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동은넷 May 21. 2022

어경훈의 조커이론

- 사건의 발단


이 글을 쓰게 된 발단은 이러하다. 4일 전 쯤 현왕이 형을 인터뷰 하고 이 블로그 [타인의 삶 코너]에 올렸다. 그런데 그것을 보게 된 경훈이(본명 : 어경훈)가 내용 중 하나에 잘못된 것을 지적하고 나선 것이다.


뭔데? 싶었는데 바로  부분이다.



 글에서 나는 2017년이  인생에서 가장 행복했던 시기였고,  때가  행복했는지를 분석했다.  때의 조건식을 4개로 나열했는데 사실은 이게 아니고 가장   빠졌다는 것이다.


<어경훈의 조커이론.jpg>


그러니깐 정리를 하면 이거다. 경훈이의 주장에 의하면 내가 2017년이 행복했던 이유로 기존에 분석한 조건식은 잘못됐다. 내가 저 때 행복했던 본질적 이유는 내 옆에 '조커'라고 불리는 사람이 있느냐 없느냐의 유무 때문이다.


인생을 포커판에 비유한다면 카드는 사람이다. 이 카드의 종류에는 여러가지가 있다. 1~10까지의 숫자카드와 함정 카드 (오히려 함정 카드 뽑으면 인생이 망함), 꽤 괜찮은 에이스 A 카드, 그리고 내 행복과 성취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는 조커 카드.


여기서 함정 카드는 보통 이성 관계다. 여자나 남자를 잘못 만나면 삶이 고달파지는 원리. 그런데 가끔씩 이 함정 카드를 뽑고 보니 컬러 조커 카드로 작용 할 때가 있다. 예를 들어, 경훈이가 보기에 2017년에 내가 사귀었었던 여자친구는 함정 카드 안에서 컬러 조커 카드가 나온 경우라고.


컬러 조커 카드는 어떠한 목표를 향해서 같이 정진 할 수 있는 이성이다. 단순히 외로움만 달래는 것이 아니라, 같이 무언가를 할 수 있는 사람. 17년에 사귀었던 전 여자친구는 그동안 내 연애관계 중 이걸 할 수 있었던 사람이었던 것. 그러니깐 컬러조커 카드였었다는 소리.


우리들이 일상에서 만나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냥 숫자카드란다. 그 중에는 1~5 사이의 숫자라 나와 잘 안 맞거나, 나에게 별로 좋지 않은 그런 인간관계도 있는 반면 6~10 사이의 카드라 그냥 저냥 괜찮은 사람도 있다. 가끔씩 K, Q, J가 나와서 친하게 지낼 수 있는 사람도 있고. 극히 드문 확률로 에이스 A가 나와 절친이 되는 경우도 있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저런 숫자카드나 문자카드가 아니라 '조커' 카드다. 행복하면서 동시에 성과도 잘 내려면 조커 역할을 하는 사람이 옆에 있으면 된다. 그런데 여기서 조커 카드는 쉽게 나오지 않는다. 에이스 A인 사람이 나와 '공통된 목표' / '무언가를 함께 할 수 있는 시너지'를 가져야 한다. 그래야 포켓몬이 진화를 하듯 에이스 A가 조커로 변환된다.


다시 말해, 지금은 경훈이가 내게 조커 카드로 작용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예전에는 조커였지만 함께 도전 할 목표를 상실해 이제는 에이스 A로 돌아갔다는 것. 현재 우리 둘은 친하게 지내고는 있어도 예전처럼 무언가 공통의 목표를 향해 나가가고 있지는 못하고 있다. 대학생 때만 해도 공모전, 동아리, 코인 투자를 같이하며 서로 동일한 목표를 가졌는데 이제는 대학 졸업 후 각자 나아가는 길이 다르다보니 이런 공통된 목표가 사라져버렸다.


이 이론은 동업을 하다가 망하거나 싸우는 경우에도 적용 된다. 나는 그 사람이 에이스 A라생각해서 조커로 변신을 시켰던 것인데, 막상 뚜껑을 까보니 A가 아닌 K, J, Q 정도의 카드였던 것이다. 이러면 조커 변신에 실패한다.


이 카드들은 구별하기가 어려워서 단순히 숫자가 높거나 K, J, Q 정도인데도 저 사람이 조커라도 착각하는 경우도 많다. 행복해지고 성과를 내기 위해선 어떻게든 내 옆에 조커를 납둬야 하는데, 이 조커 한 명 납두기가 어지간히도 어려운 것이다. 어떤 시기에는 조커였던 사람이 시간이 지나면서 A 카드로 바뀌어버리기도 하니 유지하기도 쉽지 않다.


이것이 바로 어경훈의 조커 이론이다.


-----------


< 이론을 접하고 내가  생각>


여기서부터는 이 이론을 접하고 내가 들었던 생각이다. 나는 그동안 2017년이 행복했었던 이유를 단순하게 이렇게만 생각했다. 관계의 다양성이 계속 있었음 / 소속감이 존재했음 / 달성해야 할 성장과 목표가 있었음.


그런데 경훈이가 여기에 내가 파악하지 못한 근원적인 본질. 무의식적 이유. "  때는 바로  옆에 조커가 있었잖아!" 라는 것을 발견시켜준 것이다. 내가 전혀 인식하지 못했던 부분인데 생각해보니 진짜 그랬다. 사람의 행복에 있어 절대적 영향을 미치는 것은 깊숙하고 딥한 관계인 '조커' 현재 있느냐 없느냐라는 때문이라는 .


