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10월 31일 런던 플레이하우스
코벤트 가든의 멀쩡한 극장 전체를 난민촌으로 만들었다. 객석과 무대는 난민촌 식당의 식탁과 의자다. 심지어 바닥에 흙을 깔고 낙엽도 뿌려놨다. 식당의 조리실, 이들의 숙소를 거처 식당으로 꾸며진 극장 안 비닐장판과 낡은천을 덧댄 식탁과 의자에 펜으로 적어놓은 객석 번호를 찾아 자리에 앉는다. 공연을 시작하기에 앞서 배우들, 그러니까 난민촌 거주자들이 오가고 있고 객석에 앉아 공연을 기다리는 관객들에게 식당 손님인듯 차와 음식이 서빙된다.
연극은 프랑스 칼레 난민촌에 영국의 젊은이들이 자원활동을 하려고 도착하는 데서 시작되어 프랑스 경찰에 의해 철거되는 데서 끝난다. 희곡을 쓴 젊은 작가들은 '굿찬스'라는 그룹에서 활동하는데 이들은 칼레만이 아니라 여러 난민촌에서 난민들, 특히 그곳의 아이들과 교육연극 활동을 해오고 있다. 이번 공연의 앙상블에는 칼레에서 이들과 함께 연극활동을 했던 난민들도 캐스팅되었다. 작가들의 이러한 활동이 배어있어서인지 난민촌의 일상, 언제 공권력에 의해 파괴될지 모른다는 두려움, 서로 다른 나라 문화권 사람들 사이의 갈등, 그속에서 만들어지는 공동체의 유대감 등등이 생생한 인물과 사건을 통해 전개된다. 난민은 난민인 것이 아니다. 이들도 각자 하나 하나 이름을 가진 사람들로서 저마다의 아픔, 고통, 희생, 용기, 두려움, 갈등 그리고 꿈이 있다. 해변에 숨진 채 떠밀려왔던 시리아 아이의 뉴스를 보고 달려온 젊은이들, 비정부기구 활동가 등등이 이들의 삶에 섞여든다. 과하다는 느낌도 있지만, 극장 전체를 난민촌으로 만들어놓은 것도 가능한 이들의 현실에 관객들이 밀착했으면 하는 의도일 것이다. 객석 앞 식탁은 의자 뒤편의 좁은 통로도 무대로 활동된다. 인물들의 행동은 때로는 직접 몸으로 부딪쳐오기도 하고 때로는 공기의 진동으로 몸으로 전해진다. 제목 정글은 이 난민촌의 이름이다.
그러나 헌신과 분투에도 불구하고 결국 정글은 철거된다. 허구가 뛰어 넘을 수 없는 엄연한 현실이다. 공연을 보면서 우리의 노동연극이 떠올랐다. 결국 깨지는, 실패하는 싸움들을 그려가야 하는 드라마의 도착점은 무엇일까. 현실의 싸움만큼이나 창작에서도 분투가 아닐 수 없다. <Jungle> 역시 이 어려운 과제 앞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