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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미남 Aug 24. 2020

"내가 정해, 내 100일"

#정리해고 #희망퇴직 #인생

계속해서 책미남로드 한달살기 in 제주편을 쓰고 있어서 또 무슨 매거진인가 하시는 분들도 계실 테지만, 이 글은 타인에게 저의 모든 것을 보여주는 첫 번째 자전적 일기이자 100일 뒤의 나의 삶이 어떻게 변했을지 궁금하여 시도하게 된 매거진 "내가 정해, 내 100일 ⏤ 부제 : 정리해고(희망퇴직이겠지만)까지 100일의 기록(8/23일~11/30)"을 오늘부터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막연히 구상했던 지난 한 달이 그리워지는 오늘입니다. 차마 쓰지 않길 바랬으나 연일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는 COVID-19 확산세를 볼 때 아무래도 다시 회사로 돌아가기가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여기서 저의 소개를 하기 앞서, 영상 한편을 보여드리고자 합니다.


여행이 떠났다 출처 : 아시아나항공 유튜브


네, 저는 이번 COVID-19 직격탄을 맞은 업종인 H여행사에서 (현재까지는) 근무하고 있습니다. 저를 모르는 사람들은 책에 대한 글을 쓰니 출판업계나 온라인 서점 MD를 생각하시던데 사실 아니었습니다. 무튼, 입사한지도 어느덧 8년 차 과장이 되었습니다. 대리점 영업관리 5년과 경영관리 2년 그리고 유럽사업부에서 프랑스 지역을 1년 정도 담당하였습니다. 제가 만든 프랑스 지역의 여행 상품들을 온라인에 노출 한번 못하고 COVID-19가 터져 출장의 기회도, 더 나아가 업무조차 하지 못하게 이르렀습니다. 사실 처음 한 두 달은 쉼 없이 달려온 저에게 대한 보상이라고 생각했었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남에 따라 우울해지고, 의기소침해지며 최근에는 걱정이 너무 심해져 탈모 증상까지 날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다른 새로운 길을 찾아보기 위해 잠시 잊고 지냈던 취업카페를 재 로그인하거나 각종 취업 및 이직 어플을 다운로드하고 회원가입까지 하였습니다. 그리고 내일 배움 카드를 신청하여 바리스타 자격증이나 영상편집을 두어 달 다니면서 뭔가 할 수 있을 거라 했으나 이미 20대의 열정은 사라져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하기도 하고, 아까운 시간을 흘러 보내기 싫어 핑곗거리를 찾은 건 아닌가 싶었습니다. 그럼에도 마음 한편에는 아직 끝나는 게 아니라 조금 늦을 뿐이다.라고 다짐을 하곤 합니다. 이런 마음이 하루에도 몇 번씩 번복되곤 합니다. Y세대 출신인 저는 부모님의 IMF 때 힘든 상황을 직접 두 눈으로 겪었으며, 집에 있는 모든 금을 가지고 학교에 제출하기도 했습니다. 저는 결코 제 인생에 있어 두 번 다시 IMF가 일어나지 않을 거라 생각했으며, 결혼을 하고 자녀를 낳아 행복한 가정을 꾸리며 정년퇴직 이후 저만의 사업을 할 줄 알았습니다. 여기까지 읽은 사람들은 '뭐 이거 가지고 그러냐, IMF 만큼은 아니다!'라고 말할 수 있겠으나 100일 뒤에 그 순간을 경험할 예정이라 멍 때리는 시간이 종종 생기게 되었습니다. (참고 : 12월에 출근할 수 있을지 없을지도 불투명하며, 정부 보조금은 11월이 마지막임) 더군다나 함께 동거 동락했던 직장 동료들은 하루가 멀다 하고 이직이나 사업을 한다고 퇴직서를 제출하기 이르렀습니다. 그럴 때마다 저는 무슨 말을 해야 할지, 형식적으로 "축하한다고 힘내라고! 응원하겠다"는 말만 할 뿐, 바로 찾아오는 공허함은 더욱 커졌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허송세월을 보내다 정말 제가 좋아하는 걸 찾아 해야 한다고 생각했고, 00 맥주에서 진행했던 유유자적 한달살기_제주편에 지원하게 되었습니다. 선정 발표날, 오후였는데 지금도 기억이 생생합니다. 바로 저에겐 기적이 일어났던 순간을요. 나중에 물어본 결과, 제가 2.5만 대 1로 뽑혔다고 합니다. 상상을 못 해본 수치였습니다. 무튼 3주간 지속된 역대급 장마로 집안 곳곳에 곰팡이가 피기 시작했는데, 마치 저의 인생과 같았다고 자존감은 바닥까지 내려졌기에 발표 소식은 저에게 다시금 살아갈 희망을 주는 메시지와도 같았습니다. 그리하여 제주도를 오게 되었고 7일째 바다를 보며 글을 쓰고 있습니다. 유유자적한 삶(순례길, 배낭여행, 워킹홀리데이 등)을 한 번도 살아본 적이 없었던 저로서, 하루하루 꽉 차게 보내보자고 했으나 5일이 지난 후에 알았습니다. 진짜 나 자신을 찾아보기로, 장소가 중요하지 않다고 나 스스로가 만족하는 여행이고 시간이어야 한다는 사실을 말입니다. 그러다 보면 희망사항일 수 있겠지만 저의 길을 찾지 않을까 합니다.