가만 생각해보면 조건 상 불행할 확률이 높았던 실업계 고교 때 내가 의외로 행복했었던 이유는 조커 친구가 옆에 있었기 때문이다. 반대로 조건 상 행복해야 하는데 그렇지 않았던 카투사나 여타 활동에선 내 옆에 조커가 없었다.


 행복과 성취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것은 바로  조커란 존재의 유무였다. 단순히 사람이 옆에 있다는게 중요한 것이 아니다. 그런 사람들은 숫자 1~10 카드  뿐이다. 깊숙하고 딥한 관계. 조커라는 핵심 카드가 반드시 필요하다. 나는  역할을 하는 사람에게 절대적 영향을 받는다.


카카오톡을 창업한 김범수 대표는 영화 올드보이를 좋아한다고 한다. 극 중 유지태가 "당신이 답을 못 찾는게 아냐. 자꾸 틀린 질문을 하니깐 맞는 대답이 나올리가 없잖아"라는 대사를 하는데 이게 자신의 인생을 바꾼 손꼽히는 장면이란다. 틀린 질문을 하면 맞는 답이 나올 수 없다는 이 말에 꽂혀 계속 옳은 질문을 하려했고 그 질문 끝에 결국 카카오톡을 만들어낼 수 있었다고.


지금까지 나는 잘못된 질문을 던지고 있었던 것이다. "나는 2017년이 왜 행복했는가?"가 아닌 "어떻게 해야 또 다른 조커를 찾을 수 있는가?"란 질문을 던졌어야 했다.


사실 당장 답을 찾기는 어려운 질문이다. 때문에 질문을 비틀어 다음처럼 던져보자.


"나는 언제 행복한 사람인가?"


위 조커이론에 비춰 다음의 경우 나는 행복했었다.


1) 2018년 12월, 태국 방콕의 한인 민박에서 2박 3일 동안 머물렀었을 때. 그 때 이곳에서 만난 제주도에서 음식점을 하는 형이랑 공무원을 하는 동갑내기 친구와 함께 방콕의 이곳저곳을 다녔었다. 같이 미쉐린 가이드를 점심 저녁마다 깨자는 목표로. 방콕 제일의 마사지 샵을 찾자는 목표로. 여행지에서 처음 만난 사람들이었는데도 도장깨기처럼 같이 목표를 달성해나가니 급속도로 친해 질 수 있었다. 서로간에 사진도 찍어주며 인스타에 자랑할만한 것을 건지겠다는 목표에도 도전했다.


2) 크립토펙터. 코인 연구를 열심히 해서 다 같이 떼돈을 벌자는 목표로 대학생들끼리 모여 암호화폐 학회 활동을 같이 했었다. '블록체인 기술을 같이 공부' , '돈을 같이 벌기'라는  목표 아래 사람들끼리 연합해 달려나갔다.


3) 포커스립. 이것은 나와 경훈이가 만든 대학생 연합 발표 동아리인데 언론보도가 되자는 목표로 이것저것 경훈이와 함께 활동을 많이 했었다. 또, 동아리 안에서 1)과 2) 같은 구체적 목표는 없었지만 매주마다 사람들의 스토리를 듣고 교류하는 경험이 좋았다.


이런 경험을 고려, "나는 언제 행복한 사람인가?"에 대한 질문의 답은 이거다.


(1) 나는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는 것을 아주 좋아한다. 내게 있어서 타인을 만난다는 것 자체가 행복의 원천이다. 다만, 이 때 단순한 만남 자체에 의미가 있는 것이 아니라 공통된 목표를 추구 할 수 있는 만남이 되어야 한다. 이 목표가 꼭 거창하지 않아도 된다. 방콕 한인민박에서 만났던 사람들처럼 단순히 도장깨기를 같이 하는 작은 목표만으로도 괜찮다. 새로운 사람과의 만남 + 목표의 결합. 이것이 내게 도파민 뿜뿜을 안겨준다.


(2) 꼭 새로운 사람이 아니더라도 기존의 내가 알던 사람들과 공통의 목표로 무언가를 하는 것도 좋아한다. 대표적인 예시로 이 블로그에 가끔씩 쓰는 [타인의 삶 코너] 인터뷰가 있겠다. 이 코너를 쓰는 것이 상당히 재밌는데 이유는 다음과 같다.


가) 인터뷰를 통해 내가 궁금한 점에 대한 호기심 충족이 됨. 나는 호기심이 강한 사람이라 다른 사람이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떤 노하우가 있는지 매우 궁금함.


나) 인터뷰라는 것도 결국에는 공통의 목표 + 분업화가 이루어지는 것. 인터뷰어도 그렇지만 인터뷰이도 좋은 내용을 세상에 알리고 전파하고자 하는 목표가 있음. 그것을 구술로 내게 알려주는 것. 나는 이것을 듣고 글로 정리를 하는 역할. 동일한 목표에서 한 명은 말을 하고, 한 명을 정리하는 쪽으로 분업화가 잘 이루어짐.



결론은 이거다. 내가 현재 유튜브나 책 출판이나 더뎌지는 이유는 '조커도 없이 / 새로운 사람과의 공통된 목표도 없이 / 독고다이로 혼자 하려고 하기 때문에 못하고 있는 것'이었다.


타인은 내게 있어 행복의 원천이다. 도파민 뿜뿜의 샘이다. 누군가와의 공통된 목표. 그것을 실무적으로 이루는 것. 이것이 문제 해결의 키워드가 될 수 있겠다.



- 그까이꺼 대충 쓰기 끝.


P.S

다음에 비슷한 내용을 쓰게 된다면 흑백조커를 5번으로 따로 할당해주겠음.


원문 링크 : https://m.blog.naver.com/no5100/222716605837 ​

작가의 이전글 외로움에 관한 3가지 생각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