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을 없애려 하지 않고, 품는 법을 배우기.
불안을 친근하게 반기는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특히 불안을 더 무섭게 느낀다.
평온한 마음속에 어둠처럼 확- 스며들어와
숨을 조여 오는 존재.
불안이 잠시 나갔을 때는
다시는 들어오지 않도록 문고리를 꽉 묶어두지만,
어느 순간 그 문고리를 한 번에 풀고는 다시 들어와
마음을 어둠으로 물 드리곤 한다.
이렇게 늘 반복이고,
이렇게 늘 나는 불안과 싸운다.
그러다 문득 생각했다.
어쩌면 내가 불안을 지나치게 무서워하기만 했던 건 아닐까?
어쩌면 불안이 나를 괴롭히려는 게 아니라
내가 살아있음을,
무언가를 열심히 하고 있음을 알려주는 신호이진 않았을까?
불안을 없애려고만 하려는 싸움이
오히려 나를 더 지치게 만든 건 아닐까.
그래서 오늘부터는 불안을 밀어내기보다,
불안과 함께 살아가는 법을 배우려 한다.
불안은 풍선과 비슷하다.
한쪽을 꾹- 누르면 다른 쪽이 점점 부풀고,
또 다른 곳을 누르면, 예상 못한 곳에서 또 부풀어 오른다.
그러다 펑-하고 터뜨리고 도망치면
오히려 그 뒤를 더 빠르게 쫓아온다.
이건 내 의지의 문제가 아니라,
성실하게 살아가려는 사람에게 자연스럽게 생기는 현상이다.
그래서 나는 이제 불안에게 이렇게 물어보려 한다.
'오늘은 어떤 이야기를 해줄래?'
'나에게 응원하러 왔구나?'
'어떤 순간이 다가와 네가 온 걸까?'
불안을 무섭게만 느끼지 않고
잠시 앉혀 이야기를 들어보는 것이다.
생각해 보면 불안은 늘 중요한 순간마다 함께했다.
시험을 볼 때마다 손에 식은땀이 맺히고,
면접을 볼 때마다 머릿속이 새하얘지고,
큰 일을 맡을 때마다 조마조마함이 찾아왔다.
피할 수 없는 순간들,
중요한 날들마다
불안은 언제나 내 옆에 있었다.
그러니 불안하다고 해서
나를 탓하지 않아도 된다.
불안하다고 해서
움츠러들 필요도 없다.
그저 숨을 깊게 들이쉬고
그 안을 들여다보면 된다.
그러면 불안을 품은 채
내 템포에 맞춰 걸어갈 수 있다.
불안을 완전히 없애는 사람은 없다.
불안을 느끼지 않는 사람도 없다.
다만, 불안을 마주하는 방식이 다를 뿐이다.
자신만의 리듬으로 불안과 함께 걸어가는 사람은
지치지 않고 더 멀리 나아간다.
나도 이제
발을 동동 구르며
불안에 쫓기는 사람이 아니라,
불안에 흔들리면서도
계속해서 걸음을 내딛는 사람이 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