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미남로드 #제주 #책방투어
브런치의 마지막에 썼던 글이 2018년 11월이었습니다. 그렇다면 1년 하고 9개월 동안 글을 쓰지 않았다지만 그렇다고 책과 브런치를 놓은 건 아니었습니다. 다시 글을 쓰게 된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습니다. 시간이 많지만 이대로 소중한 순간순간을 허투루 흘러 보내기 아깝기도 하고, 뭐라도 해야 할 것 같은 느낌 등 그러다 최근 읽었던 이원흥 카피라이터의 『남의 마음을 흔드는 건 다 카피다』에서 아래 문장을 읽고, 책상에 바른 자세로 앉아 키보드를 두드리게 되었습니다.
"요즘 당신을 놀라게 한 것은 무엇, 혹은 누구인가? 별로 떠오르지 않는다면 나는 아주 큰 일이라고 말하며 의자를 당신 쪽으로 바싹 당겨 앉거나, 당신에게 흥미를 잃고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거나, 그 둘 중 하나일 것이다."
다시 원래로 돌아와 이제는 정말 써야 할 때가 온 것 같다는 생각이 확고해져 어떻게 시작을 해볼까? 그 첫 번째로 도시를 정하기로 했습니다. 서울 집에서 하거나 고향인 경주에 내려가서 쓰거나 아니면 연고가 없는 제3의 도시에서 쓰기로 했습니다. 각각 장단점은 있으나 그동안 지내왔던 생활패턴을 바꾸고 싶은 생각이 들었는데 때마침 운이 좋게 제주 맥주의 도움으로 제주도에서 한 달을 머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지인들 대부분 부러워하고 인생에 있어서도 흔하지 않은 기회라고 생각했지만 작은 마음의 부담을 안고 비행기에 제 몸을 실었습니다.
도시는 정해졌고, 주제는 무얼로 해야 하지? 최근 트렌트가 여럿이 있겠으나 '부캐'가 정말 핫하디 핫합니다. 유산슬로부터 싹쓰리, 환불원정대까지 앞으로 더할 텐데, 이런 부캐 신드롬은 적극 찬성하는 입장입니다. 왜냐하면 저도 이미 몇 년 전부터 가지고 있었으니까요. #책미남 부캐는 그대로였으나 부제는 시대에 따라 제 느낌에 따라 바뀌어갔습니다. 처음엔 '책에 미쳐있는 남자' 이후엔 미술에 빠져 지내다 보니 '책과 미술에 빠진 남자' 그리고 최근엔 뇌섹남이 되고 싶다는 이유로 물어보는 사람들에게 설명을 하곤 합니다. 이후 서점이나 도서관 탐방을 할 땐 #책미남로드 라고 칭하고 인스타그램에서 올렸었는데, 이제 이것 또한 저의 또 다른 부캐가 아닌가 싶습니다. 그리고 궁금했던 '부캐' 관련하여 제가 하고자 하는 말을 아주 잘 써주신 조선일보 김지수 문화전문기자의 칼럼을 대신하고자 합니다.
일찍이 ‘나를 지키며 일하는 법'을 쓴 강상중 전 도쿄대 교수도 충고했다. ‘올인하지 말라, 스스로를 궁지에 몰지 말라, 여러 개의 스테이지에서 여러 개의 정체성을 갖고 살라’고. 무엇보다 ‘부캐'의 출발은 성과보다 즐거움을 우선으로 삼는 태도다. 이익보다 재미가 기준이라 끈질기게 계속할 수도 언제든 내려놓고 갈아탈 수도 있다. 놀이와 일의 중간 지대에 걸쳐진 이 양다리의 여유는, ‘경쟁과 올인'으로 지친 사람들에게 복안의 시야를 터준다.
그래! 나도 부캐의 즐거움을 찾아보는 글을 써보자! 그래서 이번 여행의 테마인 "책미남로드 한달살기 in 제주"를 쓰게 되었습니다. 다소 주저리 쓸데없이 길게 늘어놓았는 것 같습니다. 무튼! 주어진 시간은 한정되어있으니 28일 동안 체크된 서점은 약 55곳이고, 그동안 제주를 방문해서 갔던 12곳을 제외하니 하루 1.5곳을 방문해야 하는 계산이 나왔습니다. (과거 방문했던 곳에 대한 기록은 아래 글을 참고해주시기 바랍니다.)
성공 유무가 중요하기보다도 이렇게 함으로써 저 스스로 즐거움을 찾았으면 하는 바람이 큽니다. 그리고 한 달 뒤 아쉬움보단 행복했다고 만족하며 집으로 돌아가고 싶습니다. 참고로 서점탐방이 주가 되겠지만, 카페, 미술관, 음식점, 읽고 있는 책과 풍경, 음악 등도 함께 글에 실릴 수도 있습니다:)
책미남로_한달살기 in