그럼 무얼 해볼까요? 그냥 진짜 일생 한 번 뿐일 수 있는 기회니 돈 생각 말고 맘껏 먹고 자고 놀고 백수생활을 즐겨야 할까요? 아님 100일 뒤의 백수가 되지 않기 위해 부단히 준비를 해야 할까요? 이 두 가지 질문에 대한 답은 아직도 저는 구하지 못했습니다. 그러면서도 책에서 저자들이 말하곤 하는 자신이 좋아하는 걸 해봐야 한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모르겠습니다. 어쩌면 그들은 운이 좋거나 대단하거나 둘 중 하나가 아닐까라는 생각까지 하였습니다. 이런저런 고민과 사색의 시간을 통해 평소 책과 서점탐방을 좋아하고, 제주도에는 서점도 많으니 한번 탐방을 해보자! 서점도장깨기를! 그러고 지도를 펼쳐 가고자 하는 서점 리스트를 뽑아 하루에 1-2곳 정도 서점 사장님들께 사전 DM을 보내어 허락받은 곳을 방문하였습니다. 지금까지는 5곳 정도 갔었습니다. 그리고 그 바쁜 시간을 할애해 아무것도 아닌 저에게 서점 운영부터 북큐레이션 그리고 앞으로의 AC(After Corona)의 삶에 대해 이런저런 이야기를 해주셨습니다. 이 글을 보실지 모르겠으나 다시 한번 깊은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진짜 신기한 건 제주도에 와서 서핑이나 투어, 캠핑 등 할게 많은데 왜 시간 아깝게 서점만 가냐고 말할 수도 있겠으나, 사람마다 유희의 순간은 다르며,  저에겐 아직 시간적 여유가 있는 사실이 컸기에 지금 누구보다도 충분히 즐기고 있습니다. 저도 사람인지라 서핑과 패러글라이딩 그리고 미술관 투어 등은 간헐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앞에 질문에 대해 답은 나온 건가요?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아직도 모르며 한달살기가 끝나는 9월 중순쯤 어느 정도 윤곽이 나오지 않을까 추측을 잠시 해봅니다.


제가 좋아하는 일본의 소설가 무라키미 하루키는 매일 4-5시간씩 정해진 원고지 200자 기준 20매를 작성하고 달리기나 수영을 한 시간 이상을 한다고 합니다. 결코 하루키가 정답이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그의 절반이라도 하기 위해 오늘도 몇 자를 그적여보았습니다. 이 흐름을 잃지 않기 위해 컨셉진(conceptzine)에서 9월 1일부터 진행할 예정인 100일간 글쓰기 챌린지도 신청하였습니다. 앞으로 글을 써가며 저만의 방식으로 즐기고 있는 제주 일상과 이런저런 인생 이야기, 하루에도 몇 번씩 바뀌는 저의 심정 등을 올릴 예정입니다. 응원의 말도 좋고 이따금씩 진심 어린 충고도 얼마든지 말씀해주시기 바랍니다. 어느 순간 글이 올라오지 않게 된다면, 그땐 저는 이직을 했거나 또는 다른 삶을 살기 위한 준비단계를 하고 있다고 생각해주시면 되겠습니다.


저 자신도 궁금합니다. 100일 뒤의 모습을요.

그러나 한 가지 확실한 건 알고 있습니다.
삶은 계속해서 이어가야 한다는 사실을 말입니다.

"Life goes on"



“의미 없는 것을 잔뜩 하는 것이 인생이란다.”

⏤『마루코는 아홉 살』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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