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이 아닌, 나를 기준으로 생각하기
"너는 좋아하는 게 뭐야?"
"너는 일이 잘 맞는 것 같아?"
가끔 사람들이 내게 하는 질문이다.
하지만 이 간결한 질문에도
난 단 한 번도 시원하게 대답해 본 적이 없는 것 같다.
내가 좋아하는 것들이 기억나지 않았고,
분명 좋아서 시작했던 것 같았던 일과는 점점 멀어지는 느낌이었다.
예전에는 '안정적인 직장', '좋은 직장'이 곧 '평온한 인생'이라 생각했었다.
하지만 경력이 쌓일수록 '이게 맞는 길일까?'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직장은 내 하루에서 가장 큰 시간을 차지하기에
'나 잘 살고 있는 걸까?'라는 생각보다 '이게 맞는 길일까?'라는 생각이
불현듯, 더 자주 찾아왔다.
인정을 받아도 기쁘지 않았고,
반복되는 패턴의 일이 지루하게 느껴졌다.
내가 지켜야 할 따스한 온기들이 아닌,
다방면에서 감정을 읽어달라고 소용돌이치는 존재들이
나를 점점 더 지치게 만들었다.
그리고 그렇게 나의 표정도 함께 사라졌다.
어느 순간부터 사람들을 만나면 늘 듣는 인사말이 있었다.
"살이 더 빠졌어?"
그럴 때마다 나는
"아니야~ 그대론데." , "그래? 좋다좋다!!" 라며 웃곤 했다.
그러던 어느 날, 일을 하던 중
"내가 왜 이러고 있지?"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말도, 웃음도, 생기도 없었고,
그저 기계처럼 움직이고 있었다.
분명 나인데 내가 아닌 사람 같았다.
또, 예전에는 아무렇지 않게 받아들이며 이해하고 좋게 바라봤던 일들조차 마음에 들지 않았다.
티는 낼 수 없었지만, 마음속에서는 불편함이 요동쳤다.
그때, 마음을 먹었다.
'아, 이대로는 안 되겠다. 내가 죽을 것 같다.'
그래서 멈추기로 했다.
사실, 나의 멈춤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다.
하지만 이유는 매번 달랐다.
이렇게 짜인 판 안을 계속해서 돌며 반복하는 나 자신을
더는 바라볼 수 없었다.
그래서 일 대신 나를 먼저 챙기기로 했다.
거창하지는 않았다.
다만, 나의 감정을 알고,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떠올리고 싶었다.
그리고 내가 지금 멀어지고 싶은 것들과
그 이유들도 함께 마주하고 싶었다.
돈과 직업이 중요하지 않다고 말할 순 없다.
하지만 그보다 나 자신이 가장 중요하다는 걸 안다.
그래서 나는 잃어버렸던 나를 다시 배우는 중이다.
생각보다 오랜 시간이 걸릴지도 모른다.
그래도 괜찮다.
나는 이제야 비로소, 나를 기준으로 살아보려 한다.
어떤 무엇이 아닌, 오직 나 자신으로.
이제야 내 삶을 나로 살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