서는 것을 좋아하는 10% 중에서도 실제 대중 앞에 나서는 사람들은 극히 드물다는 것이다.
자신은 ‘관종 성향’인데, 남들에게 관심을 받아야만 행복하고 대중 앞에 나서야만 행복해지는 사람들인데 위에 열거한 근원적 두려움 때문에 그 길로 들어서지를 못하고 있다. 나도 그랬다. 나는 어릴 적부터 남들 앞에 나서는 것을 좋아했다. 반장 선거나 전교 회장 선거가 있으면 후보로 출마를 했고, 리더 자리가 있으면 도맡아 하려고 했다. 지금 이 블로그 이름에서 보듯 내 이름을 걸고 내 자랑을 하는 것을 미친듯이 좋아했다. 한 마디로 나는 슈퍼 관종이었다.
하지만 반장 선거와 같이 내가 실제 아는 사람들 앞에 나서는 것과는 다르게 유튜브를 하기는 매우 어려웠다. 모르는 사람들에게 나를 드러내야 한다는 두려움. 내가 만들어내는 컨텐츠가 별로일까봐, 욕 먹을까봐, 좋아하지 않을까봐 무의식적으로 초식 동물과 같은 무서움을 겪었던 것이다. 슈퍼 관종인데도 불구하고 말이다.
그런데 오랜만에 위의 뱅뱅이론을 읽으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다. 세상에는 내가 이해 할 수 없는 것을 좋아하고 구매하는 사람들이 많다. 뱅뱅 청바지를 사는 사람들이나, 매주마다 KBS 가요무대를 보는 사람들이나, 먹방을 보는 사람들이나, 트로트 프로를 보는 사람들이나.
철구와 같은 아프리카 BJ들한테 별풍선을 쏘는 사람들이 그렇게나 많고, 새벽마다 아이돌을 쫓아다니는 사생팬들이 그렇게나 많다. 나는 도저히 이해가 안되지만 이런 현상들이 계속 벌어지고 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누군가는 큰 부를 창출하고 있다. 지금까지의 내 포지션은 네이버 뉴스의 많은 댓글들처럼 “저런걸 왜 좋아해?” , “그 시간에 다른걸 하지 ㅉㅉ” 이러면서 단순하게 비판만 하고 이 현상 자체를 활용하려고 하지 않았었다.
그런데 한 번 생각해보자. 내가 내 스스로가 별로라고 생각한 컨텐츠를 만들어서 올렸는데, “이걸 왜 좋아하지?”하고 내 스스로가 납득되지 않는 컨텐츠를 올렸는데 이걸 사람들이 좋아해 줄 수도 있는거잖아. 사람들이 뱅뱅 청바지를 사듯이.
내 머리로는 이해가 안되고 내 마음에 안 들어도 수요 자체가 있는 컨텐츠라면 좋아하는 사람이 생길 수도 있는거였다. 대중들은 이해 할 수 없는 것을 좋아하고 그걸 계속 구매하고 있다. 단순히 내가 받아들일 수 없다해서 그걸 무시하거나 비판하는 것이 아니라, 어라? 내가 별 짓거리를 다 해도 생각보다 사람들이 좋아해줄 수 있겠네? 란 걸 아는 것. 이 현상을 아는 것 자체가 대중 앞에 서는 용기를 준다.
내가 별 짓을 다해도 누군가는 나조차도 이해 할 수 없는 내 행동을 이상하게 좋아한다. 거꾸로 내가 이게 왜 싫어?라고 생각해도 뱅뱅 청바지를 사람들의 심리처럼 무작정 나를 싫어하는 사람도 있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모르는 사람들이 나를 욕하는 것이 뭐가 두려운가. 두려운 것은 내가 돈을 못 벌고 가난하게 살아가는 것이다. 욕 좀 먹고 사람들이 나를 싫어해도 오히려 여기서 나오는 인지도를 바탕으로 수익을 창출 할 수 있다면 무서울 것이 없다. 대중을 이해하려 하지 말자.
원문 링크 : https://m.blog.naver.com/no5100/2226964188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