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다시 배우는 중

일이 아닌, 나를 살리는 리듬 찾기.

by 감정의 기록

일을 쉬면 시간이 많아질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많아지는 건 '시간'이 아니라, '생각'이었다.


사라진 일정표는 자유가 아니라 불안감으로 다가왔다.

무엇을 해야 할지, 하루를 어떻게 채워야 할지 막막했다.


그때 알았다.

일을 그만둔다고 해서 나의 리듬이 저절로 생기는 건 아니라는 걸.

오히려 그동안의 일이 나의 하루를 채워주며

나를 계속해서 움직이게 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래서 지금은,

나를 살리는 방식을 하나씩 배우는 중이다.


누군가의 길을 따라가는 것도,

성과를 내는 것도 아니다.

내가 살아있음을 느끼기 위해 천천히 시도해 보는 일들이다.


무언가를 하고 싶을 때,

'이게 어떤 도움이 될까?'

'돈이 되지 않으면 의미가 없잖아.'

'이건 돈이 너무 많이 드는데'

이런 생각들을 잠시 내려놓기로 했다.


가보고 싶었던 작은 샵들을 가보고,

배워보고 싶던 운동을 등록하고,

한참 미뤄둔 글을 써봤다.

이유를 달지 않으니, 마음이 조금은 가벼워졌고,

무엇보다, 하나씩 시도해 볼 수 있는 내가 되었다.


결과는 없어도,

그 순간을 즐기며 웃고 있는 나를 마주할 수 있었다.

나를 살리는 건, 이런 작은 움직임들이었다.


그리고 생각해 보면,

사람과의 관계에서도 나는 같은 방식을 배우고 있었다.


예전엔 사람들을 많이 만났다.

일로 인해 늘 목적이 있는 대화를 나누거나

좋은 관계라 믿었지만, 억지로 웃어야 하는 상황이 생기기도 했다.

그럴때마다 집에 돌아오면 이상하게 피로가 쌓이고 기분이 좋지 않았다.


이제는 그저 나로서 마주할 수 있는 사람들을 만나고 싶다.

성과나 목적이 없어도,

자연스러운 대화 속에서 웃음과 응원을 느낄 수 있는 사람들,

함께 있을 때 내가 '살아 있는 사람'으로 느껴지는 관계.


그런 사람들과의 대화 속에서,

나는 조금씩, 진짜 나의 목소리를 되찾아가고 있다.


요즘의 나는 거창한 변화를 꿈꾸지 않는다.

다만 나를 살리는 방식을 잊지 않으려 한다.

기록하고, 시도하고, 정리하고, 멈추며

하루의 호흡을 다시 배워가는 중이다.


그리고 어쩌면,

이 과정 속에서 생각지도 못한 나의 특기를 발견하거나

나를 행복하게 하는 취미를 발견하게 될지도 모른다.

혹은 그것이 나의 새로운 일이 될 수도 있다.


아직은 그게 무엇이든,

지금의 나는 그걸로 충분하다.

오늘도 나는 나를 살리는 방식을 배우며 살아간다.


그 방식이 익혀졌을 때쯤엔,

내 옷을 입고, 내 방향을 따라 걸어가고 있지 않을까.

keyword
이전 04화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다시 배우는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